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뉴스

뉴스 > 사회

'빗나간 부정'…아버지가 뺑소니친 아들 증거인멸 도와

김광현 기자

입력 : 2016.04.26 14:02


30대 아들이 뺑소니 교통사고를 내자 아버지가 자수를 시키기는커녕 아들과 함께 현장을 찾아가 사고 흔적을 은폐했다가 경찰에 적발됐습니다.

지난해 11월 28일 밤 10시 48분쯤 부산 북구 신호등이 없는 한 교차로에서 승용차를 운전하던 31살 이모 씨는 교차로로 진입하는 배달 오토바이와 충돌한 뒤 멈추지 않고 그대로 달아났습니다.

사고의 충격으로 배달 오토바이 앞부분은 크게 파손됐고 운전자는 엉덩이와 팔꿈치에 멍이 드는 상처를 입었습니다.

이씨는 사고를 낸 뒤 200∼300미터를 더 달리다가 유턴해 사고현장에서 50미터 떨어진 지점으로 돌아왔습니다.

그는 경찰 대신 아버지에게 전화를 걸었습니다.

약 1시간 30분 만에 사고 현장에 나타난 아버지는 아들과 함께 증거 인멸에 나섰고 현장주변을 돌면서 아들 차량 범퍼에서 떨어진 조각을 모두 수거 한 뒤 달아났습니다.

경찰은 사고 현장 폐쇄회로 TV를 근거로 이씨 부자를 검거했습니다.

경찰은 이들이 사고 발생 며칠 후 차량의 범퍼를 손수 갈아 끼우는 등 범행 은폐를 시도한 정황도 추가로 확보했습니다.

이씨는 뺑소니 사고 후 석 달 뒤인 올해 2월 음주운전을 하다가 사고를 내기도 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경찰은 이씨가 이번 사고를 낼 때도 음주 상태였는지 여부를 추궁하고 있습니다.

이씨의 아버지는 경찰에서 잘못을 시인했습니다.

한 경찰 관계자는 "처음에는 범행을 부인하던 이씨 아버지가 '아들이 처벌받는다는 사실이 무서워 못난 아버지가 되기로 했다'며 범행을 자백하고 고개를 숙였다"고 말했습니다.

경찰은 이씨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도주 차량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습니다.

또 이씨의 운전면허를 취소시키고 4년간 운전면허 재취득을 제한했습니다.

하지만 경찰은 이씨의 아버지는 처벌하지 못한다고 말했습니다.

형법 115조는 친족이나 동거하는 가족을 위해 범인을 도피시키고 증거를 없앤 경우에는 처벌을 못 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한 경찰 관계자는 "형법이 천륜 때문에 행하는 범죄는 처벌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면서 "하지만 정의를 가르쳐야 할 아버지가 빗나간 부정을 보인 것은 손가락질을 받아 마땅하다"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