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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수진/사회자:
어린이날인 오늘 아이들에게 무엇을 해줘야 하나. 마치 숙제처럼 생각하는 어른들 많은데요. 이 분 말씀 들으면 그 해법을 알 수 있지 않을까요. 아이들의 영원한 선생님이자 시인이신 김용택 섬진강 시인 전화 연결돼 있습니다. 김용택 선생님?
▶ 김용택 시인:
안녕하세요.
▷ 한수진/사회자:
안녕하세요. 오늘 정말 봄 햇살이 좋은 아침인데요. 선생님 계신 곳은 어떠세요?
▶ 김용택 시인:
저는 지금 전북 임실 섬진강가에 있거든요. 이사 왔어요.
▷ 한수진/사회자:
이사 하셨어요.
▶ 김용택 시인:
이사 한 지가 15일쯤 됐네요.
▷ 한수진/사회자:
정말 보름 전에 이사를 하셨군요. 아직 짐 정리도 다 못 하셨겠어요.
▶ 김용택 시인:
정리가 다 안 된 편입니다.
▷ 한수진/사회자:
선생님 시처럼 섬진강변으로 이사하셨어요.
▶ 김용택 시인:
제가 아침에 일찍 일어나요. 3시 반이나 4시쯤 일어나서 공부하다가 6시쯤 산책을 나가요. 강가로 강길을1시간 반쯤 걷는데 아침에는 1시간쯤 걷다가 왔습니다. 새 소리가 굉장히 아침 한 5시부터 새가 울기 시작하더라고요. 새 소리가 다양하게 들리고 새잎이 피어서 연두색에서 초록으로 건너가요. 이때 우리 한국산천이 가장 아름답거든요. 우리나라 산천이. 눈부시고 찬란하죠.
▷ 한수진/사회자:
지금 참 아름다운 계절이군요.
▶ 김용택 시인:
오늘 아침에는 안개가 강가에 끼어 있어서 더 정취가 있었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분위기가 좋습니다. 그런데 어떻게 선생님은 매일 서너 시에 일어날 수 있어요. 저는 새벽에 일어나는 게 힘든데 말이죠. (웃음)
▶ 김용택 시인:
(웃음)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요.
▷ 한수진/사회자:
그러시군요. 새나라의 어린이처럼 그렇게 생활하시는군요. (웃음)
▶ 김용택 시인:
(웃음)
▷ 한수진/사회자:
선생님 오늘 어린이날이잖아요. 좋은 말씀 듣고 싶어서 이렇게 연락을 드렸는데 어린이날 선생님은 아이들에게 어떤 선물을 주고 싶으세요?
▶ 김용택 시인:
어린이날이라고 해서 내가 어린이들한테 어른으로서 좋은 선물을 드릴 게 별로 없는 것 같아요. 어른들이 부끄럽잖아요. 저는 기념일이라든가 어떤 생일이라든가 별로 챙기지 않습니다. 저는 일상을 존중하자. 평소에 잘하자 주의입니다.
▷ 한수진/사회자:
기념일이라고 괜히 하루 잘하고
▶ 김용택 시인:
기념일이라고 하루 잘하고 잊어버리는 게 아니고. 사실 기념일도 필요하죠. 매일 잊고 있다가 하루 각성하고 다시 결심하고 새로운 삶을 살자 그런 건데 저는 그런 기념일보다도 평상시에 아이들의 인격을 존중하고 한 사람으로서 존중하고 존경하는 그런 마음이 그게 진짜 우리가 어른으로서 한 인간으로서 아이에게 주는 선물이겠죠.
▷ 한수진/사회자:
좋은 말씀이세요.
▶ 김용택 시인:
아내 생일도 챙겨본 적이 없어요 (웃음)
▷ 한수진/사회자:
(웃음) 아니 그게 또 그렇게 갑니까.
▶ 김용택 시인:
제가 오늘 결혼기념일이거든요. 어린이들과 같이 놀다 보니까 결혼도 어린이날 했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그러시군요.
▶ 김용택 시인:
아침에 깜빡했는데 생각났네
▷ 한수진/사회자:
선물 챙기실 건 챙기셔야죠.
▶ 김용택 시인:
저는 평소에 잘합니다. (웃음)
▷ 한수진/사회자:
(웃음) 그건 쌍방에 확인이 필요한 말씀이고요
▶ 김용택 시인:
제가 어떻게 거짓말을 하겠습니까. 어린이들에게 선물은 평소에 부모님들이 어머니 엄마 아빠가 다정하게 밥도 같이 먹고 영화도 같이 보러 다니고 손 잡고 소파에 앉아있고 이런 어떤 엄마 아빠가 다정하게 사는 모습을 보여주는 게 가장 큰 선물이다 그런 생각이 들어요.
