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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골적 표현이 조언?" 충주시의장 성희롱 피해자 '울분'

입력 : 2016.04.18 17:02


"성행위를 노골적으로 거론하며 성희롱을 했는데도 조언 과정에서 나온 얘기라는 이유로 무죄나 다름없는 판결을 하다니 납득할 수 없습니다."

충주시 공무원 A(여) 씨는 18일 자신에게 성희롱 발언을 한 혐의로 기소된 충북 충주시의회 윤범로 의장에 대해 항소심 재판부가 솜방망이 판결을 내린 지 사흘이 지났지만, 법정에서 느꼈던 분을 삭이지 못했다.

청주지법 형사항소1부는 지난 15일 모욕 혐의로 기소된 윤 의장에게 100만 원의 벌금형을 선고유예한 바 있다.

A씨는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입은 피해자 심정이나 수치심은 손톱만치도 고려하지 않은 판결"이라며 "어떻게 생면부지의 여성에게 여성 비하와 차별은 물론, 노골적인 성행위를 언급한 발언을 조언으로 판단, 관대하게 용서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사법부를 비판했다.

그는 법정에 들어가 판사의 말을 모두 받아 적다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고 한다.

범죄 구성 요건이 다 성립된다고 인정하면서도 재판 내내 반성의 기미를 보이기는커녕 자신이 했던 발언 자체도 부인하는 피고인에게 선고유예를 내린 것은 면죄부를 준 '유권무죄' 판결이라는 것이다.

A씨는 "사건 당시 너무 수치스럽고 충격을 받아 아무 것도 할 수 없었다"며 "고개도 못 든 채 가만히 앉아 있다가 밖으로 나와 간신히 정신을 차리고 나서야 아무 저항도 못하고 그냥 나온 걸 후회했다"고 말했다.

사건은 A씨가 공무원이 된 지 두 달 만인 2014년 8월 일본 출장길에서 일어났다.

충주시의회와 충주시 관계자들이 참석한 저녁 식사 자리에서 윤 의장은 A씨 바로 옆자리로 옮겨 와 "왜 여자(A씨)를 사진 담당자로 뽑았냐"며 말을 꺼냈다고 한다.

윤 의장은 이어 "바지를 타이트하게 입고 다니지 마라. 최근 외부 행사 때 단상에 올라사 사진 촬영을 하는 뒷모습을 보고 누군가 'XX 하고 싶네'라고 하더라"며 차마 입에 담기 힘든 표현을 했다는 게 A씨 주장이다.

재판부도 여러 증거자료와 증언을 토대로 문제가 된 발언이 사실이었음을 인정했다.

A씨는 "참석 인원이 20명에 가까울 정도로 공개적인 자리에서 생각지도 못한 일을 당하니 감당할 수 없었다"며 "밖으로 뛰쳐나와 당장 사표를 내고 달아날까 하는 생각도 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을 그렇게 끝내는 건 아니라는 생각에 주위의 만류를 무릅쓰고 어렵게 법적 대응을 결심했다.

"고민에 고민을 거듭해 내린 결정이다. 상대적 약자인 계약직 신입 여성 공무원이 시의장을 고소하면 큰 상처를 입을 게 뻔하고, 신분상 불이익을 받을 수도 있겠지만 가만히 있으면 평생 후회할 거 같았다. 여자라는 이유만으로 이런 수모를 참고 사는 것은 온당치 않다고 생각했다" A씨는 재판 과정에서 사건 당시 입었던 옷차림 그대로 사진을 찍어 증거로 제출했다.

엉덩이 부분까지 내려오는 검정색 블라우스에 회색 바지 차림이었다.

그 복장 그대로 주위 사람들 앞에 나서는 것이 과연 부적절한 옷차림인지 의견을 구하기도 했다.

그는 "어느 정도 나이도 있고 사회경험도 많이 해 웬만한 농담은 받아들일 마음가짐이 돼 있지만, 이번 일은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며 "재판을 하면서 성희롱 발언을 처벌하는 마땅한 법 조항도 없을 만큼 우리의 사법체계가 성적 약자 보호에 허점이 많다는 사실도 알게 됐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검찰과 A씨는 항소심 판결문 내용을 검토한 뒤 대법원 상고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한편, 윤 의장은 이번 판결에 대해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윤 의장은 그동안 "이번 사건은 성희롱 사건이 아니라 어디까지나 '모욕' 사건"이라며 "신입 공무원에게 조언을 해주는 과정에서 다른 사람의 얘기를 전해준 것일 뿐 성희롱 의도는 전혀 없었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