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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조선 '검은 돈' 해외서 조성…국내 유입 가능성 주목

민경호 기자

입력 : 2016.07.05 18:22|수정 : 2016.07.05 18:22


대우조선해양의 각종 비리 의혹을 수사하는 검찰이 사건의 핵심으로 여겨지는 비자금 의혹을 풀어낼 단서들을 해외 자금거래에서 찾아내고 있습니다.

검찰 부패범죄특별수사단은 이미 구속된 남상태 전 대우조선 사장이 재임 기간에 저지른 부정한 뒷돈 거래의 윤곽을 최근 밝혀냈습니다.

검찰은 남 전 사장의 대학동창인 휴맥스 해운항공 대표 65살 정 모 씨 등에게 일감을 몰아주도록 지시하고 그 대가로 지난 2008년부터 지난해까지 챙긴 20억 원가량 대부분이 외국에서 유통됐다고 밝혔습니다.

남 전 사장은 싱가포르 등에 있는 정 씨 업체에 차명으로 투자한 뒤 배당금을 받는 식으로 뒷돈을 챙겼습니다.

투자금도 제3 자를 시켜 외국 계좌로 보냈고, 배당금 수금도 외국에서 이뤄졌습니다.

뒷돈을 담아두는 '저수지' 역시 남 전 사장이 싱가포르에 차명으로 개설해 둔 비밀계좌였습니다.

남 전 사장이 지난 2008년 노르웨이와 영국 지사 2곳에서 조성된 비자금을 빼돌려 송금한 곳 또한 싱가포르 비밀계좌였습니다.

이런 사실은 대우조선을 겨냥한 검찰의 선행 수사가 진행됐던 지난 2009년부터 2010년까지는 드러나지 않았던 사안입니다.

국내 계좌추적을 통해서는 따라갈 수 없고, 국제 사법공조를 활용하려 해도 시일이 상당히 소요되는 등 일단 외국으로 빼돌려진 돈은 추적하기 어려워지기 때문입니다.

남 전 사장이 외국에서 자금 세탁을 한 것도 이런 수사 한계를 미리 염두에 둔 것으로 보입니다.

뒷돈 범죄가 갈수록 교묘해진다는 점도 보여줬습니다.

일감을 몰아준 업체로부터 직접 돈을 받는 게 아니라 외국 송금과 차명 투자, 해외 수금 등으로 이중·삼중의 세탁을 거친 겁니다.

하지만, 검찰이 정씨의 주변을 장기간 내사하면서 남 전 사장과의 해외 거래 단서를 찾아냈습니다.

검찰 안팎에서는 검찰의 대우조선 해외 비자금 수사가 결국 국내 유입 가능성을 염두에 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옵니다.

만약 해외에 있던 돈이 세탁을 거쳐 국내로 들어온 것으로 확인되면 최고경영자 연임 청탁 자금이나 사업 관련 로비 등에 흘러갔는지도 검찰의 수사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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