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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필 그날에'…보이스피싱범 대통령 경비 서던 경찰에 '들통'

김광현 기자

입력 : 2016.04.11 10:41|수정 : 2016.04.11 11:42


보이스피싱 조직원에게 현금 8천여만 원을 뜯길 뻔한 스님이 대통령 경비를 서던 경찰관의 기지로 사기를 모면했습니다.

전북 완주의 한 사찰 주지스님 86살 이 모 씨는 지난 8일 오전 8시쯤 경찰을 사칭한 보이스피싱 조직원의 전화를 받았습니다.

"은행계좌 비밀번호가 유출됐으니 예금을 모두 찾아 전주의 한 농협으로 나오라"는 말을 들은 이 씨는 부랴부랴 인근 농협으로 달려가 8천여만 원을 인출했습니다.

거액의 돈을 빼려는 스님을 의심한 농협 직원이 돈의 용도를 물었으나 이 씨는 "자식 사업자금으로 주려고 한다"며 돈을 달라고 했습니다.

돈을 인출한 이 씨는 보이스피싱 조직원의 말대로 전주의 한 농협으로 이동했습니다.

007가방에 돈을 싸들고 나온 이 씨는 조직원이 보이지 않자 다시 전화를 했습니다.

이날은 대통령이 농협 인근의 창조경제혁신센터를 방문하던 날로 주변 경계가 삼엄했습니다.

이때 농협 밖에서 대통령 경호·경비 근무 중이던 경찰은 007가방을 든 이 씨를 수상하게 여겨 이 씨에게 다가갔습니다.

경찰은 이 씨의 통화내용을 듣다가 보이스피싱 피해자라는 사실을 직감했습니다.

이 경찰은 "보이스피싱 조직원이 분명하니 약속장소를 정해서 만나자고 해라"는 글을 종이에 적어 이 씨에게 건넸습니다.

경찰의 말을 착실하게 따라준 이 씨는 조직원과의 통화 끝에 한 대형마트 사물함에 8천만 원을 넣어두기로 했습니다.

이 씨는 직접 들고온 8천여만 원을 농협에 안전하게 입금하고, 대신 빈 007 가방을 대형마트 사물함에 뒀습니다.

보이스피싱 총책은 중국인 30살 리 모 씨를 시켜 이 씨가 사물함에 넣어둔 돈을 가로챌 요량이었습니다.

리 씨는 잠시 뒤 약속장소인 대형마트에 나타났고, 경찰은 사물함에서 돈을 빼가려던 리 씨를 현장에서 붙잡았습니다.

전북 전주덕진경찰서는 절도 미수 혐의로 리 씨를 구속했습니다.

경찰은 검거 당시 한국말을 곧잘 하다 중국말로 일관하는 리 씨를 상대로 여죄를 수사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