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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포트+] "휴대전화 안 걷으면 교육은 어떡하나?" 고민하는 학교

임태우 기자

입력 : 2016.07.10 15:58|수정 : 2016.07.11 15:32


“규칙이 좀 지나친 것 같아요. 제발 자유롭게 좀 해줬으면 좋겠어요.”

지난해 6월 인천의 모 중학교 3학년에 재학 중이던 김 모 군은 휴대전화를 압수당하고 벌점까지 받아야 했습니다. 점심시간에 휴대전화를 사용했다는 이유에서였죠. 수업 시간이 아닌 엄연히 쉬는 시간이었지만, 학교 규정은 학생들의 교내 휴대전화 소지와 사용을 모두 금지하고 있었기 때문이죠.

김 군은 부모님과 급한 연락이 필요한데도 전화할 수 없는 교칙이 부당하다고 생각해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냈습니다. 휴대전화의 교내 소지 금지를 규정한 교칙을 완화해달라는 내용이었죠. 김 군 말고도 비슷한 불만을 품고 인권위에 진정을 낸 학생은 벌써 여럿이었습니다.

[ 인권위에 진정을 낸 학생 ]

“부모님과 급하게 연락해야 하거나 휴대전화를 꼭 사용해야 할 때도 있는데 학교가 학생 구성원의 의견 수렴 절차 등을 거치지도 않고 휴대전화 사용 금지 규정을 만들어서 휴대전화 사용의 자유와 권리를 침해받고 있습니다.”

그러자 학교 현장에선 갑론을박이 벌어졌습니다. 교원단체가 인권위 권고를 학생들의 학습권과 교사들의 교육권을 방해하는 처사라며 강력히 비판하고 나섰던 것이죠. 휴대전화의 교내 소지를 두고 학생과 교원 측의 생각이 엇갈리고 있는 상황입니다.

● 인권위는 왜 학생들 손을 들어줬나?

인권위는 교내 휴대전화 소지를 ‘전면’ 금지하는 학교나 기숙사 운영 규정이 학생 개인의 권리와 자유를 침해한다고 봤습니다.

“헌법 제10조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
“헌법 제18조 모든 국민은 통신의 자유를 침해 받지 아니한다.”

비록 학교 측이 공익적 목적으로 학생들의 휴대전화의 교내 반입을 금지했더라도, 특별한 사정이나 위급 상황으로 휴대전화를 즉시 사용할 수 없다면 학생들의 자유가 필요 이상 제한된다고 본 것입니다. 또한, 휴대전화가 주는 긍정적 기능으로 볼 수 있는 가족, 친구 등과의 통화에서 얻게 되는 진정인의 행복추구권 역시 제한된 것으로 판단했습니다.

[ 국가인권위원회 보도자료 ]

“휴대전화 사용이 단순한 통신수단을 넘어 고립감 해소를 위해 다른 사람과 접촉하는 메신저로서 긍정적 측면을 동시에 고려해야 함을 지적했습니다.”

● 인권위 권고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인권위가 교내 휴대전화 사용 금지를 완화하라는 권고를 내린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닙니다. 2011년 5월, 기숙학교를 다니던 고등학교 2학년 A양은 학교 측의 지나친 휴대전화 사용 금지 규정에 대해 인권위에 진정을 낸 적이 있습니다.

[ 학칙 제31조 / 휴대전화 관리 규정 ]

“학생은 일과 시간에 휴대전화를 사용할 수 없으며, 평일 방과 후인 오후 4시부터 자율학습이 시작되는 오후 6시 30분 이전까지만 사용이 가능하다.”

학칙에 따라 휴대전화 사용은 하루 중  딱 2시간 반 동안만 가능했던 것입니다.

[ A양 / 당시 기숙학교 2학년 재학 중 ]

“수업시간에 휴대전화 사용 규제는 동의하지만, 수업시간 외 시간까지 금지하는 건 부당하고 생각합니다.”

당시 인권위는 수업시간 외 휴대전화 사용 금지가 지나치다 보고 해당 고교 교장에게 관련 규정을 개정하도록 권고했습니다. 인권위는 "학습목적이나 단체생활 관계상 불가피한 수업시간, 자율학습 시간, 취침시간 이외의 시간까지 휴대전화 사용을 금지하는 행위는 과도함이 있다"라고 밝혔습니다. 
ㅍ● 교원단체 "교육 현실 무시했다"

최근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전국 초중고 교사 3천 명을 대상으로 교내 휴대전화 사용 허용에 대한 부작용을 설문조사했습니다. 그랬더니 10명 중 6명꼴로 교내 휴대전화 사용을 허락했을 때 ‘수업 방해’를 가장 많이 우려했습니다.

수업 방해를 받는 정도가 심각할 것이라고 보는 비율은 절반이 넘었습니다. 아무리 헌법적 가치가 중요해도 자제력이 부족한 학생들에게 휴대전화 사용을 자율에 맡겼다가는 수업에 방해가 될 것으로 본 것입니다. 교내 전면 금지를 완화하라는 인권위의 권고에 반해, 오히려 교내 반입을 전면 금지해야 한다는 교사의 응답 비율은 37%나 됐습니다.
 
[ 김동석/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대변인 ]

“인권친화적인 부분만 고려한다면 결국 학생들의 학습권과 교사의 수업권 부분이 박탈되는 문제는 어떻게 할 생각인지 모르겠습니다.” 
물론 인권위의 진정 내용에 대해 내린 결정문을 살펴보면, 수업권이나 교권을 무시하려는 목적은 없어 보입니다. 인권위는 수업 방해 등이 우려될 경우 등교 시 휴대전화를 거두고 하교 시 돌려주는 식으로 대안을 찾을 수도 있다고 제안했습니다.

인권위가 판단을 내리면서 중요하게 여겼던 건, 학교 구성원들의 의견이 민주적인 절차를 통해 수렴됐느냐입니다. 이번에 ‘완화’ 권고를 내렸던 학교에서는 과거 학부모조차 학생의 휴대전화 전면 사용 금지 방침에 대해 과반수 이상(54.9%)이 ‘완화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가진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해당 학교는 이러한 의견 수렴에도, 전면 금지 방침을 강행했던 것이죠.

인권위 권고는 법적으로 강제 의무사항은 아니어서, 학교 현장이 이를 따르지 않는다고 처벌되지는 않습니다. 그럼에도 인권위의 권고를 명분으로 내세워 휴대전화 사용제한 조치를 완화하라는 학생들의 요구는 점점 커질 것으로 보여 논란은 계속될 전망입니다.

기획·구성 : 임태우·김미화 / 디자인 : 임수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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