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관광객 급증으로 호텔 부족사태를 겪고 있는 일본에서 중국·대만인 등이 '몰래 민박'으로 톡톡히 재미를 보고 있다.
일본 정부가 2020년 도쿄(東京) 올림픽 등을 앞두고 관광객 증가에 따른 숙소부족 완화책으로 민박규제 완화를 추진하는 사이 발 빠른 일본인 일부가 '몰래 민박'을 시작하는 분위기에 편승해 이들이 미리 과실을 따먹는 격이다.
4일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에 따르면 몰래 민박은 정부의 규제 완화 추진을 계기로 전국적으로 급증하고 있다.
특히 눈에 띄는 건 중국인과 대만인이다. 투숙하는게 아니라 빌려주는 쪽이다.
노다지 사업인 '민박 비즈니스'에 아시아계가 몰리고 있는 것. 거품을 우려할 만큼 과열상태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오사카(大阪)시 주오(中央)구에 있는 '도요타이머제작소' 공장에는 작년 가을부터 여행용 케리어나 가방을 든 외국인들이 찾아오기 시작했다.
근처의 몰래 민박집 주소와 헷갈려 민박집으로 알고 찾아온 사람들이다.
요즘도 잘못 찾아오는 외국인 관광객이 1주일에 1~2팀 정도는 된다.
'오사카의 부엌'이라고 할 수 있는 먹거리 시장 '구로몬시장'에서 가까운 이 일대는 외국인들에게 인기 있는 관광명소여서 민박 영업장소로 최적지다.
민박 중개사이트에 표시된 맨션 주소가 이 회사 주소로 잘못 표시돼 있어 빚어진 사태다.
가장 주목받는 민박지는 단연 오사카시 주오구다. 세계 최대 민박중개 사이트인 미국 에어비앤비는 "2016년 꼭 가봐야 할 세계 16개 지역"의 첫 번째로 오사카시 주오구를 선정했다.
신사이바시(心?橋)나 도돔보리(道頓堀) 처럼 "오사카를 깊이" 체험해볼 수 있는 인기 관광지가 많기 때문이다.
이 일대는 평소에도 외국인 관광객으로 넘쳐난다. 6월 중순 신사이바시 상가에서 만난 대만 대학원생 린(林.26)씨는 "오사카의 민박은 아주 쾌적했다"고 말했다.
일본 체류 1주일 중 오사카 시내의 맨션에서 3박을 했다. 에어비앤비 사이트에서 예약을 했다.
원룸으로 방이 매우 좁았지만 2명 1박에 6천 엔(약 6만7천 원)으로 교토(京都)나 고베(神戶)에서 묵은 호텔 숙박료의 3분의 1이었다.
일본은 찾는 외국인 관광객이 2천만 명에 육박하면서 도쿄나 오사카 같은 대도시에서는 호텔 부족이 심각한 상태다. 가동률 상승에 따른 숙박료 인상도 우려되고 있다.
이런 사태의 해결책으로 민박 활용이 추진되고 있지만, 현행법상 민박은 여관업 법에 따라 허가를 받아야 한다.
민박 중개사이트에 등록된 물건의 대부분은 허가를 받지 않은 '몰래 민박'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허가를 받지 않은 채 자택이나 맨션을 중개사이트에 올리는 경우가 많다.
민박 중개사이트는 미국 에어비앤비가 유명하지만, 중국업체도 같은 사이트를 운영하고 있다.
그중 하나가 '자재객(自在客)"이다. 일본어판 사이트에는 1만4천 건이 넘는 물건이 올라와 있다.
일본인뿐 아니라 외국인도 올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 대부분이 중국인으로 알려졌다.
이 밖에도 몇몇 중국계 사이트가 일본에서 사업하고 있다.
도쿄도 신주쿠(新宿)구, JR 야마노테(山手)선 역에서 도보 10분 거리에 있는 지은 지 40년된 맨션의 경우, 일본인 2명과 함께 사는 중국인 대학생이 민박을 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도쿄시내 대학에 재학중인 이 남성(25)은 '자재객'과 에어비앤비에 물건을 올려놓고 있다.
"많은 달에는 월 25일 정도 방이 나가 집세를 빼고도 5만엔(약 56만 원) 정도 이익이 난다"고 말했다.
방은 물론 빌린 것이다.
임대한 방을 민박용으로 다시 빌려주는 것.
"방 주인에게서 승낙을 받았다"는 설명이지만 법적인 문제가 없느냐는 질문에는 "빌려주는 사람이나 빌리는 사람 모두에게 메리트가 있으니 좋은 거 아니냐"고 반문했다.
민박 중개사이트를 살펴보면 이처럼 임대물건을 민박에 활용하는 경우가 많다. 개중에는 부동산회사는 물론 집주인에게도 이야기하지 않고 무단으로 빌려주는 경우도 적지 않다.
"들키면 쫓겨 날"(부동산 회사 관계자) 위험이 따른다.
부동산회사 측은 임대 물건을 민박에 활용하는 것이 "보통은 안된다"는 입장이다.
민박에 이용하려는 걸 알고 빌려주는 부동산회사는 없다지만 부동산 업계에서는아직도 "민박 가능 물건"이라며 권하는 곳이 많다는 전언이다.
일본 대기업에서 일하는 도쿄도에 사는 대만인 남성(36) 역시 임대받은 물건을이용해 부업으로 민박 비즈니스를 하고 있다.
작년에 도쿄 아카사카(赤坂)와 신주쿠에 민박용 맨션을 빌렸다.
신주쿠의 물건은 가동률이 높을 때는 90% 정도나 된다.
임대료가 월 13만5천엔(약 151만 원). 이걸 1박에 1인당 3천~4천 엔(약 3만3천 원-4만5천 원)에 빌려준다.
집세를 빼고도 5만~7만 엔(약 56만 원-78만 원)의 이익이 남는다는 계산이다. 대만인 남성은 "금리로 치면 30%가 넘는다"며 뿌듯해했다.
이달에도 교토 시내에 4건의 민박용 물건을 찾아냈다. 왜 교토냐고 묻자 "도쿄는 벌써 가격경쟁이 벌어지고 있고 거품까지 끼었지만, 교토는 아직 그 정도는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도쿄올림픽 등 투자조건도 갖춰져 있어 민박사업을 하려면 지금이 기회"라고 말했다.
호텔·여관업계의 거센 반대와 규제 완화로 민박서비스에 이처럼 거품이 낄 기미가 보이자 전면자유화를 추진해온 관광청과 후생노동성 측은 지난달 최종보고서에서민박제공일수를 연간 180일로 '제한'하는 최종보고서를 내놓았다.
가동률을 최대 50%로 제한하는 내용이다. 그러자 민박업계는 그래서는 "이익을 낼 수 없다"며 비명을 내고 있다.
반면 호텔·여관업계는 상한을 연간 30일로 더욱 규제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여기에 아시아 각국의 투자열기까지 겹쳐 도쿄올림픽을 앞두고 추진되고 있는 일본 정부의 민박규제완화는 호텔, 여관업계와 민박사업자 간 갈등에 휘둘리는 인상이라고 니혼게이자이는 전했다.
lhy5018@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