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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내 北 모든 위장·은닉거래 겨냥…北 BDA 때보다 타격 클 듯

윤영현 기자

입력 : 2016.06.02 07:57


미국 재무부가 현지시간으로 1일 사상 처음으로 북한을 '주요 자금세탁 우려 대상국'으로 공식 지정한 것이 과연 어느정도 제재효과가 있을지 주목됩니다.

특히 북한 정권이 커다란 '고통'을 호소했던 2005년 방코델타아시아(BDA) 사태 이상으로 강력한 압박효과가 나타날지가 관심사가 되고 있습니다.

일단 이번 조치는 북한과 거래하는 제3국의 특정 금융기관이 아니라 북한 자체를 주요 자금세탁 우려 대상국으로 지정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각별합니다.

미국과 거래관계에 있는 제3국 금융기관 모두에게 북한이라는 특정국가와의 거래를 사실상 끊으라는 메시지를 발신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한 외교소식통은 "북한을 겨냥해 가장 포괄적인 '세컨더리 보이콧'(2차 제재)을 적용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것"이라며 "미국과 거래하고 싶으면 북한과의 금융활동을 하지 말라는 뜻을 담고 있다"고 풀이했습니다.

주요 자금세탁 우려 대상국 지정의 효과는 이미 BDA 사태에서 뚜렷히 확인된 바 있습니다.

재무부는 9·19 공동성명 채택 직전인 2005년 9월15일 애국법 311조에 의거해 BDA를 제재대상으로 지정했습니다.

그러자 모든 미국 은행들이 즉각 BDA와의 거래를 중단했고 고객들의 예금인출 사태에 직면한 BDA는 지불동결 조치를 취했습니다.

이어 BDA의 경영권을 잠정 인수한 마카오 당국은 BDA 계좌 가운데 북한과 관련된 혐의가 있는 모든 계좌를 동결했습니다.

당시 김정일 통치자금의 일부은 2천500만 달러가 일시에 '묶인' 것이었습니다.

이는 미국조차도 미처 예상치 못했던 파괴력을 몰고왔습니다.

제3국의 특정은행을 주요 자금세탁 우려 대상으로 지정만 했는데도 북한의 국제결제시스템이 마비되는 후폭풍을 가져온 것이었습니다.

북한 정권은 전례없는 강도로 반발했고 급기야 BDA 동결계좌를 풀지 않으면 6자회담에 복귀하지 않겠다고 선언하면서 북핵 협상은 1년여 가까이 공전했습니다.

이번에 북한 자체를 주요 자금세탁 우려 대상국으로 지정한 것은 북한과 거래하는 제3국의 모든 금융기관에게 북한과의 금융거래를 차단 또는 회피할 것을 주문한 것이어서 형식상으로는 BDA 사태때보다 훨씬 더 광범위한 효과를 기대해볼 수 있습니다.

상황에 따라서는 외국에서 불법활동을 통해 획득한 북한 통치자금의 흐름이 노출될 수도 있다는 기대도 나오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번 조치가 반드시 BDA 이상의 효과를 발휘할 것으로 예단하기는 힘들다는 게 외교소식통들의 지적입니다.

결론적으로 북한이 주로 거래하는 중국의 금융기관들을 관리 감독하는 중국 당국의 '정책적 의지'가 최대 관건이라는 분석에서입니다.

우선 중국에 공식 등록된 극소수의 북한 금융기관들은 이미 '2270'호와 같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제재결의 블랙리스트에 올라 있어 이번 조치와 무관하게 이미 국제 금융계의 '표적'이 되고 있습니다.

이번 조치는 바로 유엔 안보리 제재 차원에서 잡아내지 못하는 '허점'(loophole)을 보완하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다시 말해 북한이 위장회사나 무역업체, 심지어 공관원을 활용해 중국 금융기관들과 차명으로 하는 '은닉된 거래'까지 잡아내겠다는 의도를 담고 있다는 얘기입니다.

특히 미국 금융기관과 계속 달러로 거래해야 하는 중국 금융기관들로서는 미국 재무부의 '주문'에 따라 북한과의 거래를 피해야 한다는 압박감을 강하게 느낄 것이라는 게 외교소식통들의 설명입니다.

다만 중국 내에서 비공식 거래를 하는 북한 금융기관 수십여개의 실체를 정확히 파악하기 힘든데다가, 중국 금융기관들이 어느정도 자발적 의지를 갖고 제재에 협조할지는 두고볼 일입니다.

특히 북한과 비공식 거래를 하는 중국 금융기관들은 주로 지방 소도시 은행들이 많아 미국과의 거래 자체가 없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후문입니다.

한 외교소식통은 "BDA 사태 이후 북한이 위장 금융회사를 통해 중국 지방은행들과 은닉 또는 분산거래를 하는 경우가 많이 늘어났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결국 '자발성'을 기대하기보다는 이들 금융기관에 대해 감독권을 쥔 중국 당국이 대북 제재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발휘하는 게 중요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입니다.

주목할 대목은 중국 당국이 움직이지 않을 경우 미국이 정보기관 또는 수사기관을 통해 획득한 무기와 위조지폐, 마약, 담배거래 관련 돈세탁 정보를 제시하면서 중국을 압박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입니다.

BDA의 경우도 미국 연방수사국(FBI)이 무기 밀매와 위조지폐 거래를 추적하는 과정에서 북한의 돈세탁 혐의를 포착한 것이 결정적 계기가 됐습니다.

만일 미국이 움직일 수 없는 정보를 제공한다면 중국으로서도 해당 금융기관에 대해 대북제재와 관련한 제재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한 외교소식통은 "현재로서는 북한에 대한 제재효과가 당장 어떻게 나타날 것이라고 단정하기 힘들다"며 "중국의 정책적 의지와 미국의 설득 노력이 어떤 결실로 나타날지 지켜봐야 한다"고 밝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