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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수저' 무슬림 런던시장 취임서약…"모두를 위한 행정"

입력 : 2016.05.08 10:26


이민자 가정 출신 무슬림(이슬람교도)인 사디크 칸(45) 영국 신임 런던시장이 성당에서 취임서약을 하며 모두를 위한 행정을 펼치겠다고 약속했다.

7일(현지시간) AP·AFP통신과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칸 시장은 이날 런던 서더크 대성당에서 이뤄진 취임 서약식에서 "모든 런던 시민을 대표하는 시장으로서 모든 공동체와 시의 각 부분을 대표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칸 시장은 또 "런던에서 예전에 보지 못한 가장 투명하고 부지런하며 소통을 잘하는 시정을 펼칠 것"이라고 설명했다.

칸 시장이 취임 서약식을 위해 성당에 들어섰을 때 참석자들은 기립 박수로 첫 무슬림 시장의 당선을 축하했다.

그는 지난 5일 치러진 지방선거에서 야당인 노동당 후보로 나서서 집권 보수당 후보 잭 골드스미스(41)를 제치고 런던시장에 당선됐다.

파키스탄 출신 이민자 부모 사이에서 태어난 칸 시장은 런던의 공공주택에서 살면서 공립학교를 나온 전형적인 '흙수저' 정치인이다.

사망한 그의 부친은 25년간 버스 기사로 일했고 모친은 재봉사였다.

취임 서약식에는 노동당 당수를 지낸 에드 밀리밴드가 모습을 보였지만 칸 시장과의 불편한 관계를 보여주듯 현 노동당 대표 제러미 코빈은 참석하지 않았다.

중도 좌파 성향으로 분류되는 칸 시장은 유세 과정에서 강경 좌파인 노동당 대표 제러미 코빈과는 거리를 두는 선거 전략을 폈다.

칸 시장은 당선 후 좌파 성향의 매체 가디언의 주말판인 '옵서버'에 기고한 글에서 코빈 대표를 겨냥한 듯 "손 내밀고 모든 유권자를 끌어안지 않으면 결코 신뢰를 얻을 수 없다. 노동당은 지지를 받는 (소수) 활동가들을 위한 정치가 아닌 (정치적으로 모든 세력을 포용하는) '빅 텐트'(big tent) 전략을 짜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선거 과정에서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와 경쟁 후보였던 골드스미스가 분열을 조장했다고 비난하기도 했다.

칸 시장은 옵서버 기고문을 통해 두 사람이 "도널드 트럼프의 각본"에서 나온 전략을 사용했다고 꼬집었다.

미국 공화당 대선후보로 사실상 확정된 트럼프가 지지세력 결집을 위해 반(反)무슬림 정책을 사용한 것을 염두에 둔 발언이었다.

캐머런 총리를 비난하긴 했지만 협업 기대감도 내비쳤다.

칸 시장은 취임 서약식 후 기자들에게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문제와 인프라·투자 등 모든 문제를 총리와 논의하기를 기대한다"며 "구태와 정치적 차이를 뒤를 하고 (현재의) 런던을 최우선 순위에 놓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역경을 딛고 런던시장 자리까지 오른 칸 시장에게 전 세계의 축하 인사도 잇따랐다.

미국 민주당의 유력 대선후보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은 트위터에 "파키스탄 버스 기사의 아들이자 노동자 권리와 인권의 수호자, 이제는 런던시장. 축하합니다"라고 썼다.

빌 더블라지오 뉴욕시장과 안 이달고 파리시장도 런던시장의 당선을 축하했다.

'반지의 제왕' 출연배우 이언 매켈런은 칸 시장을 취임 서약식 장소인 성당 입구에서 맞이하며 "정치와 상관없이 무슬림 시장의 취임이 다른 어떤 대안보다 좋아 보인다"고 말했다.

반면 무슬림의 입국 금지까지 들먹이며 이민자에게 반감을 보인 트럼프는 칸 시장의 당선과 관련한 메시지를 아직 내놓지 않았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