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은행 기업구조조정부문의 정용석 부행장은 지난해 대우조선해양에 대한 지원안이 청와대 서별관회의 이전에 '넓은 의미의 정무적 판단'에 따라 결정됐다고 밝혔다.
정 부행장은 30일 국회에서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 업무보고에서 "당시 서별관회의 전에 관계기관간 협의 하에 금융위원회, 기획재정부, 산업은행, 수출입은행 등이 참석해서 산은이 2조6천억원, 수은이 1조6천억원을 각각 지원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앞서 이달 초 홍기택 전 산업은행 회장이 국내 언론과 인터뷰에서 당시 대우조선에 대한 지원을 결정한 서별관회의를 두고 "청와대·기획재정부·금융당국이 결정한 행위로, 산업은행은 들러리 역할만 했다"고 말해 파문을 일으킨 바 있다.
이에 대해 정 부행장은 "대우조선의 부채비율은 산은이 25%, 수은이 75%로 실무책임자로서 홍 전 회장에게 이 비율에 맞춰 지원할 것을 요청했다"며 "그러나 수은은 산은이 대주주로서 책임부담 차원에서 더 많이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해 의견이 대립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런 입장 차이로 인해 2주가량 두 기관의 협의가 난항을 겪었으며, 은행 차원에서 합의를 도출하는 데 실패했다고 덧붙였다.
결국 정부당국에서 상황이 긴박한 만큼 시일이 지연될 것을 막기 위해 나섰고, 서별관회의 전에 각각의 지원안이 확정됐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결국 산은의 의지와 달리 정무적 판단이라는 '보이지 않는 손'을 따른 셈"이라는 지적에 대해 정 부행장은 "넓은 의미의 정무적 판단이 적용된 것으로 여겨진다"고 답변했다.
한편, 이동걸 산은 회장은 "홍 전 회장의 발언의 진의를 파악했느냐"는 질문에는 "정황은 알고 있다"며 "당시 서별관회의 자료는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서별관회의 이후 산은 내부적으로 대우조선에 대한 지원안을 결정하는 이사회 등의 프로세스에서 논의된 내용은 비공개로 설명하는 자리를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이 회장은 "서별관회의 결과에 따라 지원하기로 한 이사회 기록은 있으나, 구조조정과 정상화 과정에서 보안의 필요성이 있으며 세계적으로 경쟁사들과 이해가 상충되고 너무 공개되면 통상마찰도 예상된다"며 "그러나 공유할 필요성이 있는 만큼 요약된 내용이라도 설명할 기회가 있다면 비공개로 말씀드리겠다"고 설명했다.
이 회장은 아울러 금융당국과 청와대의 간섭으로 인사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홍 전 회장의 발언에 대해서는 "과거의 관행은 알 수 없지만, 사외이사 임기가 바뀐 뒤 새로 임명할 때는 내 의사대로 했다"고 답변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