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종위기 조류의 안식처 습지…개발 바람에 위기
발목 깊이 물이 들어찬 습지에서 몸 바닥을 부리로 쪼고 진흙을 파헤쳐 먹이를 찾는다. 풀뿌리, 물고기, 갯지렁이로 보이는 먹이를 찾아내 배를 채우더니 방향을 바꿔 성큼성큼 갈대숲으로 들어가 기지개 켜듯 긴 목을 쭉 편다. 제 키보다 더 높은 갈대 위를 쪼기도 하고, 몸을 낮춰 앞쪽을 쪼기도 한다.
갈대에 엉겨있는 거미줄에서 거미나 걸려든 날벌레를 쪼는 모양새다. 습지 생태계 먹이 사슬에서 시베리아 흰두루미는 거의 맨 위를 차지한다. 사람이 다가가기 어렵고 사람 눈에 띄지 않는 습지 갈대밭, 물가가 외톨이 시베리아 흰두루미에겐 쉼터요 생명을 부지하는 공간이다.
시화호에서 이 새가 발견되기는 지난 2012년 이후 올 봄이 4년 만이라고 최종인 씨는 말한다. 4년 전엔 2,3일 잠깐 보이다 사라졌다는 것이다. 아마도 일본 큐슈 남서쪽 이즈미(出水)에서 재두루미, 흑두루미 무리에 섞여 겨울을 나고 시베리아로 북상하는 길에 일행을 잃었거나 떨어져 나와 시화호 습지에 일시 머물게 된 것으로 보인다고 국립생물자원관 조류 전문가 박진영 박사는 설명한다.
'야생에서 절멸할 가능성이 대단히 높다'는 의미다. 우리나라에서도 환경부가 멸종위기 야생생물 II급으로 지정했다. 그만큼 전 세계가 나서서 지켜주지 않으면 영영 지구에서 자취를 감출 운명이다. 부모와 일행을 잃고 홀로 떨어진 어린 시베리아 흰두루미에게 올봄 시화호 습지는 훌륭한 미아보호소 역할을 했다. 언제까지 시화호 습지가 자연의 생명을 품어 줄 수 있을까?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