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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 피마자 유박비료 냄새 향긋…청산가리보다 강한 맹독

입력 : 2016.05.09 08:08

생화학테러 물질 B군 독성물질인 '리신' 함유 섭취 시 출혈성 구토·설사, 복통 등 폐사 초래




"유박비료의 위험성을 누가 상상이나 했겠습니까?" 하루아침에 애완견 2마리를 잃은 이모(35)씨는 "피마자 성분이 든 유박비료의 독성이 개를 죽일 정도로 강한 줄 미처 몰랐다"며 몸서리를 쳤다.

그는 지난해 3월 중순, 전남 담양군 자신의 아버지 집 부근에서 놀던 아끼다견 2마리(3개월)가 유박비료를 먹고 죽은 상황을 떠올렸다.

토양에 뿌려둔 비료를 먹은 개들은 구토 증상을 보였고, 입에서 독한 암모니아 냄새를 내면서 혈변을 누기도 했다.

병원에서 3∼5일 치료를 받았지만, 건강 상태가 급격히 나빠졌고 결국 시름시름 앓다가 폐사했다.

이씨는 애지중지 키운 개들을 마당에 묻으면서 가슴이 미어졌다.

사인이 궁금했던 그는 애견 관련 인터넷카페를 샅샅이 뒤져 자신과 비슷한 피해를 본 사람이 여러 명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해당 비료는 피마자유박 75%, 채종유박 20%, 미강유박 5%를 함유했다.

이씨는 "애완견들이 나무 주변에 뿌려놓은 비료를 먹고 혈변과 구토 증상을 보이다가 며칠 만에 죽었다"라며 "비료회사에 거세게 항의해 소정의 보상은 받았지만 유박비료의 위험성과 폐해가 생각보다 훨씬 심각했다"고 주장했다.

울산에 사는 최모(34)씨도 지난달 일본산 시바견 2마리를 잃었다.

각각 12㎏과 8㎏의 건강한 시바견들은 과수원 부근에서 뛰어놀다가 땅에 뿌려진 유박비료를 먹고 급사했다.

최씨는 "개들이 갑자기 구토하고 장이 녹은 것처럼 구토물에서 화학물질 냄새가 많이 나서 병원에 데려갔는데 사흘 만에 죽었다"며 "간 수치가 급격히 오르는 등 유박비료 섭취의 전형적인 증상인 구토, 혈변 증상을 보였다"고 말했다.

지난달 14일에는 하루 10차례 이상의 구토와 식욕부진, 기력저하 증상을 보인 9살짜리 말티즈가 부산시 해운대구 S동물병원을 찾았다.

주인은 "말티즈가 사흘 전 밭에 뿌린 유박비료를 먹고 이런 증상을 보였다"고 목격담을 병원장에게 전했다.

이 동물병원에는 한 달에 1∼2건 정도 이런 증상의 강아지들이 찾고 있다.

지난달 28일에는 유박비료를 섭취한 7살짜리 요크셔테리어(3㎏)가 제주의 한 동물병원에서 치료를 받았지만 결국 죽었다.

이 개는 유박비료를 먹은 지 24시간이 넘어 비료가 완전히 소화된 상태였기 때문에 초기 상태는 더욱 좋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병원 관계자는 "내원 당시 이미 비료가 섞인 설사가 나오는 중이었고 일주일 이상 패혈증 치료와 수혈을 했지만 살리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이들 개는 피마자가 포함된 유박비료를 섭취해 사망한 것으로 결론 났다.

대부분 유박비료는 피마자(아주까리)에서 추출된 기름이 포함됐고 이를 먹게 되면 리신 중독을 일으킨다.

리신은 식물독 중에 가장 강력해 미국질병통제예방센터(CDC)의 생화학테러물질 B군에 속한다.

치사 독인자와 혈구응집인자를 가진 독성 당단백질이다.

리신은 열에 불안정해 열처리, 포르말린, 단백질분해효소 처리 등으로 독성을 잃지만, 열처리가 불완전하면 중독증을 일으킨다.

리신의 독성은 청산가리에 6천배에 이르고 체중 60㎏ 기준 성인의 치사량이 18㎎에 불과할 정도로 위험한 물질이다.

세포 생존에 필요한 단백질 생성을 억제해 세포 손상을 일으킨다.

피마자가 든 유박비료는 개가 좋아할 만한 향을 갖고 있는 데다 모양도 일반 사료와 비슷하다.

이 때문에 밭과 과수원 등을 돌아다니는 유기견들이 이를 먹는 사례가 빈발하고 있다.

가장 흔한 임상 증상은 출혈성 구토, 출혈성 설사, 복통이며 고열, 발작, 코마, 황달 등도 보고됐다.

개의 치사량은 20㎎/㎏으로 알려졌다.

특히 90% 이상의 피마자 유박비료가 '펠릿(알갱이)' 형태로 제조됐는데 반려견들이 이를 사료로 착각해 먹기 일쑤다.

이경혜 제주 나아라동물병원 원장은 "유박비료를 먹으면 위장 등을 중심으로 세포들이 망가져 장벽이 무너져 내리고 패혈증이 생긴다"며 "반려견을 산책시킬 때 유박비료가 뿌려진 밭쪽으로 가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알갱이 형태의 비료 모양을 토양에 흡수하기 쉬운 수용성으로 바꾸는 등 비료업계 차원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한국수의응급의학회 관계자도 "가정용, 화분용 고형 비료 중에서도 피마자 유박이 포함될 수가 있는 만큼 비료 성분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라며 "반려견들이 텃밭이나 농장, 산책로에 뿌린 피마자 유박비료를 먹지 않도록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