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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 로마에도 프랑스 혁명 때도…' 뿌리깊은 탈세의 역사

입력 : 2016.04.10 10:16


'파나마 페이퍼스'의 공개로 사상 최대 규모의 조세회피 스캔들이 불거질 조짐이지만 사실 탈세 논란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인류 문명의 역사와 거의 궤를 같이할 정도로 뿌리가 깊다.

10일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탈세의 역사는 고대 로마의 부자들이 무거운 세금을 피하려고 법망이 닿지 않는 곳으로 자산을 빼돌린 일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로마 제국에서 재원 마련을 위해 통화가치를 평가절하했을 때 시민들이 당시 은화인 '데나리'를 몰래 비축했던 것도 세무당국의 추적으로부터 재산을 지키려는 시도였다고 역사학자들은 분석했다.

예수가 로마 황제에게 세금을 바치는 게 옳으냐는 곤란한 질문에 "카이사르의 것은 카이사르에게"라고 답했다는 일화 역시 로마의 세금 부과에 대한 강한 반발기류에서 나온 것이라고 WSJ은 전했다.

외국으로 재산을 숨기는 방식의 조세회피가 역사 속에 등장한 것은 1789년 프랑스 혁명 때였다.

당시 스위스 은행들은 혁명의 소용돌이에서 재산을 지키려는 프랑스 귀족들로부터 수수료를 받고 비밀 금융서비스를 제공했다.

이어 몬테카를로 카지노를 통해 엄청난 부를 축적한 모나코의 대공 샤를 3세가 1869년 모든 소득세를 폐지한 이후에는 모나코가 조세회피처로 각광받게 된다.

역외금융을 전공한 로넌 팰런 영국 런던시티대학 국제정치학 교수는 1926년 리히텐슈타인, 1929년 룩셈부르크, 1930년대 버뮤다가 각각 조세회피처로 명성을 얻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현대 조세회피처들이 사용하는 각종 규제완화 기법은 19세기 후반 미국 뉴저지와 델라웨어 주에서 처음 등장했다.

뉴저지 주는 1880년대 저명 기업변호사인 제임스 딜의 제안으로 기업공시 기준과 여러 규제를 완화했고, 얼마 후 스탠더드오일과 같은 거대기업이 세 부담을 줄이기 위해 이곳으로 옮겨왔다.

또 1920년대 영국 법원들이 런던에 본사를 뒀지만 외국에서 기업활동을 하는 회사들은 영국의 조세 대상이 아니라는 판결을 잇따라 내놓으면서 영국 본토는 물론 영국령 해외 영토들이 조세회피처로 떠오르는 계기를 제공했다.

탈세의 역사에서 결정적인 장면 중 하나는 1934년 스위스가 은행의 고객 신원 노출을 범죄로 규정한다는 법을 제정한 것이다.

이와 관련해 일부 나라들은 스위스 은행 계좌를 보유한 자국 시민들을 처벌하겠다고 엄포를 놓기까지 했지만, 이 조치는 전 세계 부자들의 재산이 스위스로 몰려드는 원동력이 됐다.

리히텐슈타인과 우루과이도 앞다퉈 금융비밀을 보장하는 조치를 내놓는 등 탈세를 부추기는 나라 간 경쟁이 과열되는 양상까지 나타났다.

팰런 교수는 "현재 진행 중인 세금 회피는 너무나 막대해 아무도 얼마나 많이 탈루되고 있는지 짐작할 수조차 없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