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날이라 그런지 힘이 들긴 합니다."
이란에서 라마단(단식 성월)이 시작된 7일(현지시간) 어스름해진 저녁 8시께 테헤란 북부 이맘자데 살레 모스크에서 기도를 마친 바케르(50) 씨는 힘없이 미소를 지었다.
그는 지금 아잔(기도시간을 알리는 외침)을 기다리는 참이다.
기도를 마친 뒤 밤 9시께나 돼야 저녁 식사(이프타르)를 할 것이라고 했다.
그렇지 않아도 낮이 긴 데다 서머 타임(일광절약 시간제) 기간이라 시간이 더 미뤄진 것이다.
아잔을 기다리면서 쿠란을 읽는 이들도 보였다.

바케르 씨는 이날 새벽 4시 간단한 식사(수후르)를 한 뒤 16시간 넘게 음식은 물론 물도 마시지 않았다.
이날 테헤란의 낮 기온은 섭씨 35도를 넘나들었다.
해마다 라마단을 지킨다는 바케르 씨에게도 최근 몇 년은 단식이 더 만만치 않았다.
라마단이 여름과 겹친 데다 작년과 올해 라마단은 낮이 가장 긴 하지가 낀 탓이다.
서양력(양력)보다 12일 정도 짧은 월력인 이슬람력(히즈라력)을 따르기 때문에 양력을 기준으로 하면 그 일수 만큼 매년 앞당겨진다.
라마단 기간에 하지가 있는 해는 약 32∼33년마다 돌아오게 된다.
오후 8시50분께 아잔이 흘러나오자 모스크 자원봉사자들은 일회용 용기에 담긴 음식을 부지런히 날랐다.
예배를 보러 온 신자들에게 무료로 죽과 토마토와 오이, 넌(밀로 빚은 얇은 빵)을 나눠줬다.
16시간이 넘는 단식 끝에 비로소 먹는 첫 식사였다.
바케르 씨는 "라마단은 무슬림이 지켜야 하는 5가지 기둥 중 하나"라면서 "요즘 젊은이들은 잘 지키지 않는 것 같다"며 안타까워했다.
이란뿐 아니라 걸프 지역에서도 실제로 단식해야 하는 시간이 긴 여름철 라마단엔 '약식'으로 대신하는 경향이 있다.
낮에 식당 문은 모두 닫지만 간단한 점심 도시락을 싸와 허기를 달래는 것이다.
부동산 중개사 잘릴 씨는 "수백 년 전과 달리 지금은 라마단이라도 아침 8시부터 저녁 늦게까지 일을 해야 하는 세상으로 바뀌었지 않느냐"며 "현대인이 한 달간, 그것도 여름에 단식하는 것은 현실적이지 않다"고 털어놨다.
외국인에겐 관대한 편이어서 이날 점심에 찾은 은행에선 여느 때처럼 홍차와 피스타치오, 사탕을 권했다.
"라마단 아닌가"라고 물으니 "외국인은 괜찮다"는 답이 돌아왔다.
라마단이 시작된 이날 모스크 앞엔 영어로 'welcome'(환영합니다)이라고 쓰인 큰 현수막이 붙었다.
평소엔 무슬림이 아니면 출입이 제한되는 곳이지만 자비와 배려를 실천하는 기간인 라마단엔 외국인이라도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었다.
종파에 관계없이 이슬람권에서 모두 라마단을 지키지만 시아파 국가인 이란과 걸프 지역 수니파는 약간 다른 면을 볼 수 있다.
올해 라마단 시작일이 수니파는 6월6일, 시아파는 하루 늦은 7일이었다.
이는 라마단 시작일을 결정하는 초승달을 관측하는 방법이 달라서다.
수니파는 망원경으로 초승달을 관측하고 시아파는 맨눈으로 판별한다.
초승달은 아침에 떠서 저녁 무렵 지기 때문에 천체가 완전히 어두워지지 않았더라도 망원경으론 관측할 수 있다.
따라서 수니파는 시아파보다 하루 먼저 라마단의 시작을 선언할 수 있게 된다.
일부에선 수니파와 차별화하기 위해 시아파가 하루 늦게 라마단을 시작한다는 해석도 있다.
단식 시간도 시아파가 30분 정도 더 길다.
수니파는 여명(일출)에서 황혼(일몰)까지 단식하는 데 비해 시아파는 아잔을 기준으로 하기 때문이다.
시계가 없었던 시절 여명의 기준은 흰실과 검은실을 구분할 수 있는 시점이고 황혼은 그 반대다.
새벽기도를 알리는 아잔은 보통 일출보다 10여분 이르고 저녁기도 때엔 일몰 뒤 10여분 지나 울려 퍼진다.
걸프 지역은 라마단에 정부의 방침으로 관공서, 은행, 학교가 오후 2시 이전에 끝나지만 현재 이란은 공식적으로 근무시간 단축은 없다.
다만 재량에 따라 1∼2시간 정도 일찍 일을 마치는 경우는 있다.
경제 형편 탓일 수도 있겠으나 테헤란과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의 라마단 풍경은 전혀 달랐다.
두바이의 라마단은 종교적 신성함과 상업주의가 혼재돼 있다.
마치 크리스마스처럼 쇼핑몰의 세일이 시작되고 호텔에선 호화로운 저녁 식사 패키지 상품을 앞다퉈 광고하는 '대목'이다.
욕구를 자제하고 어려운 이웃을 돌본다는 라마단의 본래 정신을 잃고 상업화된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나올 정도다.
반면 테헤란은 특유의 소박한 일상이 이어졌다.
비록 젊은층이 라마단을 점점 소홀히 여기고 도시락으로 '몰래 점심'을 때우기도 한다지만 두바이처럼 떠들썩한 분위기는 찾아볼 수 없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