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남부 오키나와(沖繩)현에서 발생한 주일미군 군무원에 의한 일본인 여성 살해 사건의 파장이 일파만파로 확산하고 있다.
주일미군 기지의 74%가 몰려있는 오키나와현 주민들은 20일 미군기지 앞으로 몰려가 '기지 철수'를 요구하는 시위를 벌였고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도 "분노한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특히 미에(三重)현 이세시마(伊勢志摩)에서 열리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를 불과 일주일 앞두고 초대형 악재가 터지면서 일본 정부는 곤혹스러워하는 표정이 역력했다.
G7 정상회의 이틀째이자 폐막일인 오는 27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피폭지 히로시마(廣島) 방문이라는 역사적 이벤트가 예정된 상황에서 이 사건이 터지면서 그 의미가 퇴색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교도통신 등에 따르면 주일미군 후텐마(普天間)기지의 이전 대상 지역인 나고(名護)시 헤노코(邊野古)시 슈와브 기지 앞에서는 60여명의 주민이 모여 '미군기지 폐쇄' 등의 내용이 담긴 피켓을 들고 시위를 벌였다.
시위대는 기지에서 나오는 미군 차량에 대해 "일본을 떠나라"고 소리쳤다.
시바후지 노리코(紫藤則子·66)씨는 "기지가 있어서 범죄가 일어난다"며 "기지는 전혀 필요없다"고 주장했다.
일본 북부 홋카이도(北海道) 삿포로(札晃)시에 사는 시바후지씨는 지인이 오키나와에서 해상보안청으로부터 폭행을 당한 뒤 지난해 2월부터 항의활동에 참가하고 있다.
한달의 절반은 집을 떠나 오키나와에서 생활하고 있다.
오키나와현 가데나(嘉手納)기지 앞에도 이날 아침부터 주민들이 속속 모여들었다.
한 주민은 "뉴스를 보고 '또 터졌구나'는 생각이 들었다"며 "기지가 있는 이상 사건은 발생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동향 파악을 위해 현장에 온 오키나와현 직원도 "아무리 미군측에 재발방지를 요구해도 미군 기지가 있는 한 비극은 반복될 것"이라고 말했다.
여론이 급속히 악화하자 아베 총리는 이날 오전 기자들에게 "(이번 사건에 대해) 매우 강한 분노를 느낀다"며 "앞으로 철저하게 재발방지책을 미국측에 요구하겠다"고 말했다.
정부 대변인인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도 "이런 사건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모든 기회를 통해 미국측에 대응을 요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를 계기로 오는 26일께 열리는 미일 정상회담에서 아베 총리가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에게 이 문제에 대해 언급할 것이라고 말했다.
피터 쿡 미국 국방부 대변인은 기자들에게 "너무도 비극적인 사건이어서 곤혹스럽다"며 현지 경찰의 수사에 전면적으로 협조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교도통신이 전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