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문재인....안철수....박원순....김무성....오세훈....
나열된 이름에서 공통점을 찾는다면? 네, 짐작하신대로입니다.
유력 정치인들로 내년 대선을 앞두고 자의든 타의든 부쩍 인구에 회자되고 있는 정치인들입니다.
여기에 적어 놓은 정치인외에도 '대망'을 꿈꾸는 정치인들은 많을 겁니다.
그렇다고 여기서 정치나 대선 이야기를 하자는 건 아니고요, 오늘은 주식시장을 비정상적으로 들썩이게 하는 '테마주' 문제를 짚어볼까 합니다. 아시다시피 새삼스런 문제는 아닙니다. 그런데 대선을 앞두고 이른바 정치 테마주들이 다시 기승을 부리고 있습니다.
Q. 테마라는 게 말 그대로 어떤 주제를 말하는 거니까, 특정한 주제로 연관성을 갖고 있는 주식들을 묶어서 테마주라고 하는 거죠?
A. 그렇습니다. 주식시장에 새로운 이슈가 발생했을 때 사업방향이 비슷한 종목끼리 묶어놓은 것이 원래 말하는 테마주입니다. 이를테면 건설 부양책이 발표되면 그 영향을 받는 건설 관련주들이 테마주가 되는 것이고, 휴대폰이 잘 팔리면 휴대폰 부품주 같은 것들이 한 테마를 이루며 주가가 움직이는 것. 이렇게 정책이나 실적을 근거로 한 테마주는 선택에 따라 훌륭한 투자처가 될 수 있습니다.정상적인 주식투자 전략인 것이죠.
그런데 이런 정상적인 테마주 말고 억지로 끼워 맞춘 테마주들이 있습니다. 개연성이 없는 주식들이 테마군으로 묶여 움직이기도 하고, 주가 조작세력에 의해 황당한 테마주가 만들어지기도 합니다. 이런 억지 테마주들이 주식시장을 어지럽히고 결국은 개인투자자들에게 피해를 입히는 겁니다.
Q. 그런 예로 정치인 테마주가 대표적이지 않나 싶은데요. 대선을 앞두고 벌써부터 극성을 부리는 거죠?
A. 유력 정치인과 특정 회사를 연관시키는 게 정치인 테마주입니다. 오래 전부터 있어왔죠. 특히 5년마다 치러지는 대선 때 더 기승인데요. 내년 대선을 앞두고 요즘 정치인 테마주가 다시 주식시장을 뒤흔들고 있습니다. 요즘 가장 뜨거운 정치인 테마는 누구일까?
바로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입니다. 최근 국내를 다녀갔는데 귀국 직후 발언이 대선 출마를 시사한 것으로 받아들여지면서 이른바 반기문 테마주들이 들썩였습니다.
어떤 기업들이었을까? 반총장의 동생이 임원을 맡고 있는 회사는 그렇다 치더라도 다른 반기문 테마주들은 정말 이렇게도 엮을 수 있나 싶을 정도로 반 총장과 직접적인 관련을 찾아볼 수 없는데요.
한 회사는 임원이 반 총장과 국제회의를 개최했다는 이유로, 또 다른 회사는 반 총장의 고향인 충북 음성에 기반을 두고 있다는 이유로 반기문 테마주에 올라있고, 단순히 회사 대표가 유엔 환경계획의 상임위원이라는 것도 반총장과 엮는 이유가 되고 있습니다. '유엔' 자만 들어가면 죄다 반총장과 인연이 맺어지는 건지 싶을 정도입니다.
또 대표나 임원이 반 총장의 고등학교나 대학 동문이라는 이유도 있습니다. 이렇게 엮인 반기문 테마주, 계속 늘어나 벌써 20개가 넘는다고 합니다.
