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젊은이들을 옥죄고 있는 가장 큰 문제는 뭘까요? 청년 실업 문제를 꼽는 분들 많을 겁니다. 사실 경기 관련해 요즘 좋은 소식이 별로 없습니다. 수출은 계속 줄고 기업들은 구조조정으로 몸살을 앓고 있고, 성장률 전망치는 발표때마다 떨어지고 있습니다. 거듭되는 악재속에 고용 시장은 그래도 나름 잘 버텨줬다고 볼 수 있는데 유독 청년 고용 시장은 한겨울 칼바람이 지속되고 있습니다.

지난 4월 고용 동향을 보면 15세에서 64세까지 경제활동인구의 고용률은 65.7%로 35개월 연속 높아졌습니다. 실업률도 3.9%로 지난해 4월과 같았습니다. 그런데 15세에서 29세까지의 청년 실업률만 0.7% 포인트 상승해서 10.9%를 기록했습니다. 월 기준으로 역대 최고치 경신을 석달 째 이어간 것입니다. 사상 최악이라는 청년 실업 문제, 문답을 통해 원인과 대책 등을 따져봤습니다.
A : 구직을 포기했다가 구직 전선에 뛰어든 사람들이 늘었기 때문이라는 게 정부설명입니다. 지난 일주일 동안 구직 활동을 한 사람들 중에 직업을 못 구한 사람만 실업자로 보는 통계 때문입니다. 학생들과 군대 간 사람은 실업자에서 제외합니다. 기업에 원서 내는 구직 활동을 하지 않은 사람도 빠지고, 편의점에서 일주일에 몇 시간 정도 아르바이트를 한 사람도 실업자가 아닌 것입니다.
그런데 4월에 공무원 시험도 있고, 기업의 신규 채용도 있어서 입사원서를 내고 구직활동을 하는 사람이 늘어나 실업률이 올라갔다는 것입니다. 정부 설명이 틀린 건 아니지만 월 기준 청년 실업률이 계속 최고치를 경신하는 건 다른 이유가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습니다. 경기 둔화의 영향이 서서히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란 것이죠. 무엇보다 수출이 16개월 째 감소세입니다.

그래서 신규고용을 이끌어오던 제조업 취업자 증가폭이 눈에 띄게 줄어들었습니다. 제조업 취업자 수는 지난 1월 14만5천 명에서 2월에는 10만8천 명까지 내려오더니 지난달에는 5만 명 이하로 뚝 떨어졌습니다. 29개월 만에 증가폭이 가장 낮은 수준입니다.
문제는 이런 상황이 올해 더 악화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국내 30대 그룹에서 올해 신규 채용을 계획하고 있는 규모가 지난해보다 4% 이상 줄어들 걸로 집계되고 있습니다. 경기가 부진한데도 지난해 정부의 일자리 창출 압박으로 계획보다 1만 명 정도를 더 뽑았던 탓도 있고, 정년 연장에 따른 신규채용 수요 감소도 있습니다.
실제로 올해 정년 연장 대상 근로자가 있는 123개 기업을 대상으로 대한상공회의소가 조사했더니 절반이 넘는 64곳에서 신규 채용을 줄일 거라고 답했습니다.
A : 청백전이라는 말은 청년백수 전성시대의 줄임말입니다. 이십대 태반이 백수라는 이태백에서 이제는 20대 90%가 백수라는 이구백 조어까지 생겨났습니다. 제대로 된 일자리를 못 잡고 인턴만 하다보니 부장급 경력을 가진 부장인턴이 되고, 인턴만 하기 위해서 태어난 사람이라는 호모인턴스라는 말도 나왔지요.
또 연애,결혼,출산을 포기하는 3포 세대를 넘어서 집과 인간관계도 포기하는 5포 세대’, 꿈과 희망까지 내려놓는 7포 세대’ 이것도 모자라 모든 것을 포기하는 'n포 세대'까지 등장했습니다. 자신을 이런 n포 세대라고 생각한다는 2030세대가 70%에 육박한다는 조사결과까지 나왔는데, 청년실업이 얼마나 심각한지, 그리고 청년들이 가지고 있는 상실감이 얼마나 큰지, 이런 말들로 잘 알 수 있습니다. 아프니까 청춘이다라는 말로 위로하기에는 청춘들이 너무 많이 아픈 것입니다.
A : 명목실업률과 체감실업률의 괴리 때문입니다. 체감실업률은 24%쯤 되니까 현재 명목 실업률의 두배를 넘습니다. 명목 실업자 52만 명의 두 배 이상인 120만 명 이상이 실업의 고통을 겪고 있다는 말입니다.

