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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취재파일] 저축은행이 웬 항공기 투자?…임진구 SBI저축은행 대표의 '흥미로운' 행보

입력 : 2016.07.07 15:37|수정 : 2016.07.07 15:37


항공기 5대. 연평균 투자 수익률 8%.
리스회사나 투자은행 이야기냐고요? 아닙니다. 저축은행 이야기입니다.

아직 과문한 탓인지…제게 SBI저축은행은 제가 생각했던 것과는 다른, 그래서 흥미로운(?) 회사입니다. 평소 저축은행이란 업종에 그리 관심이 많지 않은 사람들에게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저축은행이 어디일 것 같냐고 물었을 때 SBI를 꼽는 곳은 없습니다. 광고에 많이 등장하는 다른 회사를 지목하곤 합니다. 하지만 SBI는 국내에서 가장 큰 저축은행입니다. 2위와의 격차도 작지 않습니다.

그리고 일본 자금을 모태로 한, 말 그대로 '일본계' 회사입니다. 그러면 사장(CEO)이 일본 사람이냐고요? 아닙니다. 두 명의 대표가 각자 특정 부문을 맡고 있는데, 둘 다 한국 사람입니다.

두 사람 중 기업금융 부문을 맡고 있는 임진구 대표의 이력이 흥미롭습니다. 통상 저축은행 CEO는 은행이나 대부업 등 소비자금융 분야 이력을 가진 사람들이 주류를 이루는 데, 임대표는 LG상사와 사모펀드 대표를 거친 투자 전문가입니다. LG상사에서도 벤처투자 분야에 근무했습니다.

그런 그가 주도한 사업 중 하나가 항공기 투자입니다. 돈을 빌려준 뒤 높은 이자를 받거나,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에 돈을 빌려주는 게 주력 사업인 줄 알았는데 의외였습니다. 비행기를 사들인 뒤에 항공사에 빌려주면서 임대 수익을 받는 방식입니다. SBI저축은행은 지난해 6월부터 본격적인 투자에 나섰고 지금은 세계적인 화물 회사 DHL에 화물기 2대, 에미레이트항공에 여객기 2대, 싱가포르항공에 여객기 1대를 대여하고 있습니다. 연평균 수익률 8% 정도, 매해 13억 원 정도의 수익을 올리고 있습니다.

왜 이런 일을 하느냐고 물었습니다. 안정성 때문이랍니다. 부동산 대출이나 단순 이자 수익 영업보다는 복잡하고 어렵지만, 저축은행도 예전보다 경쟁이 치열해졌고 그만큼 수익 다각화를 꾀할 수밖에 없는 상황 속에서 다양한 포트폴리오로 중장기적 안정성을 확보해 나가는 일환이란 의미로 읽힙니다.

제가 만난 임진구 대표는 직설적이고 활동적이었습니다. 자리에 앉기 무섭게 경영철학과 인생철학이 쏟아졌고, 집무실에는 중학교 때부터 쳤다는 기타를 연주하는 사진이 놓여 있었습니다. 익숙한 저축은행 CEO의 이미지인, 다소 은둔적이고 뭔가 드러내놓고 보여주기 꺼리는 이미지와는 사뭇 달랐습니다.

이런 CEO의 스타일 때문인지…SBI저축은행 직원들은 애써 일본계라는 표현을 부인하지 않습니다. 다만 이런 말을 덧붙입니다. "저희 일본계 맞습니다. 하지만 저희는 글로벌 기업이라고 자부합니다. 무엇을 일본적인 것이라고 생각하든 저희 회사에서 그런 것을 찾을 수는 없을 겁니다."

임진구 대표의 인생철학은 'Change & Chance', '변화'와 '기회'라고 합니다. 알파벳 하나만 바꾸면 '변화'가 곧 '기회'가 된다는 말도 덧붙였습니다.

시장에서의 엄연한 역할에도 불구하고 긍정적 이미지보다는 부정적 이미지가 강한 저축은행 업계에 그가 실천하는 '변화'가 어떤 '기회'로 연결될지 지켜보는 것 또한 또 다른 흥미로움이 될 듯합니다.    

(SBSCNBC 이광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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