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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리포트] "누군가 당신 아내를 성폭행한다면 당신은 어떻게 할 것인가?"

박병일 기자

입력 : 2016.06.05 09:52|수정 : 2016.06.05 09:52


제목이 무척 자극적입니다. CNN에 보도된 원 제목과 다른 제목을 붙인 이유는 이 글 후반부에서 밝히겠습니다. 미국 뉴욕에서 있었던 이 사건을 다룰 재판에 나오게 될 배심원단은 아마도 피고 측 변호사로부터 필시 이 제목과 같은 질문을 받게 되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그럼, 아래 동영상부터 보면서 이야기를 풀어나가 보도록 하겠습니다.
 
 
뉴욕에 있는 한 아파트 복도에 설치된 CCTV 화면입니다. 한 남성이 초조한 모습으로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데 마침 문이 열리고 한 남성이 내립니다. 문이 열린 엘리베이터에 올라 타려는 순간, 조금 전 엘리베이터에서 내린 남성이 손에 든 뭔가로 이 남성을 마구 내려칩니다. 다짜고짜 두들겨 맞은 남성은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끝내 숨졌습니다.
 가해 남성 디알로 (좌)   숨진 남성 내쉬 (우)가해 남성은 61살의 '마마두 디알로'이고 숨진 남성은 43살 '얼 내쉬'입니다. 디알로는 내쉬를 왜 숨질 만큼 두들겨 팼던 것일까요? 시계를 이 시점으로부터 30분 전으로 되돌려 보겠습니다. 디알로는 부인 (네네가일 디알로, 51세)으로부터 걸려온 전화를 받았습니다. 부인은 거의 제정신이 아닌 목소리로 자신이 당한 일을 알렸습니다.
사진=CNN 캡쳐부인은 이날 조카와 함께 집에 있었는데 누군가가 문을 노크했습니다. 그녀가 문을 열자 어떤 남성이 거칠게 밀치고 들어왔고 자신의 상의를 벗어 던진 뒤 그녀의 옷을 찢기 시작했습니다. 부인은 미친 듯이 소리치며 저항했고 이 소리를 들은 조카가 달려와 이모와 함께 이 남자와 싸웠습니다. 부인을 성폭행하려던 남성은 결국 자신의 옷 조차 제대로 추스르지 못한 채 집 밖으로 달아났습니다.
 
끔찍한 일을 당한 부인은 곧바로 휴대전화를 들어 남편에게 이 사실을 알렸고, 남편은 전화를 받자마자 자동차 바퀴를 교체할 때 쓰는 지렛대 손잡이를 들고 집을 향해 내달렸습니다. 그리고 아파트 엘리베이터를 타고 자신의 집이 있는 층에 내리는 순간, 상의를 벗고 도주하려던 내쉬를 발견했던 겁니다. 참 기막힌 타이밍입니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곧바로 내쉬를 두들겨 팬 남편 디알로를 체포했습니다. 그리고 경찰 조사 결과 숨진 내쉬는 강도와 방화, 폭행 등 19건의 전과가 있었던 인물이었습니다.
 
통상 살인 혐의로 체포된 경우 엄청난 보석금을 내야만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을 수 있는데 디알로는 보석금 없이 일단 풀려났습니다. 추측하건대 디알로가 내쉬를 살해할 의도로 두들겨 팬 것이 아니라는 판단이 작용하지 않았을까 생각됩니다. 게다가, 디알로가 풀려나던 날, 구치소 밖에서는 이 뉴스를 접하고 달려온 많은 청중들이 디알로에게 환호와 박수를 보냈습니다.
재판정 밖 석방후 관중 환호 (사진=CNN 캡쳐)디알로의 아들인 압둘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누군가가 집에 침입해 당신 부인을 마구 때리고 성폭행 한다면 당신 역시 그 남자를 두들겨 팼을 겁니다. 과연 그런 일이 일어난다면 당신은 가만히 앉아서 그 불한당이 유유히 떠나는 것을 지켜 보시겠습니까?"
사진=CNN 캡쳐디알로에 대한 재판은 오는 27일 열립니다. 이 글 제목과 서두에서 밝혔던 대로, 이 재판에서 디알로의 변호사는 배심원단을 향해 그의 아들 압둘이 했던 질문, 그러니까 '누군가 당신 아내를 성폭행한다면 당신은 어찌할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지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사진 & 동영상 = C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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