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뉴스

뉴스 > 생활·문화

[취재파일플러스] '4등'…“맞는 것보다 4등 하는 게 더 무서워”

안현모 기자

입력 : 2016.05.09 08:37

동영상

실 고달픈 건 청소년들뿐이 아닙니다. 대학을 졸업해도, 취직을 해도 우리는 언제나 끊임없이 경쟁에 시달립니다. 이 세상에서 줄 세우기 자체를 아예 없애버릴 수는 없겠죠. 하지만 줄 세우기가 전부가 되어버린 사회가 과연 바람직할까요?

꼭 경쟁에서 이겨야만 행복할 수 있는 건지, 그것을 얻기 위해서 어디까지 희생하는 게 맞는 건지, 우리 사회에 꼭 필요한 의문을 제기한 영화 한 편을 소개합니다. 김영아 기자의 취재파일입니다.

영화 <4등>은 나가는 대회마다 4등만 하는 초등학생 수영 선수를 주인공으로 운동선수에 대한 지도자의 폭력을 핵심 주제로 다루고 있습니다.

4등이란, 1, 2, 3등 다음으로 무려 네 번째로 잘한다는 의미이고 꽤 실력이 있다는 뜻인데, 코치는 수시로 몽둥이를 들고, 엄마는 그 상처를 메달로 지우겠다며 어쩔 수 없이 못 본 척하기 때문입니다. 자연스레 우리 사회 전반에 깔린 사랑의 매라는 이름의 폭력과 1등 지상주의를 날카롭게 꼬집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어른들을 무조건 단죄하려 들지는 않습니다. 고된 훈련 끝에 2등을 한 소년을 "거의 1등"이라 부르는 엄마의 모습은 오히려 관객들의 연민을 자아냅니다.

손가락질만 하기에는 남의 일만은 아닌 탓입니다. 영화는 대한민국 사회에서 1등이 여전히 가장 편하고 빠른 길이라는 현실을 부정하진 않습니다.

다만, 1등만이 유일한 길인지, 1등을 위해서는 어떤 대가를 치러도 아무 상관 없는지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있습니다.

[정지우/영화 '4등' 감독 : 일상을 살면서 경쟁이란 것을 완전하게 없앨 수는 없겠죠. 그렇지만 일상이 모두 경쟁 속에서만 이뤄진다는 것은 견딜 수 없는 일인 것 같습니다.]

[김은미 과장/국가인권위 홍보협력과 : 우리 사회 전체적으로 그런 의미에서 경쟁에 빠져들지 말고 좀 속도를 조절하는 게 필요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합니다.]

수영장에 레인을 치는 순간 순위 다툼이 벌어지지만, 똑같은 수영장에 레인을 걷어 내고 나면 아주 신 나고 자유롭게 놀 수 있는 전혀 다른 공간이 됩니다.

따라서 영화의 제작진도 주인공이 레인을 걷고 난 다음 혼자 수영장에서 마음껏 노는 장면을 특히 공들여서 촬영했다고 하는데요, 자식을 키우는 부모님과 선생님뿐 아니라 평생 정해진 레인 속에서 한 곳만 바라보고 헤엄쳐야 하는 우리가 모두 한 번쯤 생각해볼 내용인 것 같습니다.

▶ [이 영화, 이 대사] '4등'…“맞는 것보다 4등 하는 게 더 무서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