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에 외국 크루즈선들이 몰려오지만 불편한 시설 때문에 내년에 수만명의 관광객을 놓치는 일이 벌어질 것으로 우려된다.
부산항만공사가 외국 선사를 대상으로 내년 부산 기항 신청을 받아보니 모두 280척에 달했다.
이는 올해 부산에 기항?거나 할 예정인 230척에 비해 22.1%(51척)나 늘어난 것이다.
이처럼 크루즈선의 기항 신청이 급증한 것은 노르웨지안크루즈와 슈퍼스타크루즈 등 동북아시아 크루즈시장에 새로 진출하는 선사들이 최대 16만t급 선박을 투입하고, 프린세스크루즈가 15만t급 선박을 추가로 운항하기로 하는 등 선박 자체가 많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기항을 신청을 크루즈선들이 모두 부산을 찾는다면 올해(45만명)보다 20만명이나 많은 65만명가량의 관광객을 태우고 올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크루즈승객이 배에서 내려 입국장이 있는 터미널까지 20분가량 걸어서 이동해야 하는 부산항국제여객터미널 1번 선석 때문에 상당수 크루즈선이 부산을 기항지에서 제외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항만공사 관계자는 8일 "기항을 신청한 선사들과 배를 댈 선석을 조정하는 과정에서 상당수가 1번 선석의 문제점을 거론하며 대책을 마련하지 않으면 차라리 다른 곳으로 가겠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전했다.
1번 선석은 입국장이 있는 터미널 건물까지 1km 가량 떨어져 있다.
걸어서 간다면 일반 성인은 15분, 노인과 어린이, 휠체어를 탄 장애인은 20분 넘게 걸린다.
게다가 한여름의 따가운 햇볕과 비·바람을 피할 수 있는 가림 시설이 없고 바닥도 딱딱한 시멘트와 아스팔트로 포장돼 걷기에 불편한 문제점을 안고 있다.
이 때문에 지난해 국제여객터미널이 개장한 이후 1번 선석은 놀리고 있다.
애초 법무부 직원들이 직전 출항지로 가서 배를 타고 부산으로 오는 동안 선상에서 입국심사를 마쳐 승객들은 하선하자마자 대기하는 버스를 타고 관광지로 떠나는 것을 전제로 이 시설을 마련했다.
그러나 법무부가 선상 입국심사를 폐지하면서 배가 도착한 후에 승객들이 터미널까지 가서 입국심사를 해야 하는 바람에 이런 문제가 생겼다.
항만공사 등은 이 선석 배후에 새로운 입국검사장 건물을 짓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지만 시일이 많이 걸리는데다 동삼동 국제크루즈부두 확장과 맞물려 중복투자 우려도 있어 이뤄지기는 어렵다.
선사들은 1번 선석에 내린 승객들이 입국장이 있는 터미널 건물까지 타고 갈 저상버스 운행을 기항 조건으로 내세웠다고 항만공사 관계자는 밝혔다.
부산항에는 크루즈선이 접안할 선석이 국제여객터미널에 2개, 영도구 동삼동 국제크루즈터미널에 1개가 있으나 부산항대교를 통과하지 못하는 일부 대형선은 컨테이너를 처리하는 감만부두를 이용한다.
동삼동 국제크루즈터미널은 수용능력을 현재 8만t급에서 22만t급으로 확대하는 공사가 시작되는 9월부터 2년간 문을 닫아야 해 이 기간에 여러 척의 크루즈선이 동시에 입항하면 1번 선석도 가동해야 하지만 선사들이 일종의 '보이콧'을 하고 나선 것이다.
항만공사 관계자는 "1번 선석 때문에 부산 기항을 포기할 크루즈선이 20척에 이른다"며 "조만간 대책이 마련되지 않으면 이 배들을 제외하고 내년 계획을 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렇게 되면 돈 쓰러 오겠다는 손님 수만명을 내쫓는 꼴이 된다.
1척에 1천명만 잡아도 2만명이다.
선사들의 요구를 수용해 저상버스 5∼6대를 운행하려면 구입비 6억원 가량에다 운전기사 인건비 등으로 연간 수억원이 들어가야 한다.
부산항 운영은 항만공사가 맡고 있지만 크루즈 관광객 증가에 따른 혜택은 부산시가 보는 만큼 두 기관이 머리를 맞대고 시급히 해결책을 찾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