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의 조르지오 아르마니, 영국의 스텔라 매카트니, 미국의 랄프 로렌, 프랑스의 라코스테, 그리고 캐나다의 디스퀘어드까지…각 나라를 대표하는 세계적인 패션 브랜드들이 총출동하는 무대가 있습니다. 오는 주말에 열리는 밀란 패션위크냐고요? 아닙니다. 오는 8월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열리는 <2016 리우하계올림픽 대회>입니다. 이들 브랜드가 자국 국가대표 선수단의 공식 단복을 제작하기 때문입니다.
오늘 올림픽 D-50일을 맞아, 단복 이야기를 해볼까 하는데요, 올림픽에서 옷이 뭐가 중요하냐고요? 단복은 국제 무대에서 나라의 이미지를 결정할 뿐 아니라, 선수들의 기분과 컨디션도 좌우할 수 있습니다. 특히, 개회식에서 선보이는 정장 단복은 팀의 첫인상이자, 본격적인 경쟁에 앞선 기싸움의 수단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각국 디자이너들은 모두 남다른 자존심을 걸고 단복을 만드는데요, 4년 전 런던올림픽에서는 자랑스럽게도 우리나라 대표팀의 단복이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에서 뽑은 베스트 단복에 선정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올해, 더욱 업그레이드 된 기능과 디자인으로 또 한번 ‘베스트’에 도전한다고 합니다. 한 땀 한 땀 재봉질이 한창인 삼성물산 패션부문 빈폴의 단복 제작 현장을 찾았습니다.
● 멋지게
기계들만 바쁘게 돌아가고 있는 줄 상상했는데, 부천 송내동의 빈폴 협력사 엔에스에프(NSF) 공장에선 100여 명의 직원들이 일일이 수작업을 하고 있었습니다. 국가대표 선수들에게 입힐 옷이어선 지, 표정들도 진지하더군요. 그 한 가운데에는 남색 재킷과 흰색 바지, 하늘색 셔츠를 기본으로 하는 클래식한 남녀 단복이 걸려 있었습니다.
2012년에 이어 이번에도 단복의 디자인을 총괄한 김수정 빈폴 디자인실장은 한국적인 아름다움을 살리기 위해 심혈을 기울였다고 합니다. 먼저, 재킷은 한복 저고리의 동정에서 영감을 받아 끝단에 흰색 천을 덧댔습니다. 가슴팍에는 브로치를 달았는데, 오방색 중 4색으로 구성했습니다. 이 중 빨강과 파랑은 태극기를, 노랑과 초록은 브라질 국기를 상징하기도 해서, 양국의 공존과 화합이라는 의미도 담았습니다. 게다가 각각의 색상은 한국식 매듭으로 묶어서 선수들의 신변을 보호하고 건승을 기원한다는 뜻도 포함시켰습니다. 여기에 남성은 타이를, 여성은 스카프를 두르는데요, 타이에는 태극의 빨강과 파랑을 넣었고, 스카프는 전통 조각보와 오방장에서 모티브를 따왔습니다.
● 편하게
무덥고 습한 브라질의 기후에 적합하도록 원단을 고르는데도 공을 들였다고 합니다. 그래서 셔츠는 리넨 소재를 사용했는데요, 그냥 리넨은 구김이 많이 지고 불편한 측면이 있어서, 특수 기능사를 추가했습니다. 땀을 신속하게 흡수해 빨리 마르고, 구김이 덜 가는데다 신축성도 좋아서 선수들의 활동성이 높여준다는 설명입니다. 또한, 바지는 더러워지기 쉬운 흰색인 만큼, 물과 오염물질이 묻어도 튕겨낼 수 있도록 나노 가공을 추가했다고 합니다. 여기에 더해 재킷에는 안감을 최소한의 면적만 덧대 최대한 시원하게 설계했습니다.
● 안전하게
다른 나라 단복들과 차별화되는 가장 큰 특징은 방충 처리가 됐다는 점입니다. 리우 올림픽은 지카 바이러스 우려가 있는 만큼, 선수들 보호에 각별히 신경 쓴 겁니다. 선수들의 건강과 안전을 지켜달라는 대한체육회의 요청이 반영된 결과이기도 합니다. 이런 이유로, 제가 방문했을 때 CNN의 취재진도 단복을 유심히 촬영하고 있었습니다. 방법은 원단의 염색 단계에서 모기를 퇴치하는 약품을 함께 침투시켜 코팅한 건데요, 모기뿐 아니라 진드기나 곰팡이, 기타 벌레를 차단하는데도 효과가 있다고 합니다. 아웃도어나 스포츠 브랜드에서는 종종 활용하는 방식인데, 정장 브랜드로서는 이례적으로 도입한 거죠. 하지만, 디자이너들은 약품을 선정할 때, 단복은 일반 상품과 달리 여러 명이 같은 공간에서 단체로 입게 된다는 점을 고려했습니다. 약품에서 조금이라도 냄새가 난다면, 선수들이 한꺼번에 모였을 때 모기가 아니라 독한 향으로 고생하겠죠. 그래서 국내외 모든 약품들을 대상으로 냄새를 꼼꼼히 확인한 뒤에 무취 제품을 선택했습니다.
● 힘나게
재킷 안쪽에는, 선수들의 신체뿐 아니라 마음까지 지켜주도록 마련된 요소가 숨겨져 있습니다. 바로 등판의 안감에 SNS를 통해 접수한 국민들의 응원 메시지를 깨알같이 새겨 넣은 겁니다. 런던 올림픽 때도 적용한 아이디어인데, 멀리 남미까지 가서 고생할 선수들에게 큰 위로와 힘이 될 거라 믿습니다.
아직 선수 명단이 확정되지 않아 정확한 치수 측정은 어렵지만, 총 600벌가량이 제작된다고 하는데요, 이렇게 만들어진 단복이 세계인의 축제인 올림픽에서 우리 대한민국 선수들에게 힘찬 날개가 되어주길 바랍니다. TEAM KOREA 파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