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명 ‘지붕 낮은 집’으로 불리는 사저는 대지 면적 1,290평에 건축 면적 182평 규모로 고 정기용 건축가가 설계한 겁니다. 채광과 통풍이 좋고 주위 자연 환경과의 조화를 고려한 단아한 한옥 구조지만, 지붕은 기와를 올리지 않고 평면 모양입니다. 그래서 지붕 낮은 집이라고 노 전 대통령이 불렀다고 합니다.
8년 전 노 전 대통령이 고향인 봉하 마을로 내려와 입주할 당시 일부 언론은 사저를 ‘아방궁’이라며 ‘호화 사치스럽다’고 비난했습니다. 하지만 사저를 둘러 본 대부분 시민들은 “호화롭기는커녕 너무 검소하고 소박한 모습에 대통령 집 같지 않았다”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저 또한 마찬가지 생각입니다. 
차고지 오른쪽 계단을 올라가면 집 입구 대문이 보입니다. 대문 안에 들어서면 ‘중정’이란 마당이 보이고 그 왼쪽이 경호동, 중앙엔 서재, 오른쪽엔 사저가 있습니다. 대통령이 경호하기 번거롭다며 경호동과 사저를 조그마한 마당을 사이에 두고 연결 시켰다고 합니다. 배려심이 보이는 대목입니다.
대문 밖에서 오솔길을 따라 10여 M 걷다보면 산딸나무 한 그루가 심어져 있습니다. 이 나무에는 사연이 있습니다. 제주 4,3 유족회에서 2008년 11월16일 기증해 심은 나무입니다. 노 전 대통령이 집권 뒤 제주 4.3 항쟁에 대해 정부 차원에서 공식 사과하고 국가 기념일로 지정해 준데 대한 감사의 뜻으로 보낸 준 것이라고 합니다.
산딸나무를 지나 사저 안쪽 마당으로 들어서면 사랑채와 거실이 보입니다. 사랑채를 먼저 가보죠 사랑채를 들어가면 한 눈에 밝다는 느낌이 듭니다. 정남향으로 지어져 인공조명 없이도 밝습니다. 유리를 많이 사용해 자연 채광으로 겨울철에도 충분한 난방효과가 있도록 설계됐습니다. 노 전 대통령은 이곳에서 손님을 맞이하고 가족이나 보좌진들과 함께 식사를 하기도 했습니다.
사랑채 동쪽에는 네 쪽 병풍 느낌을 갖게 디자인된 창 너머로 사자바위 등 봉화산의 풍경을 한 눈에 볼 수 있습니다. 이 창을 통해 봉하마을의 가장 아름다운 풍경을 볼 수 있다고 하여 가장 전망이 좋은 자리를 손님에게 내어 주기도 하는 등 노 대통령이 가장 좋아하던 곳이라고 합니다.
사랑채 남쪽으로는 저 멀리 뱀산이 보입니다. 뱀산에는 노 전 대통령이 움막을 짓고 고시공부를 하던 곳이 있습니다.
남쪽 벽면에는 고 신영복 선생의 ‘사람사는 세상’이란 글씨가 걸려 있습니다. 평소 고인이 가장 좋아했던 글귀 가운데 하나입니다. 서쪽 벽면에는 대통령 취임식 사진이 걸려 있습니다. 한 해외동포가 취임식장에 초대 받지 못해 입장할 수 없게 되자 근처 높은 빌딩에서 촬영해 보관해 오다 대통령 퇴임 후 보내온 것입니다.
노 전 대통령이 사랑채와 함께 가장 좋아했던 공간은 서재입니다. 이곳은 고인이 주로 독서와 집필을 하거나 보좌진들과 민주주의의 미래 등을 토론하고 회의했던 회의실이기도 했습니다. 친환경 생태농업 시행을 위한 보고나 회의도 이곳에서 이뤄졌습니다.
서재엔 노 전 대통령의 살아 생 전 유품이 많이 전시돼 있습니다. 고인은 독서량이 방대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죠. 한 번에 한 권씩 읽는 게 아니라 동시에 여러 권을 읽는 습관을 가지고 있는데, 그의 서재에는 역시 1천 권이 넘는 책들이 책장에 꽂혀 있습니다. 책상 위에도 읽던 책들이 여러 권 놓여 있었습니다.
평소 독서할 때 쓰던 안경과 필기도구 등도 놓여 있었고, 서재 옆에는 노 전 대통령이 시민들과 만날 때 사용했던 트레이드 마크인 밀짚모자가 옷걸이에 걸려 있습니다.
서재 측면 벽에는 대한민국 제16대 대통령 취임 선서문이 액자에 걸려 있습니다.
안채는 대통령의 개인적 생활 공간으로 거실과 침실이 있습니다. 노 전 대통령은 주로 거실에서 개인 작업을 했다고 합니다. 민주주의 포털 사이트인 ‘민주주의 2.0’을 직접 만들어 시민들과 의견을 공유하고, 직접 글을 올려 토론하는 등 끊임없이 소통작업을 했던 곳입니다.
거실에서 단연 눈에 띄는 것은 컴퓨터 2대가 놓인 책상입니다. 노 전 대통령이 서거하기 직전 새벽에 이곳에서 마지막 유서를 남겼기 때문입니다. 노 전 대통령은 책상에 컴퓨터 모니터 2대를 설치해 사용했는데, 한 대는 글쓰기용으로 나머지 한 대는 자료 조사 및 찾기 용으로 사용했다고 합니다.
거실 오른쪽에는 노 전 대통령과 부인 권 양숙 여사의 침실이 있습니다. 너무 사적인 공간이라 이번에는 침대만 조금 보이도록 살짝 문을 열어 놓는 정도로 공개했습니다.
사저 내 정원에는 기증받은 나무들이 제법 많습니다. 전체적으로 소박하고 아담한 정원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 가운데 노 전 대통령이 유독 애착을 가졌던 나무 한 그루가 있습니다.
사저를 둘러 본 시민들은 한결 같이 소박하고 검소한 모습이란 반응을 보였습니다. 경남 진해에서 가족과 온 박혜진 주부는 “주위에서 저희가 그냥 볼 수 있는 집, 전혀 한 나라의 대통령 집이라고 느껴지지 않을 만큼 소박하고 소탈한 집”이라고 말했습니다.
노무현 재단 오상호 사무처장은 노 전 대통령 생전 이 사저를 ‘지붕 낮은 집’이란 표현을 즐겨 사용했다고 회고 했습니다. ‘자연과 어우러지는 집’을 철학 기조로 해 전통 한옥 양식이기는 하지만, 지붕도 기왓장을 올리지 않고 평면으로 평평하게 했다고 합니다. 오 처장은 노 전 대통령이 이곳에서 필생의 사업으로 두 가지를 실천하려 했다고 합니다.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