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마자, 참깨, 들깨 등의 기름을 짜고 난 찌꺼기로 만든 유박(油粕 : oil-cake) 비료를 먹은 동물의 죽음이 잇따르고 있습니다.
특히 피마자(아주까리) 유박비료는 맹독물질인 리신(Ricin)이 들어 있어 반려견과 고양이 등 야생 동물에는 치명적으로 위험하다는 경고가 나왔습니다.
생물무기로도 사용돼온 리신은 가장 강력한 자연 발생 유독물질 중 하나로 청산가리보다 강력합니다.
강원도 가축위생연구소 연구팀은 2013년 '유박비료를 섭취한 개에서의 피마자중독 증례'라는 보고서를 통해 피마자 중독의 위험성을 경고했습니다.
당시 사육장 주변에서 유박비료를 먹고 죽은 진도 잡견(3년생 암컷)을 상대로 한 부검에서 개의 내장은 한마디로 '만신창이'였던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이 개는 폐사 사흘 전 주변에 뿌려진 유박비료를 먹었고 이후 구토와 출혈성 설사, 복통 증상을 보였는데, 부검 결과, 전신성 장기 출혈성 중독성 변성과 심장출혈 반점, 간변성, 신장변성, 위장장관 출혈성 괴사 등의 증상이 확인됐습니다.
조직에서는 간·신장·소장·비장 출혈 및 중독성 세포 괴사와 혈철소 함유 세포가 관찰됐습니다.
만약 5㎏짜리 개가 유박비료 100g을 먹었다면 몸에 흡수된 피마자박은 10%에 이릅니다.
피마자박에 1∼5%의 리신이 함유됐다는 사실을 고려하면 이 개는 리신 100∼500㎎을 먹어 죽은 것으로 추정됐습니다.
농촌 지역을 중심으로 폭넓게 사용하는 피마자 유박비료는 20킬로그램짜리 한 포대가 1만원으로, 다른 비료보다 가격이 저렴해 농가에서 인기가 높습니다.
이처럼 농촌 곳곳에 유박비료가 널려 있고 이를 먹은 애완견이 죽는 경우가 잇따르고 있는데도 포대에 경고문만 쓰여 있을 뿐 인체와 환경에 미치는 악영향에 대해선 정확히 보고된 바가 없습니다.
피마자가 든 유박비료는 개가 좋아할 만한 향을 가진 데다 모양도 일반 사료와 비슷해 밭과 과수원 등을 돌아다니던 개와 고양이들이 이를 모르고 먹는 사례가 많습니다.
특히 대부분 피마자 유박비료가 '펠릿(알갱이)'형태로 제조돼 반려견들이 이를 사료로 착각해 먹기 일쑤여서 수용성으로 바꿔야 한다는 지적도 있지만, 비료업계는 회의적입니다.
모 비료 생산공장 관계자는 "피마자는 인도에서 대부분 수입하는데 가격 경쟁력이 있고 질소 등 비료 주성분 함량도 좋아 대체재를 찾기 어렵다"고 말했습니다.
변남주 국회 환경토론 자문위원은 "가정이나 상점의 화분에도 피마자 유박비료가 사용되고 있어 유아들도 먹을 위험성이 있다"며 "가습기 살균제처럼 수백 명이 피해를 본 뒤에 대책을 마련하면 늦기 때문에대책 마련을 서둘러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농촌진흥청 관계자는 "질소, 인, 칼륨 등 비료 성분비 검사는 필수적이지만 피마자가 불법성분이 아니어서 따로 검사하지 않는다"고 밝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