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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낙관적 성장 전망→'슬그머니 수정' 반복

입력 : 2016.06.28 13:50|수정 : 2016.06.28 13:50


정부가 매번 낙관적 성장률 전망치를 내놨다가 뒤늦게 수정하는 고질병을 고치지 못하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28일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을 발표하면서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로 2.8%를 제시했다.

이는 지난해 말 올해 경제정책방향 발표 때 제시한 3.1%와 비교하면 0.3%포인트(p) 내려간 것으로 정부가 사실상 3% 성장을 포기한 셈이다.

정부의 수정 전망치대로 간다면 우리 경제는 지난해(2.6%)에 이어 2년 연속 2%대 성장에 머물게 된다.

우리 경제는 금융위기 여파에서 벗어난 직후인 2010년 6.5%의 높은 성장률을 기록했지만 이후 2011년 3.7%에서 이어 2012년(2.3%)과 2013년(2.9%)에는 2%대로 성장률이 뚝 떨어졌다.

2014년 3.3%로 반짝 3%대 성장세를 회복했지만 다시 2년 연속 3%를 하회하면서 저성장이 고착화되고 있다.

올해 성장률 전망치(2.8%)는 추가경정예산(추경) 등 20조원 규모의 재정보강에 따른 효과를 감안한 것이다.

최근 발생한 브렉시트(Brexit·영국의 EU 탈퇴)에 따른 부정적 영향은 반영하지 않아 성장률이 추가로 내려갈 가능성도 있다.

성장률 수준 자체가 낮아진 것도 문제지만 정부가 매년 지나치게 낙관적 전망을 내놓았다가 슬그머니 낮추는 행태에도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정부는 2014년 말 경제정책방향에서 2015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로 3.8%를 제시했다.

이어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 직격탄을 맞자 6개월 만인 지난해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에서 3.1%로 낮춰잡았다.

그러나 이후 수출 부진과 내수 침체의 골이 깊어지자 한 해가 마무리되던 지난해 말에 가서야 성장률 전망치를 2.7%로 대폭 낮추면서 현실을 '수용'했다.

이마저도 실제 성장률(2.6%)을 빗나갔다.

정부의 성장률 전망은 축구스타 펠레의 '월드컵 우승국 예측' 만큼이나 정확성이 떨어진다.

정부는 2009년 성장률을 4%로 전망했지만 실제로는 0.3%에 불과했다.

직전 연도에 금융위기가 있었음에도 이에 따른 여파를 제대로 판단하지 못한 탓이다.

2010년에는 4.0% 성장을 예상했으나 오히려 결과는 6.3%로 나타났다.

2011년에는 5% 성장을 자신했지만 실제로는 3.7%에 그쳤고, 2012년 전망치와 실적치는 4.5%와 2.0%로 2배 이상 차이가 났다.

2013년 정부 전망치는 4%였지만 실제로는 2.9%에 불과했고, 2014년에는 예상치로 3.9%를 내놨지만 집계 결과 3.3%에 그쳤다.

물론 정부 경제성장률은 목표치 성격도 있는 데다 경제주체들의 심리에 미치는 영향이 큰 만큼 지나치게 낮게 잡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게다가 세계경제 회복 지연, 조선 및 해운 등 산업 구조조정 등 대내외 여건이 지난해 말 전망 당시 보다 악화된 점도 성장률 하향 조정의 배경이 됐다.

그러나 정부의 성장률 전망은 예산과 세제 등 나라 살림의 기반이 되는 것은 물론, 기업이나 가계의 사업계획 및 지출계획, 즉 투자나 소비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매번 빗나가는 것은 심각한 문제라는 지적이다.

번번이 낙관적인 경제전망을 해 시장에 왜곡된 정보를 주고 이 때문에 기업 등 민간부문의 경제활동에 피해를 초래하게 되면 정부 정책의 신뢰도에도 치명적인 문제가 생기게 된다.

정부가 목표로 삼았던 성장률 전망에 미련을 버리지 못하다가 악재로 인한 경기 충격이 수치로 확인된 뒤에야 정책 대응에 나설 경우 '실기'할 가능성이 크다.

일각에서는 경제전망에 대한 책임성을 부과하기 위해 오류 발생 때 그 원인과 배경을 대외적으로 설명하게 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호승 기재부 경제정책국장은 "성장률은 워낙 불확실성이 많은 측면이 있는데 작년 전망 시점보다 세계경제 성장률 전망치가 두 번이나 내려갔다"면서 "그만큼 세계경제 흐름이 금융위기 이후에 빨리 개선되지 않는 것을 반영하는 것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국장은 "세계경제 상황이 예상보다 좋으면 (우리경제 성장률도) 올라갈 수 있다"면서 "최근 전망치만 보면 (계속) 낮추는 상황이라는 점은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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