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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人터뷰+] "망가질까봐 안고 갑니다"…따뜻한 '뚜벅이 택배'

임태우 기자

입력 : 2016.06.06 15:13


‘택배’라고 하면 흔히 유니폼 조끼를 입은 건장한 택배 직원이나 커다란 짐칸이 달린 택배 운송 트럭이 떠오르죠. 그런데 그런 선입견을 깬 새로운 택배가 있습니다. 평균 나이 60세가 넘는 어르신들이 지하철과 두 발을 이용해 나선 택배. 이른바 ‘뚜벅이 택배’가 바로 그 주인공입니다. 뚜벅이 택배는 서울 송파구가 2006년 시작한 노인 일자리 사업의 하나입니다. 그러다 사업이 차츰 자리 잡기 시작하더니 지난해 이용 건수가 1만 건을 돌파했습니다.

젊은이도 하기 쉽지 않다는 고된 택배 일을 어떻게 어르신이 하는 것일까요? SBS 취재진은 2013년부터 거르지 않고 뚜벅이 택배 일을 해오셨다는 72세의 박준채 어르신 이야기를 직접 들어봤습니다. <편집자 주>


- 처음 시작하시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 노인 일자리 모집 공고가 나서 그걸 보고 지원하게 됐습니다. 더 많은 곳을 돌아다니면서 견문을 넓히고, 사회에 봉사도 하고, 용돈도 벌고 운동도 할 수 있겠다 싶어서 일한 거죠.

- 그래도 적지 않은 연세에 종일 돌아다녀야 하는 일을 하신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닐 것 같아요?
= 하루에 보통 한 건 정도 하기 때문에 괜찮아요. 두세 시간 정도 걸리고. 배달 위치가 지하철 내려서 또 버스를 타고 가거나 그러면 좀 힘들죠. 힘들면 쉬었다가 다시 가고 그래야지 별수 있나요? (하하)
- 택배 하시면서 가장 신경 쓰시는 부분은?
= 가장 큰 걱정은 ‘고객이 원하는 시간 내에 하자 없이 전달할 수 있을까?’ 하는 게 고민이었죠. 아무래도 택배다 보니까 고객이 원하는 시간 내에 배달할 물건이 망가지지 않고 정확하게 배달이 될 수 있을까 하는 거. 지금은 스마트폰을 이용해서 길을 잘 찾고 있어요.

- 어르신들은 보통 스마트폰 다루기를 어려워하시잖아요?
= 지금은 괜찮아요. 다음이나 네이버로 지도 검색하는 거니까 거의 숙달은 다 됐죠. 동년배 중에서 서툰 사람들은 좀 서툰데, 그런 건 본인한테 달린 거니까요. 스마트폰으로 주소 검색하는 거 제대로 하는 데까지 한 6개월 정도 하니까 좀 익숙해지더라고요.

- 그 외에 배달할 때 가장 신경 쓰시는 점이 있다면요?
= 택배 받으시는 분이 전화 연결이 될까, 아니면 댁에는 계실까 하는 거예요. ‘핸드 인 핸드로(손에서 손으로)’, 제가 직접 전달을 해야 하잖아요. 없으면 문 앞에 놓으라거나 경비실에 두라거나 언질을 주면 좋을 텐데…. 또, 배달 물건이 망가지지 않고 배달할 수 있을까 하는 점도 신경을 많이 쓰죠. 배달 시간이 출퇴근 시간에 걸리면 문제가 많이 있어요. 만원 지하철이 되다 보니까. 고객들은 완전한 상태에서 받는 것만을 원하지, 사실 과정은 생각하지 않잖아요. 만원 지하철처럼 붐비면 정말 신주 모시듯 안고 갑니다.

- 그렇게 공들여서 배송하고 다니시면 힘드실 것 같아요. 일하면서 보람은 어떠세요?
= 그래도 받는 사람이 받았을 때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면 나도 즐거워요. 행복의 전도사라고 생각하는 거죠. 내가 배달할 때 기쁜 마음을 가지고 있으면 받는 사람도 기쁘지 않을까. 웃는 얼굴로 가면 의뢰인도 수령인도 좋겠지요. 그래서 힘들어도 인상 쓰지 않아요. 더울 때나 추울 때 “어르신께서 수고가 많으시네요.”라면서 찬 음료수나 뜨거운 차, 커피를 받았을 때가 아무래도 제일 뿌듯하죠. 꽃이나 떡, 옷, 서류, 잡화, 휴대전화 같은 걸 주로 배달하는데, 물건 자체가 꽃이나 서류처럼 받았을 때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거여서 상대방이 받고 기뻐하면 저도 같이 기쁘지요.
- 올해 연세가 72살이신데, 언제까지 하실 거예요? 앞으로 계획이라든가….
= 고객이 신뢰하고 다시 찾는 택배의 달인이 되고 싶어요. 고객이 항상 믿고 다시 찾는 사람이 되고 싶은 거죠. 고객을 만족 시키는 것. 건강이 허락할 때까지 하고 싶습니다. 앞으로 한 5~6년 정도, 80살까지는 하고 싶은데 뭐 그건 내 욕심이지. 내일을 어떻게 알겠습니까.

▼ 출산율의 급속한 하락과 평균 수명의 연장으로, 빠르게 고령화가 진행되는 우리나라. 이런 상황에서 노인 실업 문제는 결코 외면할 수 없는 문제가 됐습니다. 더불어 노인 일자리 개발도 청년 못지않게 시급한 사안으로 떠올랐습니다. 

그런데 한 가지 간과해선 안 되는 사실은 노인들이 모두 돈만을 위해 재취업을 원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은퇴 후 느끼는 공허함과 인간관계의 단절, 무기력감을 함께 해결해 줄 수 있는 측면에서 노인 일자리를 고민해야 하는 것이죠.

그런 의미에서 ‘뚜벅이 택배’는 모범적인 모델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이 사업을 담당하는 송파구청 측은 “그냥 단지 ‘어르신이 돈 버시는구나’라고 생각하며 넘기지 마시고, 고생하신다는 격려의 말 한마디를 건네주셨으면 좋겠습니다.”라고 전했습니다. 인생의 황혼기에서 새로운 시작을 하신 어르신들을 향해 사회적으로 따뜻한 시선을 보내는 분위기가 자리 잡혔으면 좋겠습니다.

* 기획·구성 : 임태우 기자·김혜인 인턴/ 그래픽 디자인 : 김은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