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의 열정을 담보로 최저임금도 못 받고 일하는 이른바 '열정페이' 노동자가 63만 명에 이른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습니다. 정부는 지난 2월 열정페이를 근절하기 위해 관련 지침을 만드는 등 노력을 기울였지만, 별다른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습니다. <SBS 8시 뉴스>는 지난 10일, 열정페이를 양산하는 현실에 대해 보도하면서 피해 청년의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취재진의 인터뷰에 응했던 한 청년은 열정페이 대접을 받고도 신고가 어려운 현실을 토로했습니다. <SBS 8시 뉴스>에 담지 못한 이 청년의 절절한 이야기를 세세하게 풀어봤습니다. <편집자주>
☞ "무서워서 신고 못해"…'열정페이' 칼 뽑았다 [2016년 5월 10일 8시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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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살 김철수 씨(가명)의 꿈은 반려견 훈련사였습니다. 그는 어렸을 때부터 개를 참 좋아했습니다. 커서는 직업으로 개와 관련한 일이면 뭐든 좋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다가 지난해 모 애견 훈련 학교가 '인턴'을 모집한다는 글을 봤습니다. 그때 김 씨는 '그래, 이거야'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개를 전문적으로 훈련시키는 일이라면 평생직장으로 삼아도 좋겠다고 생각했던 것이죠.
월급은 60만 원 선. 일하는 시간에 비하면 최저임금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었습니다. 그래도 "젊어서 고생은 사서도 한다" 하니, 그 정도는 젊은 나이에 충분히 감수할 만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김철수 씨) "공항에서 활약하는 마약 탐지견이나 소방서에서 다루는 인명 구조견을 훈련시키고 다루는 법을 배우려고 들어갔었죠."

그러나, SBS 기자와 만난 김 씨는 훈련소에서의 현실이 꿈과는 너무 달랐다고 털어놨습니다.
(김철수 씨) "기본적인 교육이라는 건 없이 말 그대로 개똥을 치우거나 아니면 목욕이 전부였죠. 목욕시키고 애들 말리고 빗질하고. 전반적인, 그냥 개들 관리밖에 없었어요."
인턴 제도의 취지는 일을 경험하고 배운다는 것이지만, 약 1년간 그가 경험했던 것은 '배움'과 크게 동떨어진 것이었습니다.
(김철수 씨) "고급 훈련을 배우고 개가 냄새를 어떻게 맡고, 어떤 바람이 불면 어떻게 치고 나가는지 그런 것들을 배우고 싶었죠. 하지만, 말 그대로 '앉아 엎드려' 같이 가정집에서도 가르칠 수 있는 것을 가르쳐주고 나는 훈련을 다 가르쳐줬다고 얘기하니 너무도 어이가 없었습니다."
'인턴'이라는 명목하에 그가 했던 일은 사실상 잡일이었습니다. 월급 60만 원에 노동을 제공하는 이른바 '열정페이'나 다름없었죠. 황당한 일은 이뿐이 아니었습니다. 잡일 외에 고객의 개가 다쳤을 때도 인턴의 책임이었습니다.
(김철수 씨) "평소에는 교육 과정이라고 하더니만, 손님들한테 개가 다치면 그때는 견습생이 아니고, 이 훈련사가, 이 훈련사 때문에 실수해서 개가 다쳤다고 저한테 책임 전가를 했어요. 그런 모습에 화가 나서 이렇게 진정서를 냈거든요. 제가 하는 일이라고는 소장님한테 보고한 것밖에 없었죠. 그런데 소장님이 이렇게 관리하라고 해놓고선, 문제가 생기니까 네 책임이다. 왜 너한테 관리하라고 했는데 왜 개가 이 지경이 됐느냐고 말을 하는 거죠."
김 씨는 자신의 억울함을 풀기 위해 고용노동부에 진정서를 내기까지 고민이 참 많았다고 했습니다. 여러 두려움을 느꼈다고 토로했습니다. 대체 무엇에 대한 두려움이었을까요?
(김철수 씨) "사장은 여기 애견 훈련소 자체가 우리나라에 몇 곳 없다 보니까, 네가 이렇게 나가서 어디 들어갈 수 있겠느냐는 반협박식으로 말했어요. 네가 여기서 이러고 나갔는데 내가 너 나쁜 XX라고 얘기하면 어디서 받아주겠느냐 이거에요. 그때 저는 그 소장만 믿고, 이 밑에서 허드렛일 하면서 배워야겠다는 생각밖에 없었죠."
하지만, 그는 더는 희망을 찾지 못했습니다. 고민을 거듭한 끝에 진정서를 내고 지옥 같았던 애견 훈련 학교를 나왔습니다. 그에게 남은 건 쓰라린 사회 경험과 마음의 상처뿐이었습니다. 그러면서 자신처럼 꿈을 찾다 인턴의 악습에 좌절한 청춘이 더는 없었으면 좋겠다고 호소했습니다.
(김철수 씨) "앞으로는 이런 일이 없었으면 좋겠어요. 왜냐하면, 말이 좋아서 인턴 수습생이지 그냥 싼 값에 그냥 꿈 좇아가는 애들 쓰는 것밖에 안 되는 거잖아요. 이게 60만 원 주고 스무 살 초반대 남자, 여자를 쓴다고 하면은 얼마나 저렴해요? 인턴제를 빙자한 악습은 제발 없어졌으면 좋겠어요."
(그래픽 디자인=김은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