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롤러코스터 탄 시각장애 변호사…"덜 무섭다" vs "위험하다"

입력 : 2016.04.25 14:20

'놀이기구 탑승허용 소송' 재판부, 에버랜드 현장검증


"어, 저게 왜 멈추지?" 25일 오전 10시 35분.

경기도 에버랜드로 나들이 온 사람들의 눈길이 롤러코스터 'T-익스프레스'에 멈췄다.

한 바퀴를 돈 뒤 두 번째 바퀴째 첫 낙하를 위해 궤도 오르막을 천천히 오르던 열차가 갑자기 높이 약 40m 상공에서 멈춰 선 것이다.

곧바로 흰 안전모를 쓴 직원 4명이 선로 옆 비상용 철제 계단으로 열차를 향해 올라왔다.

이들의 통제에 따라 열차 6열에 앉은 국내 1호 시각장애인 변호사인 김재왕 변호사도 다른 탑승객처럼 손잡이를 잡고 계단을 내려왔다.

정해진 시나리오에 따라 고연금 부장판사 등 승객 36명이 모두 대피하는 데는 10분이 채 안 걸렸다.

지상에 내려온 김 변호사는 "안보여서 오히려 덜 무섭던데요"라고 연합뉴스에 말했다.

"에버랜드 측은 시각장애인이 타면 위험하다고 하지만, 시각을 잃기 전에 탔던 기억과 차이는 없었습니다. 비상대피할 때도 계단이 잘 돼 있어 전혀 어렵지 않았구요." 김 변호사가 놀이기구를 탄 건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7부(고연금 부장판사)가 시각장애인이 제기한 '놀이기구 탑승 허용 소송'의 현장검증을 열면서다.

김 변호사는 시각장애인 측 소송대리인이다.

김모씨 등 시각장애인 3명은 지난해 5월 에버랜드를 방문해 T-익스프레스를 타려다 제지당했다.

내부 규정상 시각장애인 탑승이 금지돼 있다는 이유였다.

장애인들은 "이전에도 타 본적이 있다"며 반발했지만 에버랜드 측은 "자칫 위험할 수 있다"며 막아섰다.

이들은 에버랜드의 운영주체 삼성물산을 상대로 '차별구제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에버랜드가 시각장애인이 놀이기구를 타면 위험할 것이란 편견을 근거로 놀이기구 7개의 장애인의 탑승을 전면·일부 제한하며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을 위반했다는 주장이다.

재판은 지난해 8월 시작됐지만 양측은 팽팽히 맞섰다.

이에 재판부는 에버랜드 측 제안에 따라 직접 놀이기구 운행과 비상시 대피를 경험해보기로 했다.

재판장과 배석판사 2명, 시각장애인 원고 및 김 변호사, 피고 측 문병규 변호사가 모두 안경을 벗고 한 열차에 탔다.

에버랜드 측은 "T-익스프레스는 최대 시속 104㎞로 달리며 탑승자에게 4.5G의 중력가속도가 가해져 일반인도 탑승 중 목과 허리 등 부상의 위험이 있다"며 "선로 중 가장 높은 곳은 56m나 되는 데 비상정지 상황에서 걸어 내려올 때 시각장애인의 위험 가능성도 크다"고 주장했다.

반면에 김 변호사는 "재판장님처럼 안경을 쓴 사람은 T-익스프레스를 탈 때 안경을 벗고 타야 하며 고도 근시의 경우 시각장애인과 다를 바가 없다"며 "그럼에도 시각장애인만 탑승을 제한하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반박했다.

재판부는 44개 놀이기구 중 T-익스프레스, 범퍼카 등 시각장애인 이용이 완전 제한된 기구 3개와 동행인이 있어야 허용되는 기구 4개를 직접 타고 양측 주장을 검증했다.

재판부는 이를 바탕으로 에버랜드의 조치가 지나친 차별인지, 적절한 보호조치인지를 판단할 예정이다.

다음 재판은 5월24일 열린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