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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러리 vs 트럼프 '히스패닉·러스트벨트 민심'이 승부처

입력 : 2016.06.07 10:24

힐러리 우세속 10∼13개주 경합…'역대 비호감 후보' 싸움 탓 제3후보 변수


미국 민주, 공화당의 사실상의 대선후보가 된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과 도널드 트럼프의 대결은 그야말로 예측불허다.

기득권 정치와 경제불평등 등에 절망한 미국인 노동자와 중산층의 분노와 변화 열망이 어디까지 번질지 알 수 없는 게 가장 큰 이유다.

첫 여성 후보와 부동산재벌이자 리얼리티TV 진행자 출신의 '아웃사이더'의 대결, 히스패닉을 비롯한 소수인종의 증가에 따른 유권자 지형 변화, '이메일 스캔들' 등 줄줄이 대기 중인 메가톤급 변수들도 판세의 유동성을 키운다.

두 후보 모두 '비호감도'가 역대 최고라는 점도 큰 변수다.

제3후보에게 투표하겠다는 유권자가 47%에 달할 정도이기 때문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각종 여론조사와 전망도 들쭉날쭉하다.

6일(현지시간)까지 나온 미 언론과 전문가들의 판세 전망을 보면 대체로 클린턴 전 장관이 선거인단 확보 경쟁에서 37∼140명가량 앞서고 있다.

11월 8일 대선에서 전체 선거인단(538명) 과반인 270명을 확보하는 후보가 승자가 되는 만큼 이 정도의 우세라면 판세가 거의 굳어진 것이나 다름없다.

하지만 5월 중 나온 각종 여론조사를 보면 상황은 시시각각 바뀌는 흐름이다.

◇ 힐러리, 초반 선거인단 확보 우세하지만 '경합주' 수두룩 = 폭스뉴스의 지난달 14∼17일 전국 조사에서는 트럼프의 지지율이 45%로 42%에 그친 클린턴 전 장관을 3%포인트 앞섰다.

비슷한 시기 워싱턴포스트(WP)와 ABC방송의 조사도 트럼프가 클린턴 전 장관을 2%포인트 앞섰다.

불과 한달전 여러 조사에서는 클린턴 전 장관이 10%포인트가량 앞섰지만, 양자 구도가 굳어지고 지지층이 뭉치면서 우열을 가리기 힘든 박빙 양상으로 변한 것으로 풀이된다.

WP가 지난달 9일 내놓은 조사가 가장 눈에 띈다.

이 조사에 따르면 클린턴 전 장관은 민주당의 텃밭 19개 주 승리에 더해 플로리다 한곳만 추가하면 가볍게 선거인단 271명을 확보, 45대 대권을 거머쥔다.

18개 주와 워싱턴DC 등 19곳은 1992∼2012년 모든 대선에서 민주당 후보의 손을 들어주었다.

선거인단은 총 242명.

따라서 선거인단 29명이 걸린 플로리다만 승리하면 과반인 270명을 1명 웃돌게 된다.

반면 지난 6차례 대선에서 공화당 후보를 매번 선택한 주는 총 13개 주다.

선거인단은 102명에 그쳤다.

클린턴 전 장관의 이러한 여유있는 승리가 점쳐진 것은 백인이 줄고 히스패닉 인구가 늘어난 미국의 유권자 지형 덕택이다.

히스패닉인 남서부 뉴멕시코 주의 경우, 2004년 조지 W.부시가 2번째 대선 도전에서 승리했지만 8년 뒤 오바마 대통령은 밋 롬니에게 10%포인트 이겼다.

히스패닉 인구의 증가 때문이다.

올해는 거의 절반에 달한다.

이 때문에 뉴멕시코는 이번 대선에서 경합주로 꼽혔다.

WP보다 뒤에 나온 정치 전문매체인 '리얼클리어폴리틱스'의 조사 역시 클린턴 전 장관이 201명, 트럼프가 164명의 선거인단을 확보한 것으로 파악했다.

역시 클린턴 전 장관의 우세를 점쳤지만, 그 격차는 WP에 비해 크게 줄었다.

클린턴 전 장관은 뉴욕과 캘리포니아, 뉴멕시코 등 19개 주에서, 트럼프는 캔자스와 테네시, 오클라호마, 텍사스 등 19개 주에서 각각 박빙 이상의 우세가 예상됐으며, 버지니아와 플로리다 등 13개 주(선거인단 173명)에서는 치열한 경합이 전망됐다.