반총장에게만 이런 테마주 타이틀이 붙는 건 아닙니다. 유력 정치인들에게는 모두 이러저런 배경을 붙여서 테마주들이 붙어 있는데 문재인, 안철수, 박원순, 김무성, 오세훈, 유승민, 안휘정 등등 해서 수도 없는 정치인 테마주들이 주식시장을 흔들고 있습니다.
사실 고향, 대학 동문, 이런 것들이 무슨 대단한 연결 고리가 될 수 있으며, 또 연결된다 한들 그 관계가 기업 성과에 얼마나 영향을 줄까? 말이 안되는 현상입니다.
Q. 이런 정치인 테마 말고도 비정상적인 테마주는 많이 있지 않습니까?
A. 테마주도 많이 다양해졌습니다. 과거에는 정치적 이벤트나 북한의 무력 도발 같은 이슈를 주로 따라다녔는데 최근에는 사회 전반의 이슈로 확대됐습니다. 얼마 전 이세돌 9단과 세기의 대결을 펼친 인공지능 프로그램 알파고도 테마주로 엮인 적이 있습니다. 대국이 시작되자마자 국내 인공지능 관련주들이 일제히 급등세를 보였습니다.

하지만 실제 인공지능 기술력을 보여준 구글과 국내 인공지능 회사들은 차원이 많이 다릅니다. 그래서 실제 알파고와 전혀 관련이 없던 이들 종목들의 테마 움직임은 굉장히 짧게 끝났습니다.
또 올해는 이례적으로 미국 대선 테마주도 등장했습니다. 힐러리 민주당 후보 테마주로 분류된 한 종목은 힐러리 후보가 민주당 경선에서 유리한 상황이 되자 가파르게 상승했습니다. 지난해 영업손실을 기록한 회사로 실적은 뒷걸음질인데 주가는 힐러리 테마로 엮이면서 한 달 동안 50%가 넘게 올라갔습니다. 이 회사가 힐러리 테마로 엮인 이유는 회사 대표가 지난 2010년 해외에서 봉사활동을 했는데 그때 힐러리와 친분 맺었다는 것입니다.
공화당 대선후보가 된 트럼프 테마주도 있습니다. 지난 2011년 트럼프 후보의 아들이 우리나라를 찾아 새만금 사업에 투자를 하겠다는 뜻을 밝힌 적이 있는데, 그걸 이유로 새만금 일대에 땅을 많이 가진 회사가 트럼프 테마주로 불린 것이죠.
이런 테마가 현실성이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실제로 얼마나 있을까 싶지만 그런데도 주식시장에서 이렇게 테마가 만들어지는 건 어떤 세력들의 의도적인 작업의 결과입니다. 보통 우리가 '찌라시'라고 부르는 증권가 정보지가 이런 근원도 불분명한 테마 형성에 한 몫하고 있습니다.
Q. 테마로 엮는 거야 누가 뭐라 하겠습니까만 문제는 이런 테마주가 정치인들의 발언이나 행보에 따라 급등락을 반복하고 결국은 개인투자자들에게 피해를 준다는 점이죠.
A. 테마주의 급등락은 굉장히 비정상적입니다. 올라가고 내려가는 이유가 따로 없으니까, 주식시장의 흐름을 어지럽히는 것입니다. 교묘하게 이를 악용해서 부당이득을 챙기려는 세력이 있는 거고 결국 그 피해는 정보가 부족한 개미투자자들이 떠안는 상황이 되고 맙니다.
실제로 적발된 주가조작 사례를 보면, 본사가 반기문 총장의 고향에 있다는 이유로 반기문 테마주로 불린 회사가 있습니다. 그런데 최대주주가 시세 조종꾼을 끌어들여 회사 주가를 인위적으로 끌어올렸습니다. 한 주당 960원 대였던 주식이 3천4백원 대까지 급등했습니다. 이렇게 주가를 띄워놓고 최대주주는 보유하고 있던 차명주식을 팔아 거액을 챙겼다가 검찰에 구속됐습니다. 이렇게 적발된 건 사실 빙산의 일각일 뿐입니다. 수많은 억지 테마주들, 누군가가 주가 흐름을 인위적으로 조작하지 않고는 불가능합니다.