생산활동이 가능한 청년층 4명 가운데 1명꼴입니다. 통계방식의 차이 때문에 이런 괴리가 생겨 나는 거죠. 체감실업률 산출은 국제노동기구 ILO가 권고하는 고용보조지표를 활용하는데, 6시간 미만의 취업자와 취업을 희망하고 일할 능력도 있지만 구직활동을 포기한 이른바 구직 단념자, 이런 사람들을 명목실업률에서는 실업자가 아닌 걸로 보는데, 체감실업률에서는 포함시키는 것입니다. 체감이라는 말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이 체감실업률이 사실은 청년들의 실업 상태를 더 여실히 보여준다고 볼 수 있습니다.
A : 정부는 2017년까지 고용율 70% 달성을 목표로 내세웠고 지금까지 9번의 일자리 대책을 쏟아냈습니다. 이 가운데 6번이 청년일자리 대책이었고 돈도 많이 썼습니다. 일자리 창출, 직업 훈련, 고용 장려금, 창업 지원 같은 청년 일자리 사업에 해마다 2조 원 안팎의 돈이 들어갑니다. 기업들에게 청년을 채용하라고 연례행사처럼 압박하기도 합니다. 그렇게 해서 지난해 늘어난 청년 취업자가 6만8천 명입니다.
하지만 이렇게 생긴 일자리 중 상당수는 질 나쁜 일자리입니다. 청년 임금근로자 중에서 시간제 근로자 비율은 2012년 12%였는데 지난해 16.2%로 급등했습니다. 또 이 기간 동안 다른 연령층은 모두 정규직 비중이 높아졌는데, 유독 청년층만 정규직 비중이 낮아졌습니다. 쓴 돈에 비해 효율성이 높아보이지 않습니다. 이유는 일자리 대책이 노동구조의 근본적인 원인을 치료하지 못하고, 겉핥기식이거나 기존에 나왔던 대책의 재탕 수준에 머물렀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이번에 발표된 대책 중 청년이 중소기업에 2년간 일하면 1200만 원을 만들 수 있도록 하는 청년취업내일공제 제도도 속을 들여다보면 기존에 시행하던 중소기업 청년취업인턴제를 포장만 조금 바꿔놓은 것입니다.
청년 고용 대책 가운데 하나인 세대간 상생고용 지원제도도 임금피크제와 임금체계 개편 같은 세대간 상생 고용 노력을 하고 청년을 채용한 기업에 고용보험기금으로 지원해주겠다는 건데, 연간 540만 원의 한시적 지원금을 받기 위해 청년 채용을 더 늘리는 기업이 얼마나 될지는 의문입니다.
청년희망펀드도 2천억 원을 조성했는데 노동부가 처음 사업계획 설명회 때 청년 12만5천 명에게 취업 기회를 제공하고 청년일자리 6300개를 만들겠다고 했는데 지금까지 몇 개의 일자리를 만들었는지 알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예산을 쏟아부어 단기간의 일자리 숫자를 늘리기보다는 노동시장, 교육 등 보다 근본적인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입니다.
A : 로제타는 지난 1999년 벨기에 영화의 여주인공 이름에서 따온 영화 제목입니다. 17세 여주인공 로제타가 일하던 식품공장에서 내몰리면서 실업자가 되고, 처절하게 사는 모습을 담은 영화입니다. 그 해 칸 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과 여우주연상을 받기도 했습니다. 영화 개봉 후 벨기에에서는 미성년자·청년 실업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여론이 들끓었습니다.
그래서 2000년에 나온 것이 로제타 플랜이죠. 50인 이상 기업은 전체 고용의 3%를 청년으로 채워야 하고, 어기면 매일 1인당 74유로, 약 10만 원 정도의 벌금을 물리는 정책입니다.
효과는 즉각 나타났습니다. 첫해에만 5만 명의 일자리가 생기면서 청년 실업률이 22.6%에서 15.2%까지 떨어졌습니다. 하지만 도입 3년 뒤 청년실업률은 21.8%로 되돌아갔고, 그 뒤로도 개선되지 않았습니다. 저학력 청년들에게 주어진 질 나쁜 일자리가 원인이었고, 강제 일자리 배분 정책은 결국 폐기됐습니다.
그래서 로제타플랜은 질 낮은 일자리를 일시적으로 만들어 내는 데 그쳤다는 비판도 받고, 그래도 단기적으로는 성과를 거뒀다는 칭찬도 함께 받았습니다.
그런데 사실 한국에서도 이 로제타 플랜이 시행되고 있습니다. 공공기관과 지방공기업이 정원의 3%를 청년으로 고용해야 한다는 청년고용할당제인데요, 청년고용촉진 특별법으로 규정해서 2014년부터 2016년까지 3년간 한시적으로 운영중입니다.
한국판 로제타 플랜의 첫해 성적은 그다지 좋지 않아서, 시행 첫해 의무대상 공공기관·지방공기업 391곳 가운데 100곳이 지키지 않았습니다. 4곳 중 1곳이 법을 어긴 것입니다. 현재 야권에서는 이 제도를 대기업 중심으로 민간부분까지 확대하자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꼭 성공적인 제도라고는 할 수는 없지만 단기 효과는 있는 만큼 단기간의 한시법으로 극단적인 청년실업 상황을 우선 타개하고 경제활성화 등 후속 대책을 이어 나가야 한다는 주장입니다. 물론 반대도 있습니다. 나이로 구분해서 청년들의 채용을 우대하는 게 중·장년층 다른 응시자들을 오히려 역차별한다는 주장입니다. 여소야대 정국에서 어떻게 결론이 날지 주목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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