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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말 사회부 류란 기자가 소록도로 출장을 다녀왔습니다. 그랬더니 주변 사람들은 공통적으로 살아있는 천사를 직접 본 기분이 어떠냐고 물었다고 합니다. 바로 마리안느 수녀를 만나고 왔기 때문입니다.
마리안느 수녀는 오스트리아인이지만, 낯선 땅 한국의 소록도에서 무려 4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수많은 한센인의 아픔을 위로해준 말 그대로 천사 같은 분입니다.
그동안 숱한 요청에도 언론에 모습을 드러낸 적 없던 수녀는 소록도병원 개원 100주년을 맞아 처음이자 마지막이라며 인터뷰에 응한 뒤 류 기자의 손을 꼭 잡아주었습니다. 취재파일 보시죠.
[마리안느 수녀 : 진짜 우리 특별한 거 하나도 안 하는 거라고 생각했어요. 환자들 돕고, 환자들 좋아하고. 우리 그 43년 동안 진짜 소록도에서 좋은 시간 보냈어요.]
11년 전 천식으로 건강이 악화돼 주변에 짐이 되고 싶지 않다며 고국으로 돌아갔다가 오랜만에 한국을 다시 찾은 마리안느 수녀는 한국어가 조금은 어눌했지만, 모든 문장에서 진한 진정성이 묻어났습니다.
그리고 누차 자신은 대단한 일을 하지 않았다고 강조했습니다. 그 누구도 한센인에게 다가가려 하지 않았던 시대에 비닐장갑 하나 끼지 않고 밤낮으로 환자들을 간호하며 평생을 봉사한 것이 전혀 훌륭할 것 없다는 이야기였습니다.
수녀는 오스트리아에서 올 때까지만 해도 한 5년 있으려고 했지 그렇게 오래 머물 줄 몰랐는데, 한센인 친구들과 지내다 보니 어느새 시간이 그렇게 흘렀을 뿐 거창한 계획 같은 것도 없었다고 대수롭지 않게 말했습니다.
그렇지만 수녀의 주장과는 달리 그녀의 삶은 결코 평범하지 않았습니다. 한센인들은 그녀를 진정한 성인으로 기억하고 있습니다.
그녀는 파상풍에 걸려 독방에 있는 한 환자에게 한센병도 걸리기 어려운데 어떻게 파상풍까지 걸리고도 살아있냐며 당신은 정말 특별한 사람이니 천국에 가겠다고 말해줬고, 환자 본인들도 쳐다보기 힘들어하던 피고름을 몸소 입으로 빨아줘 가며 치료해줬습니다.
[마리안느 수녀 : 그냥 안아주고 딸기 하나 먹여주고 그렇게 하는 거. 특별한 거 하나도 없어요.]
30분가량의 기자회견이 끝난 뒤 그냥 헤어지기 아쉬웠던 류 기자는 조심스럽게 수녀님 옆으로 다가서 말을 건넸습니다.
그랬더니 수녀님은 뜻밖에도 인사가 끝나기가 무섭게 마치 오래 알고 지낸 친구인 것처럼, 또는 손녀딸인 것처럼 환하게 웃으며 기자의 손을 따뜻하게 움켜잡고는 가던 길을 함께 걸었습니다. 어떠한 연도 닿은 적 없었던 낯선 누군가와 경계심 없이 손을 잡은 겁니다.
이 짧은 순간이 마리안느라는 사람을 가장 압축적으로 잘 보여줬는데요, 반세기에 가까운 세월 동안 세상이 외면했던 타국의 병자들을 껴안고 어루만지며 돌볼 수 있었던 건 그녀가 무엇이든 편견 없이 껴안을 준비가 된 열린 마음을 지녔기에 가능했던 것 같습니다.
▶ [취재파일] "당신은 천사와 손을 잡아본 적 있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