13개 주에는 1992년 이래 6차례 대선에서 단 한차례도 공화당 후보가 이기지 못했던 민주당의 텃밭 펜실베이니아와 6차례 중 5차례를 민주당이 이긴 뉴햄프셔 주 등이 포함됐다.

반면 조지아, 노스캐롤라이나, 애리조나 주 등 6차례에서 5차례 공화당이 이긴 텃밭들이 이번에는 경합지로 분류됐다.

결국 13개 주의 승부가 대선 승패를 가를 것이라는게 '리얼클리어폴리틱스'의 전망이다.

의회전문매체 '더 힐'은 오하이오와 버지니아, 펜실베이니아, 미시간, 위스콘신, 플로리다, 아이오와, 뉴햄프셔, 콜로라도, 네바다 등 10곳을 '스윙 스테이트'(swing state·경합주)로 꼽았다.

퀴니피액대학은 이들 '스윙 스테이트' 10개 주 중에서도 플로리다와 오하이오, 펜실베이이나 등 대표적 3곳이 승부처라고 지적했다.

이 대학이 4월27∼5월8일 이들 3개 주를 상대로 여론조사를 한 결과, 클린턴 전 장관은 플로리다와 펜실베이니아에서 43%대 42%로 트럼프를 1%포인트 앞섰다.

오하이오에서는 트럼프가 43%대 39%로 4%포인트 이겼다.

박빙의 접전인 셈이다.

특히 플로리다는 콜로라도와 함께 1992년 이후 6차례의 대선에서 민주당과 공화당 후보를 3번씩 지지한 지역이다.

오하이오와 펜실베이니아는 대표적 '러스트 벨트'(rust belt·쇠락한 공업지대)이다.

양 지역 모두 1990년대 이후 세계화와 자유무역협정의 여파로 제조업 일자리가 급감해 트럼프가 내건 보호무역의 기치가 먹히는 곳들이다.

◇ 히스패닉·러스트벨트·이메일스캔들 등 변수 줄줄이

= 트럼프와 버니 샌더스(버몬트) 상원의원 등 아웃사이더들이 무서운 돌풍을 일으켰던 경선레이스처럼 본선 판도 역시 안갯속이다.

경제불평등과 일자리 감소 등 열악한 경제상황에 대한 분노와 정치개혁 열망이 겹치면서 민심의 향방을 예측할 수 없기 때문이다.

다만 많은 전문가는 역사상 가장 커진 유권자의 인종적 다양성이 11월 대선을 좌우할 최대 요인으로 꼽는다.

특히 히스패닉 유권자의 파워는 4년 전보다 더욱 커질 전망이다.

공화당의 조지 W.부시 대통령이 승리한 2000년 대선에서는 유권자의 81%가 백인, 10%가 흑인, 7%가 히스패닉이었다.

이 유권자 지형은 오바마 대통령이 연임에 성공한 2012년 백인 72%, 흑인 13%, 히스패닉 10%로 급변한다.

백인의 비율이 9%포인트나 줄어든 것.

적지않은 전문가들은 오는 11월에는 백인 유권자의 비율이 심지어 70% 아래로 떨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무슬림 입국 금지, 멕시코 국경 장벽 설치 등 발언으로 소수인종을 자극한 트럼프에게 불리한 통계다.

'라티노 디씨즌스'의 4월 조사에서 실제 트럼프에 대한 히스패닉의 호감도는 9%에 그쳤다.

비호감도는 87%.

이 추세라면 트럼프는 백인표의 65%를 얻어야 대권을 잡을 수 있다.

반면 오대호 주변 '러스트 벨트'의 민심이 폭발한다면 백인 노동자들의 열렬한 지지를 받는 트럼프에게 유리한 지형이 만들어진다.

또 연방수사국(FBI)이 수사 중인 클린턴 전 장관의 '이메일 스캔들'은 수사 결과에 따라 메가톤급 파장을 일으킬 수 있다.

클린턴 전 장관은 샌더스 의원의 지지층을, 트럼프는 공화당 주류의 지지를 얼마나 끌어내느냐도 관건이다.

이와 함께 제3의 후보가 큰 변수가 될 수 있다.

클린턴 전 장관, 트럼프 모두 호감도가 역대 최저 수준이어서다.

2012년 대선에 출마해 1%의 지지율을 얻은 전 뉴멕시코 지사인 게리 존슨 자유당 후보가 얼마나 선전할지가 두 후보의 운명을 가를 수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