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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폭탄 그치자 지진 덮치다니…" 칠레 한인들도 긴장

입력 : 2016.04.19 18:07


 "주말 내내 쏟아진 폭우로 산티아고 시내는 말 그대로 물바다가 됐죠. 도로도 끊기고 수돗물도 끊기고…. 겨우 빗줄기가 멈추나 했더니 이번엔 지진이 걱정입니다. 에콰도르 강진이 남 얘기가 아닐까 봐 다들 심란한 분위기죠."

'불의 고리'는 남미 칠레에서도 꿈틀대려는 걸까.

에콰도르를 덮친 강진으로 이웃 나라 칠레에서도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특히 수도 산티아고는 한인들이 생업을 꾸려가는 코리아타운이 조성돼 있어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현지 로펌 변호사이자 연합뉴스·월드옥타 명예기자인 이현호(44) 씨는 19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엎친 데 덮친 격이라더니 산티아고는 지난 주말부터 폭우가 이어지다가 월요일 아침에는 규모 5.5의 지진이 덮쳤다"면서 "시내는 한마디로 아수라장이 됐다"고 어수선한 분위기를 전했다.

칠레에서는 기상이변으로 지난 16일(이하 현지시간) 폭우가 시작되면서 산사태가 잇따르고 강물이 범람했다.

18일 현재까지 2명이 숨지고 11명이 실종됐으며, 330명에 달하는 이재민이 나왔다.

도시에는 물난리가 났다.

산티아고를 가로지르는 마포초 강물이 둑을 넘었기 때문.

지하 주차장마다 승용차가 지붕만 남긴 채 물에 잠겼고 도로도 진흙탕이 돼 통행이 중단됐다.

가장 타격이 큰 곳은 시내 중심가인 프로비덴시아 지역으로, 상점 900여 곳과 주택 1천200여 곳이 침수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지역에서는 한인들도 편의점, 카페, 호텔 등 10여 개 업체를 운영하고 있어 폭우를 피해 한때 가게 문을 닫아야 했다.

그래도 아직 큰 피해는 없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커피숍을 운영하는 단규범 씨는 "주말부터 월요일 아침까지도 수돗물이 끊기는 바람에 식수조차 구할 길이 없어 발만 동동 굴러야 했다"면서 "가까스로 급수가 재개돼 바닥 청소를 마치고 영업을 정상화했으며 다행히 피해는 면했다"고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다.

칠레에는 3천여 명의 한인이 살고 있으며, 이번 홍수에 따른 직접적인 인적·물적 피해는 아직 보고되지 않고 있다.

산티아고에서는 월요일인 18일 휴교령이 내려져 한인들은 현지 주민들과 함께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피해 복구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칠레 당국은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하지만 물난리의 공포가 채 가시기도 전인 18일 오전 8시 40분께 규모 5.5의 지진이 발생해 다시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지난 16일 이웃 나라인 에콰도르에서 규모 7.8의 강진으로 400명이 넘는 사망자가 나오면서 환태평양 조산대, 즉 '불의 고리'로 연결된 칠레에서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던 상황.

칠레는 지난해 9월에도 규모 8.3의 강진이 강타해 100만 명이 대피하는 등 크고 작은 지진이 잇따르는 곳이다.

특히 산티아고에서는 한인들이 대규모로 코리아타운을 형성하고 옷가게, 잡화점, 봉제업, 식료품점, 직물 점포 등 300∼400개 업체를 운영 중이기도 하다.

이들 한인은 이민 1세대로서 스페인어가 능숙하지 않은 탓에 현지 뉴스를 찾아보는 대신 한인끼리 카카오톡 등으로 지진 예보를 공유하고 있으며, 교회·한인회 등을 통해서도 비상 연락망을 구축해놨다.

한 동포는 "한국 사람끼리 전화나 문자로 안부를 챙기며 건너건너 뉴스를 전해 듣고 있다"면서 "생필품을 미리 사놨다는 한인도 있긴 하지만 대부분 큰 동요 없이 차분한 분위기에서 상황을 예의 주시하는 중"이라고 전했다.

이현호 변호사는 "칠레는 작은 지진이 빈번하게 일어나는 데다 건물 설계에도 지진 대비를 철저하게 하고 있어 '불의 고리' 공포가 심각한 것은 아니다"라면서 "한인들도 현지 주민과 힘을 합쳐 폭우 피해를 복구하는 데 최선을 다하려 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