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마다 열리는 지구촌 축제인 올림픽을 더욱 풍성하게 하려고 개막식이나 성화봉송 행사에 동물들이 동원되지만 예기치 못한 사고로 희생되는 동물도 많다.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하계올림픽을 두 달도 채 남기지 않은 시점에서 성화 봉송에 동원된 재규어가 목숨을 잃었다.
'주마'라는 이름의 재규어는 지난 20일(현지시간) 브라질 북동부 아마조나스 주 마나우스 시에서 열린 성화 봉송 행사에 모습을 드러냈다.
올림픽 주최 측은 리우올림픽의 브라질팀 마스코트인 '징가'(Ginga)의 모델 재규어로 성화 봉송 행사장의 흥을 돋우려고 했지만, 주마는 많은 사람이 모인 분위기에 흥분한 듯 탈출을 시도하다 군인들에게 잡혔다.
잠시 후 다시 탈출을 감행한 주마에게 사육사가 쏜 진정제도 말을 듣지 않았다.
공격 본능을 드러낸 주마는 결국 군인의 총에 사살됐다.
올림픽에서 동물의 '흑역사'는 과거에도 많았다.
1988년 서울올림픽의 개막식은 '비둘기 참사'로 두고두고 회자됐다.
평화의 상징인 비둘기를 개막식 시작과 함께 날려보낸 것이 비극의 시작이었다.
경기장 상공을 날던 비둘기 가운데 일부는 성화대로 날아들었고 성화가 점화되자 산채로 화염 속에서 타들어갔다.
그로부터 4년 뒤 열린 스페인 바르셀로나 올림픽은 서울올림픽을 타산지석으로 삼았다.
바르셀로나 올림픽 때는 성화 점화식 이후에 비둘기를 날려 보내 '비둘기 화형'을 피했다.
1994년 노르웨이의 릴레함메르 동계올림픽에서는 비둘기를 상징하는 대형풍선 10개로 비둘기 날려보내기 행사를 대신하기도 했다.
비둘기를 사고가 아닌 고의로 희생시킨 사례도 있다.
1900년 파리 올림픽에선 '살아있는 비둘기 쏘기'가 경기 종목으로 채택됐다.
당시 300마리가량의 비둘기가 선수들의 목표물로 던져져 21마리의 비둘기를 쏜 벨기에 선수가 금메달을 차지했다.
올림픽 경기라고는 했지만 하늘로 날아오른 비둘기가 총을 맞고 추락하는 장면에 관중들은 경악했다.
처음 파리 올림픽에서 선보인 비둘기 쏘기 경기는 이후 올림픽에선 더는 볼 수 없었다.
2012년 런던 올림픽 개막식은 동물 학대 논란으로 잡음이 일었다.
당시 올림픽 개막식 공연에 말과 양, 닭, 거위 등 동물들이 등장할 것이라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동물보호 단체들이 동물 학대라며 비난하고 나섰다.
'동물의 윤리적 처우를 지지하는 사람들'(PETA)을 비롯한 동물보호 단체들은 개막식에 장시간 동원된 동물들이 이동과 경기장 소음 등에 따른 스트레스로 극단적인 상황을 맞을 수 있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런던 올림픽 개막식의 총감독을 맡았던 대니 보일은 당시 PETA에 편지를 보내 동물 보호에 최선을 다할 것을 약속했다.
동물애호 단체들은 올림픽 행사 외적인 측면에서도 동물 보호를 촉구하며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투우의 나라' 스페인이 개최한 바르셀로나 올림픽 때 국제동물보존협회(WSPA)는 동물에게 피를 흘리는 고통을 안겨주는 투우 경기의 중단을 촉구했다.
1993년 호주의 동물학대행위 방지협회는 2000년 올림픽 개최에 도전한 중국이 동물학대국이라 올림픽을 열어서는 안 된다며 중국의 유치 활동에 찬물을 끼얹었다.
웅담 채취를 위한 중국의 '곰 농장'에서 무자비한 동물 학대가 이뤄진다는 게 협회의 주장이었다.
2000년 올림픽을 호주 시드니에 내준 중국은 2008년 베이징 올림픽을 열었지만 이번에는 개고기가 문제였다.
중국은 동물보호단체의 비난을 의식한 듯 당시 올림픽 개막을 앞두고 올림픽 지정 호텔들에 개고기 판매 금지령을 내렸다.
한국도 개고기 반대론자들의 항의로부터 자유롭지 못했다.
개고기 반대론자들은 1988년 서울올림픽 당시 한국의 개고기 문화가 근절되지 않으면 올림픽을 보이콧하겠다고 나서기도 했다.
동물보호 운동가인 프랑스 여배우 브리지트 바르도는 당시 김영삼 대통령에게 한국인이 보신탕을 먹지 못하게 해달라는 편지를 보내 화제가 됐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