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남구 대연동에 있는 유엔기념공원은 6·25전쟁에 참전했다가 전사한 유엔군의 유해를 안장한 묘지이자 고인의 넋을 추모하는 공간입니다.
세계 유일의 유엔군 묘지로 한때 1만1천 명의 유엔군 유해가 안장되기도 했지만 대부분 자국으로 이장해 갔고 현재는 영국, 터키, 캐나다, 호주, 미국 등 11개국 참전용사와 국적과 인적사항을 알 수 없는 참전용사 등 2천300명의 유해가 있습니다.
6·25 전쟁에서 살아남아 고국으로 돌아간 유엔군 참전용사들 가운데 사후 유엔기념공원에 묻히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습니다.
프랑스 참전용사 레몽 베르나르 씨가 작년 5월에 사후 유엔기념공원에 안장됐고, 영국 참전용사 로버트 매카터 씨는 2001년 영국에서 숨질 때 자신이 목숨 바쳐 싸웠던 한국에 묻히고 싶다는 유언을 남겨 지난해 11월 유엔기념공원에서 영면했습니다.
지난 2월에는 미국 참전용사 버나드 제임스 델라헌터 씨가 '제2의 고향' 부산에 안장됐고, 12일 네덜란드 참전용사 고(故) 니콜라스 프란스 웨셀 씨의 유해가 안장됐습니다.
10대 또는 20대의 젊은 나이에 유엔군으로 6·25전쟁에 참전했다가 낙동강 방어전투, 양평 지평리전투 등에서 치열하게 싸운 참전용사들입니다.
이들은 치열한 전투 속에서 살아남았지만 현장에서 산화한 전우를 그리워하며 죽어서라도 전우가 있는 한국에 묻히기를 원했습니다.
유엔기념공원에 안장된 11개 국가 2천300명 중에 36명이 미국 참전용사인데 이들은 6·25 전쟁 전사가가 아닌 전후 사망자들입니다.
미국은 전사자를 모두 본국으로 데려가는 것을 원칙으로 했기 때문에 유엔기념공원에 미군 전사자는 한 명도 없습니다.
미국 참전용사들 가운데 생전 본인 의사나 유언을 남겨 유엔기념공원에 안장되길 희망한 경우에 유엔기념공원 국제관리위원회(CUNMCK)의 승인을 받아 안장됐습니다.
6·25전쟁 참전용사들은 자신이 영원히 잠들 곳을 고민하다가 참전국 대사관이나 유엔기념공원에 사후 안전을 문의하는 사례가 이어졌고, CUNMCK는 지난해 프랑스 참전용사 레몽 베르나르 씨 유가족의 요청을 받은 것을 계기로 6·25 참전용사 사후 안장을 인정하기로 했습니다.
6·25 전쟁 때인 1951년 2월 영국군으로 참전한 제임스 그룬디(84)씨는 말기 암환자로 19살의 나이에 이국땅에 와 유엔군의 시신을 수습해 유엔군 묘지로 옮기는 '시신처리 전담팀' 소속으로 1953년 6월까지 근무했습니다.
그룬디 씨도 전우가 있는 부산에서 영원히 함께 하는 것이 마지막 소원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룬디 씨 처럼 생존해 있는 유엔군 참전용사 중 사후에 유엔기념공원에 안장되기를 희망하는 사람들이 많아,미국, 영국, 프랑스 참전용사 6명이 유엔기념공원에 사후 안장을 공식 요청한 상태입니다.
국가보훈처는 "앞으로도 유엔 참전용사가 부산 유엔기념공원에 안장을 희망할 때 정부 차원의 의전과 예우를 할 것"이라며 "참전국과의 혈맹관계와 참전용사 후손들과의 유대관계를 지속해서 유지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사진 제공=연합뉴스, 국가보훈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