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영화 '곡성(哭聲)'이 개봉 보름여 만에 관람객 5백만을 넘기며 돌풍을 일으키고 있지만 정작 곡성(谷城) 주민들은 이 영화를 볼 수가 없습니다.
상설영화관이 없기 때문에 곡성을 보기 위해서는 곡성이라는 지역명처럼 '깊은 골짜기와 높은 산'을 넘어 주변 대도시로 마실 나가야 합니다.
곡성군은 문화센터에서 DVD 출시 6개월이 지난 작품이나 애니메이션을 무료상영하고 있지만 문화적 갈증을 달래주기에는 역부족입니다.
우리나라 역대 흥행 기록을 갈아치운 '명량' (1천761만 명) 촬영지 전남 진도군도 사정은 마찬가지였습니다.
영화는 2014년 개봉 12일만에 역대 최단기간 1천만관객을 돌파했지만, 진도군 주민들은 영화상영관이 단 한 곳도 없는 지역 실정 탓에 약 한 달 뒤에나 영화를 볼 수 있었습니다.
진도군은 대기업의 도움을 받아 영사기를 문화회관에 설치해 단 하루 두 차례 영화를 상영해 지역민의 아쉬움을 달랬습니다.
문화체육관광부에 따르면 곡성·진도처럼 영화상영관이 한 곳도 없는 전국 기초지자체는 전국 81곳(2015년 말 기준).
영화상영관이 없는 전국의 기초자치단체들은 문화관광부의 '지역발전전략'(2013년)에 따라 '작은 영화관' 건립에 나섰습니다.
2010년 개관한 전북 장수군 '한누리시네마'를 롤모델로 삼아 사업 추진 2년여 만에 전북 임실, 강원 홍천, 인천 강화, 전남 장흥, 경남 남해, 경북 영양 등 21곳에 작은 영화관이 둥지를 튼 것이 계기가 됐습니다.
여기에 추가로 22곳이 작은 영화관 개관을 앞두고 있고, 작은 영화관 사업과 별도로 각 기초지자체와 민간기구들이 마을극장을 건립하고 있습니다.
내 마을에 생긴 영화관에 대한 농촌·산골·어촌 마을 주민들의 반응은 폭발적입니다.
인구 2만 7천여 명에 불과한 우리나라 최북단 초미니 산골 마을인 화천군의 작은 영화관 관람객은 2014년 두 곳의 작은 영화관을 건립한 이후 어느새 10만 명을 넘어섰습니다.
화천군 주민 1인당 평균 3.4회 관람한 셈입니다.
여세를 몰아 화천군은 오는 6월 상서면에 100석 규모의 영화관을 추가로 개관, 전국 최초로 작은 영화관 3곳을 운영합니다.
지난해 말 개관한 평창시네마에서는 유치원생, 마을 친목회, 노인회 등의 관람 열풍이 일면서, 불과 97석 영화관에 한 달 평균 6천여 명이 찾았습니다.
올해 1월 문을 연 충남 1호 작은 영화관 서천군 기벌포영화관이 개관 52일 만에 누적 관람객 1만 명을 돌파했고 경북 고령의 작은 영화관은 2개월만에, 전남 나주의 작은 영화관은 4개월만에 1만 관객 고지를 넘었습니다.
군립도서관에 영화관을 마련한 충북 증평군은 책 한 권 기증하면 무료로 영화를 보여주는 '북(book)적 북(book)적 작은 영화관'을 운영해 장서도 늘리고 주민들에게 문화의 기회를 보장하는 일거양득 정책을 펴고 있습니다.
문화체육관광부 관계자는 "현재 올해와 내년 작은 영화관 추가 설립 계획을 수립 중이다"며 "문화체육관광부에서 5억 원을 지자체와 매칭 형태로 지원하지만, 영화관 신설과 운영은 지자체 의지에 달렸다"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