▷ 한수진/사회자:
화목한 모습

▶ 김용택 시인:
그렇죠. 우리가 공부라는 게 꼭 어떤 책을 보고 하는 게 아니고 어른들의 삶을 보고 아이들은 배우거든요.그래서 엄마 아빠가 행복하게 사는 모습을 오늘부터 다시 한 번 노력을 해서 보여주는 겁니다. 해가 넘어가면 바로 집으로 가야 돼요. 돌아가서 엄마 아빠하고 같이 밥 먹는 모습을 보여주면 아이들이 학교에서 학원에서 돌아오다가 돌아와서 엄마 아빠가 정말 저렇게 정답고 다정하게 살고 있는 모습을 보면 행복을 알게 되는 거죠.
▷ 한수진/사회자:
따뜻한 마음으로 자식을 기다리고 있고 말이죠.
▶ 김용택 시인:
그럼요. 얼른 안아서 밥 먹자고 앉히고 오면서 이런저런 얘기하면서 밥 먹는 것이야말로 가장 어린이들에게 큰 선물이죠. 행복을 선물하는 게 가장 큰 선물이잖아요.
▷ 한수진/사회자:
그런데 일찍 돌아오고 싶어하는 아버님들 어머님들 많으실 겁니다. 밤늦게까지 자꾸 일을 시키니까 말이죠.
▶ 김용택 시인:
그러니까 일을 너무 많이 시켜요. 일을 그렇게 많이 하면 언제 행복하자는 거야.
▷ 한수진/사회자:
같이 있는 시간 아이들과 같이 있는 시간을 늘려야 하고
▶ 김용택 시인:
가장 중요하죠. 있는 힘을 다해서 노력을 해보는 겁니다. 우리가 어렵잖아요. 사회적으로 구조적으로. 그렇다 하더라도 거기에 맡기면 안 되고 있는 힘을 다해서 아이들에게 부부가 행복하게 사는 모습을 보여줘야 해요. 오늘 하루만이라도 어머님들 아버님들 어디 놀러가실 텐데 오늘 하루만이라도 엄마 아빠가 얼굴 마주보고 밥도 먹고 얼굴도 쓰다듬어주고 머리칼도 쓰다듬어 주고 이런 엄마 아빠의 다정한 모습을 오늘 하루라도 아이들에게 보여줬으면 좋겠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선생님 책 중에서 보면 어린이 인성사전이라는 게 있잖아요. 여기 보면 50여개 단어가 실려 있습니다. 감동, 감사, 공존, 공평, 나눔, 사랑 이 단어들은 어떤 기준으로 고르신 거예요?
▶ 김용택 시인:
기준으로 고른 게 아니고 살다보면 삶 속에서 관계 속에서 이게 단어가 떠오르잖아요. 이 단어에 대한 자기 나름대로의 해석이 필요하죠. 자기 나름대로 생각하는 단어 범위가 굉장히 넓어요, 사실은. 그런 단어들을 하나씩 추려 본 거죠. 그런 단어들을 추리다 보니까 단어가 홀로 존재하지 않아요. 단어 하나가.
예를 들어서 사랑이라는 말이 믿음이라는 말과 똑같은 것이고 또는 어머니라는 말도 똑같은 것이죠. 사랑이라는 말은. 모든 언어들이 촘촘히 연결돼 있고 깊은 관계를 맺고 있으면서 그 언어가 말하자면 말이 되어서 우리 사회의 언어가 되는 구나 그런 생각을 했죠.
▷ 한수진/사회자:
이 단어들 우리 아이들이 꼭 간직했으면 하는 마음이 들던데요. 특히 제목이 긍정이라는 글을 보면 말이죠. 달리기를 했다. 다혜 1등 재석이 2등 나 3등. 우리 반은 모두 3명이다. 이렇게 돼 있더라고요.
▶ 김용택 시인:
(웃음) 초등학교 선생님을 마지막으로 할 무렵에 저희 반이 3명이었죠. 그래서 저는 이런 생각을 해요. 나름대로 사는 것이 중요하지 1등이 중요하지 않습니다. 우리가 전부 1등을 하려고 하잖아요. 1등을 하려면 다른 사람을 딛고 일어서야 하고 경쟁에서 살아남아야 해요. 그런데 경쟁이라는 게 끝도 없는 거죠.
그래서 말하자면 나름대로 사는 방법을 가르쳐야 한다. 나름대로 사는 그런 가치를 우리 아이들 어린이들에게 심어줘야 한다는 생각이죠. 1등은 1등으로서 중요하고 2등은 2등으로서 중요하고 3등은 3등으로서 중요합니다. 5등도 사실은 꼴등도 귀하고 소중요한 거죠. 그래서 자기 나름대로 살도록 아이들에게 인격을 형성시켜서 잘 살도록 도와주는 게 어른들의 도리죠.
▷ 한수진/사회자:
특히 긍정이라는 마음이 요즘 우리 아이들에게 많이 필요한 것 같아요.
