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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실무진 검찰 줄소환…오너家까지 이어지나

입력 : 2016.06.20 14:12|수정 : 2016.06.20 14:12


롯데 비자금 조성 의혹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이 지난 10일과 14일 두 차례 압수수색으로 확보한 자료를 바탕으로 롯데 임직원들을 줄줄이 불러 면밀히 사실 관계를 확인하고 있다.

현재까지는 주로 실무진을 소환하고 있지만, 롯데 안팎에서는 조만간 본격적으로 조사 대상이 최고위 임원급으로 확대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더구나 이달 25일 일본 롯데홀딩스 주총 이후 신격호 총괄회장, 신동빈 회장, 신동주 전 홀딩스 부회장 등 오너 일가에 대한 소환 조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 팀장급 줄줄이 검찰행…황각규 사장 등 소환 임박

20일 롯데그룹에 따르면 지난 주말 이틀(18~19일) 동안 그룹 본사격인 서울 소공동 정책본부에서만 4~5명의 팀장급 실무진이 검찰에 들어가 조사를 받았다.

이들은 주로 재무 등 담당 인력인 것으로 알려졌다.

본사 뿐 아니라 롯데쇼핑과 롯데케미칼 실무급 간부 직원도 주말에 검찰에 소환됐다.

앞서 17일에는 채정병 롯데카드 사장이 소환됐는데, 검찰은 주로 채 사장이 정책본부에서 일할 당시 총수 일가 자금 운용에 간여한 사실에 주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분위기로 미뤄 향후 검찰의 소환 조사는 그룹의 '심장', '브레인'으로서 인수·합병(M&A) 등 계열사의 대형 사업 방향을 제시하고 조율해온 본사 정책본부 인사들에 집중될 전망이다.

팀장급 이하 실무진에 대한 조사가 마무리되면 당장 정책본부 이인원 정책본부장(부회장), 소진세 대외협력단장(사장), 황각규 운영실장(사장) 등에 대한 소환이 시작될 가능성이 있다.

이들의 집무실과 자택은 지난 10일에도 검찰로부터 압수수색을 받은 바 있다.

특히 황각규 사장의 경우 소환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최근 언론에서 불거지는 의혹들의 상당수가 롯데의 인수·합병(M&A)이나 주요 신규 사업 등과 관련된 것들인데, 대부분 황 사장의 관할이기 때문이다.

신동빈 회장은 지난 2004년 롯데그룹 정책본부장(부회장) 자리에 올라 사실상 한국 롯데의 사업을 진두지휘하면서, 호남석유화학에서 인연을 맺은 황 사장을 2년 뒤인 2006년 롯데그룹 정책본부 국제실장(전무)으로 불러들였다.

이후 황 사장은 뛰어난 국제 감각과 사업 경험을 바탕으로 롯데의 굵직한 프로젝트를 대부분 도맡아 추진해왔다.

그룹의 2인자이자 롯데 그룹의 '산 역사'와 같은 이인원 부회장, 그룹의 입으로서 대관·홍보 등을 전담해 온 소진세 사장 등도 각종 의혹에서 자유롭지 않기는 마찬가지다.

◇ 신격호·동빈·동주·영자 오너일가 소환 가능성도

신격호 총괄회장, 차남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장남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 장녀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 등 오너 일가에 대한 소환 조사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언급된 의혹만 따져도 창업주 신격호 총괄회장은 당장 검찰이 이일민 전무(전 총괄회장 비서실장) 처제 집에서 찾아낸 통장과 금전출납부, 현금 30억여원 등 신 총괄회장 개인 금고 물품의 용도와 출처에 대해 해명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지난 2011년 3월 동일본 대지진 직전까지 약 30년동안 한국과 일본에 한 달씩 번갈아 머물며 활발하게 '셔틀 경영'을 펼쳤고, 지난해까지 한국 계열사들로부터 정기적으로 업무 보고를 받아온 만큼 이 기간 한·일 롯데에서 벌어진 사안의 대부분은 신 총괄회장의 공식 결재, 또는 암묵적 승인 아래 이뤄진 것으로 봐야 한다.

신 총괄회장은 지난 9일 서울 연건동 서울대병원에 입원한 뒤 18일 서울 풍납동 서울아산병원으로 옮겼다.

현재까지 11일 동안 뚜렷한 병세가 알려지지 않은 채 입원 중으로, 재계에서는 검찰 소환 등을 피하기 위한 '전략적 입원'이라는 벌써부터 해석도 나오고 있다.

차남 신동빈 회장은 2004년 롯데그룹 정책본부장 부회장 자리에 오른 시점부터 한국 롯데의 사업을 주도했고, 지난해 7월에는 한·일 롯데 지주회사격인 롯데홀딩스의 대표이사로 선임되면서 한·일 롯데 경영권을 모두 장악했다.

만약 비자금이 그룹 차원에서 조직적으로 조성, 사용된 정황이 포착됐다면 검찰은 최종 결정권자인 신동빈 회장을 불러 조사할 수밖에 없다.

아울러 신격호 총괄회장과 신동빈 회장은 해마다 계열사로부터 각각 100억원, 200억씩 받은 사실에 대해서도 해명해야 하는 처지다.

롯데그룹은 이 돈에 대해 "급여와 배당 수령액"이라고 설명하고 있는데, 검찰이 두 오너 부자에게 이 부분을 직접 확인할 수도 있다.

장남 신동주 전 부회장도 검찰에 모습을 드러낼 가능성이 있다.

신 전 부회장은 2009년 일본 롯데그룹 부회장에 올라 지난해 1월 8일 해임될 때까지 약 7년 가까이 신격호 총괄회장을 대신해 일본 롯데그룹을 이끌었던 인물이다.

최근 제기된 의혹대로 수 십년에 걸쳐 한국과 일본 롯데 계열사간 수상한 거래로 비자금이 조성됐다면, 신 전 부회장에게도 일정 부분 책임을 물을 수 밖에 없다.

더구나 신 전 부회장측은 부인하고 있지만, 만약 검찰의 수사가 신 전 부회장측이 소송 과정에서 제시한 그룹 비리 의혹에서 시작된 것이라면 '참고인' 등의 자격으로 검찰에 출두할 수도 있다.

오너가 가운데 가장 먼저 소환될 가능성이 큰 인물은 신 총괄회장의 맏딸 신영자 이사장이다.

현재 신 이사장은 수감 중인 정운호(51) 네이처리퍼블릭 대표로부터 면세점 입점 로비 과정에서 수억~수십억원의 금품을 수수한 의혹을 받고 있다.

이에 따라 지난 2일 검찰은 롯데호텔 면세사업부와 신 이사장 자택 등을 전격 압수수색했다.

재계 관계자는 "본사 전문 경영인 상당수와 오너가 한두 명은 검찰에 직접 소환될 가능성이 큰 것 같다"며 "신격호, 신동주, 신동빈 세 부장의 경우 향후 수사 진행 과정에서 한·일 롯데 사업의 영역, 사업이 결정된 시점 등에 따라 누가 최종 결정권자인지 확실히 가리기 어려운 상황에 이를 수도 있지 않겠나"고 전망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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