Q. 그런데 투자를 하는 개인들도 문제가 있는 거 아닌가요? 상식적으로도 이해가 안되는 연결고리이고 또 주가 급등락에 따른 피해가 크다는 걸 알텐데요.
A. 개미투자자들이 이렇게 투기에 가까운 테마주 투자를 하는 이유는 한마디로 단기간에 고수익을 올리겠다는 욕심 때문입니다.경제학 용어로 수식을 한다면 고위험 고수익,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입니다. 그런데 그 욕심의 근거가 있기는 합니다. 과거에 테마주의 주가 폭등에 대한 경험 때문인데요.
대표적인 게 지난 2007년 17대 대선정국 때입니다. 당시 유력 대권주자였던 이명박 후보가 20조 원이 넘는 자금을 투입한다는 4대강 사업을 공약으로 내걸자, 정부 발주공사를 주로 맡았던 회사의 주가가 단기간에 폭등했습니다. 8개월 만에 30배가 넘게 올랐습니다.
지난 대선에서도 박근혜 당시 후보의 저출산 대책 공약 덕분에 유아용품기업들의 주가가 10배가 넘는 폭등을 기록하기도 했습니다. 이런 기억들이 개인투자자들을 부채질 하며 테마주 투자를 부추기는 겁니다.
실제로 모든 개인 투자자들이 매번 손실을 보는건 아닙니다. 운 좋게도 이런 테마에 편승해 단기간의 수익을 크게 올리는 사람들도 있을 겁니다. 그러니까 개인들이 테마주 투자를 할 때는 재빨리 들어가 차익을 보고 나오겠다,이런 생각을 갖고 하는 것인데, 그렇지만 그게 생각보다 쉽지 않습니다.
의도적으로 테마를 만든 세력이 더 전문가니까요. 위낙 급등락이 심하다보니 개인들은 적절한 대응을 못하고 결국 손실로 이어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테마주는 결국 폭탄 돌리기이고 마지막에 그 폭탄을 받는 건 결국 개인투자자입니다. 불에 타 죽는 줄 모르고 불길 속으로 달려드는 불나방에 비유할 수 있습니다.
Q. 이런 비정상적인 테마주, 주가조작 이런 거는 사실 굉장히 오래된 문제 아닙니까? 금융당국이 제대로 단속을 할 수는 없는 건가요?
A. 지난 2013년 3월 박근혜 대통령이 취임 후 첫 국무회의에서 주가조작에 대한 강경한 대처를 주문했습니다. 첫 국무회의라는 상징성을 감안할 때 이례적 지시로 받아들여졌습니다. 대선을 앞두고 박근혜 테마주라는 이름으로 대통령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는 기업들의 주가가 치솟았었던 게 배경이 되지 않았나하는 추측이 나왔습니다. 그 당시 상당한 적발 성과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후에도 억지 테마주와 주가조작은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더 지능화되고 다양화돼서 적발하기도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아무리 단속 제도를 만들어도 눈앞의 이익 때문에 불나방처럼 허상을 쫓는 개미투자자들이 있는 한 근절은 어려울 수 밖에 없습니다.
개인투자자들이 알아야 하는 건 주식시장에 절대로 공짜 점심은 없다는 것입니다. 투기적 고수익의 유혹은 달콤하지만 결과의 쓴 맛도 크다는 것, 그게 비정상적인 테마주 투자의 진실입니다.
※차茶경제: 차(茶) 한잔의 여유. 향기로운 차를 음미하듯 차병준 SBS 논설위원의 친절하고 품격있는 경제 해설을 만나 보세요.
* 기획 : 차병준 / 구성 : 윤영현 / 그래픽 : 안준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