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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범주의 친절한 경제] '부당해고' 복직했더니…"화장실 옆에 앉아라"

김범주 기자

입력 : 2016.05.23 10:41|수정 : 2016.05.23 1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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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친절한 경제입니다. 한 회사에서 구조조정을 해서 해고됐던 직원들이 다시 법적인 조치를 통해서 복직이 됐거든요. 그래서 회사에 나갔는데 더 황당한 일이 발생했다고 하네요.

<기자>

모두 3명인데 작년 10월에, 작년 말에 회사에서 어려우니까 모두 사표를 쓰라고 해서 사표를 쓴 거에요. 그래서 해고가 됐는데, 중앙노동위원회에 제소를 해서 7달 만에 부당해고니까 복직하라고 판정을 받아낸 거예요.

그런데 회사에 갔더니 자리를 어디에 놔뒀냐면, 화장실 입구 옆에 자리를 놔두었습니다. 사진을 보시면 저 자리인데요, 이 회사를 30년 다닌 부장급 직원입니다.

다른 직원들 화장실 가는 문 앞에 저렇게 책상을 놔두고, 컴퓨터나 전화기도 안 주고 앞에 보고 앉아있으라고 저렇게 앉아 있는 거고요, 15년 정도 다닌 여자 과장인데 역시, 화장실 옆, 사무실 안내판 앞에 또 앉혀 놨습니다.

[복직자 A 씨 : 복직하러 왔지 이렇게 화장실 앞에서 앉아 있으려고 온 건 아니다라고 계속 항의를 했습니다.]

[복직자 B 씨 : 회사가 너무 잔인하다. 내가 이런 회사를 다녔던 것이 맞나…평생 잊지 못하는 그런 날일 것 같아요.]

저기는 상장까지 돼 있는 해마다 4, 5천억을 매출을 올리는 큰 철강회사입니다. 그런데 이제 저런 일이 2016년 대한민국에서 실제로 지금 발생하고 있는 일이죠.

<앵커>

저희가 봐도 굉장히 비참한 기분이 들었을 것 같은데 왜 이렇게 회사 측에서는 비인간적인 처우를 했다나요?

<기자>

이유가 들어보시면 황당한데, 첫 번째 이유는 '사무실에 앉을 자리가 없다.'는 거고요, 두 번째가 더 황당한데, 이건 직접 한 번 들어보시죠.

[회사 관계자 : 화장실 앞에서 저희가 근무하라고 한 것은 아닙니다. 본인이 선택한 거예요.]

그랬을 리가 있겠습니까? 이럴 줄 알고 직원들이 출근 첫날, 지시 상황을 녹음을 해둔 게 있어요.

[인사팀장/당시 발언 녹음 : 위치는 14층 화장실 옆이고요. 분명히 지시합니다. 다시. 위치는 14층 화장실 옆.]

[인사팀장 : 그런 말을 했는지조차도 사실은 정확히 기억이 안 나요.]

노동청에 신고를 해서 하루 만에 화장실 앞에서는 나오게 됐는데, 이제는 지금 보시는 것처럼 텅 빈 회의실 안에 역시 컴퓨터 안 주고 벽만 보고 저렇게 앉아있어야 됩니다.

이분들 아직 가족한테도 이런 이야기를 못 했다고 그래요. 억울해서 저희 취재진한테 연락을 했다고 합니다.

[(차라리 그만두는 게 낫겠다고 생각 안 해보셨어요?) 정말 수도 없이 합니다. 하루에 두세 번씩. 그런데 이렇게 부당한 대우를 받은 상태에서 나가기는 너무 억울합니다.]

문제는 현재 제도에 있는데, 부당해고를 한 사람을 복직시키는 규정은 있는데, 복직 이후에 괴롭히지 않아야 한다는 규정이 없습니다.

그러니까 회사가 저렇게 해도 현재로써는 막을 방법이 없는 건데, 저희가 취재를 시작하니까, 회사 쪽 입장에서는 인사보복은 아니라고 지금 주장하고 있어요.

화장실 앞에 자리 놓는 게 인사보복이 아니라는 말을 과연 누가 납득을 할지 모르겠고, 법적으로 저런 거 못 하게 규정을 다시 바꾸는 일이 꼭 필요해 보입니다.

<앵커>

그러게 말입니다. 사람이 사람한테 왜 이렇게 잔인한지 모르겠는데요, 정도는 다르지만, 요즘은 또 은행직원들도 회사에서 시키는 대로 했다가 오히려 징계를 받을 수 있는 처지에 취했다고요?

<기자>

네, 두 달 전에 자산관리계좌 ISA라는 게 나왔다고 제가 전해드렸었는데, "은행 가도 막 들라고 하더라도 굳이 들 필요 없다." 이런 말씀을 전해드렸었죠.

그런데 은행 갔을 때 들라고 했던 이유가 직원들도 좋아서가 아니라 실적, "몇 명 가입시켜라." 이렇게 지시가 내려와서 그랬던 거거든요.

아니나 다를까, 처음 한 달 동안 가입한 사람들 결과를 보니까, 투자를 했다고 할 수 있는 1백만 원 이상 통장에 넣은 사람은 4%밖에 안 됐고요, 75%가 잔고가 1만 원이 안 됐습니다. 보시는 것처럼 1천 원 이하인 경우도 10%가 됐어요.

무슨 얘기냐면, 하도 몰아붙이니까 아는 사람들한테 신분증 같은 것만 빌려서 통장 만들고 1천 원, 1만 원 넣은 경우가 꽤 되는 겁니다. 이게 문제가 되니까 금융당국이 은행들한테 이런 거 점검해서 보고하라고 지금 지시를 내려서 무더기로 징계를 받을 수도 있는 그런 상황입니다.

현장에서는 실적 올리라고, 숫자 채우라고 다그칠 땐 언제고, 이제는 당국이 나서니까 이제는 잡겠다고 뭐라 그러고, 어느 장단에 춤을 추라는 거냐는 소리가 나올만한데, 아까 그 철강회사나 은행들이나 직원들이 피해를 보는데 뭐라고 하기 전에 경영이라는 게 과연 뭔지에 대해서 좀 더 고민을 해볼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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