▶ 김용택 시인:
그렇습니다. 너무 경쟁 속에 아이들이 입시 경쟁 속에 들어있기 때문에 너무 압박감을 갖고 있고 사는 방법을 가르치는 게 아니고 우리 아이들은 공부만 해요. 1등 공부만 하지 점수만 하고 정답만 찾지 사는 방법을 가르치지 않아요. 그래서 아이들이 이불도 못 개잖아요.
▷ 한수진/사회자:
자존이라는 시도 있어요. 산에 가면 산꽃들이 환하게 피어있고요. 들에 가면 들꽃들이 환하게 피어있어요.어두운 밤 하늘엔 별들이 도란도란 빛나고요. 우리 나라에는 우리 아이들이 우리들이 반짝반짝 빛나요.
▶ 김용택 시인:
지금하고 똑같네요. 오늘 어린이날하고 똑같네요.

▷ 한수진/사회자:
반짝반짝 빛나요 우리 아이들이. 꼭 이렇게 됐으면 좋겠네요.
▶ 김용택 시인:
새벽에 문을 열면 아침에 문을 열면 별들이 반짝반짝 빛나더라고요
▷ 한수진/사회자:
아이들이 이렇게 스스로에 대해서 반짝반짝 빛나는 별처럼 생각했으면 좋겠습니다.
▶ 김용택 시인:
어른들이 우리 아이들이 1등을 하길 바라잖아요. 우리 어른들은 대개 보면 소나무가 좋다고 하면 우리 아이들은 다 소나무가 되게 하려고 해요. 참나무가 좋다고 하면 다 참나무가 되게 하려고 하고. 아이들이 나름대로 사는 법을 잊어버렸어요. 소나무가 좋다고 하면 참나무로 살 아이인데 나는 참나무로 살고 싶은데 어른들이 소나무로 만들려고 하는 거죠. 그러니까 아이들이 얼마나 힘들어요. 산에 숲을 보면 지금 제가 뒷산을 보고 있으면 큰 느티나무도 있고 밤나무도 있고 팽나무도 있고 감나무도 있고 복숭아나무도 있고 옻나무도 있고 다 있어요. 이런 나무들이 나름대로 살면서 아름다운 숲을 이루면서 사는 거죠. 그게 어른들이 할 일이죠, 아이들에게.
▷ 한수진/사회자:
우리 사회가 그런 모습이 돼야 하는 거고. 그렇게 아름다운 숲을 만들어야 하는데 말이죠.
▶ 김용택 시인:
이 얘기를 하다 보면 탓만 하게 돼서 오늘은 그러면 안 되는데. 맨 탓만 하게 돼서 죄송합니다.
▷ 한수진/사회자:
정호성 시인이 선생님을 어른 아이 김용택이라고 표현했잖아요. 어른인데 아이다 이런 말씀인 것 같은데 선생님 안에 있는 아이는 어떤 모습인가요?
▶ 김용택 시인:
저는 아이들하고 생활하면서 너무나 많은 것들을 배웠어요. 교육은 가르친다는 건 곧 자기를 가르치는 거더라고요. 교육은 자기 교육이죠.
▷ 한수진/사회자:
오히려 배웠다 하는 말씀이시군요.
▶ 김용택 시인:
아이들에게 정의롭게 살아라, 정직하게 살아라 하면서 나도 정직하게 되고 싶죠. 정직하게 사는 걸 배워야죠. 그래서 아이들한테 너무 많은 걸 배웠는데 아이들은 세상의 모든 것들이 다 새로워요. 새로운 거지.
▷ 한수진/사회자:
항상 새롭게 바라보는 것.
▶ 김용택 시인:
그러니 얼마나 재미있겠어요. 아이들은 심심한 줄 모르잖아요. 심심한 줄 모른다는 건 세상의 모든 것들이 다 새로운 거죠. 내 아내가 내 남편이 늘 새로우면 얼마나 좋겠어요.
▷ 한수진/사회자:
(웃음) 그러네요. 그거 참 어려운 일인데 말이죠.
▶ 김용택 시인:
어려운 일이죠. 그런데 아이들은 늘 세상에 있는 모든 것들을 보면서 늘 새롭게 느껴요. 새롭게 느끼기 때문에 신비로운 거죠.
▷ 한수진/사회자:
오늘 하루만이라도 어린이날에 모두가 다 어린이가 된 것처럼 모든 걸 새롭게 돌아볼 수 있는 그런 마음 눈을 가질 수 있으면 좋겠네요.
▶ 김용택 시인:
새롭고 신비롭고 감동적인 삶을 사는 게 어린이들입니다.
▷ 한수진/사회자:
선생님과 말씀만 나눠도 기분이 좋아집니다. 감사합니다. 말씀 잘 들었습니다.
▶ 김용택 시인:
오늘하루만이라도 어린이들을 다시 한 번 들여다보는 시간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감사합니다.
▶ 김용택 시인:
감사합니다.
▷ 한수진/사회자:
섬진강 시인 김용택 시인과 말씀 나눴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