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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리포트] 트럼프의 폭주에도 왜 시장은 이토록 무덤덤할까요?

최대식 기자

입력 : 2016.04.09 14:54|수정 : 2016.04.11 13:56


주 전체의 학력 수준과 가족 중시 분위기, 美 이민의 역사 등을 감안할 때 위스콘신주 경선에서 트럼프가 승리할 것으로 예상하는 전문가는 많지 않았습니다. 지난 주 내내 문제가 됐던 한국과 일본의 핵무장 허용, 낙태여성 처벌 발언에 이어 선거 참모의 폭행 기소까지 겹치면서 기세 등등하던 트럼프는 한 풀 꺾였습니다. 불과 한 달 전만 해도 트럼프가 대의원의 과반을 확보할 것이라는 예상도 많았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중재전당대회가 열릴 가능성이 절반 이상이라고 합니다. 궁금한 것은 시장의 반응이었습니다. 

트럼프는 단적으로 보호무역과 자본이득에 대한 과세를 주장하고 있습니다. 중국에 빼앗긴 일자리를 되찾기 위해 보복관세라는 카드를 꺼내들었고 멕시코에 대해서는 장벽 설치비용을 물지 않으면 이민자의 송금까지 막겠다고 했습니다. 감세를 기본 철학으로 하는 보수당의 선두 주자가 배당소득과 장기 자본이득에 대해 새로 세금을 물리거나 올리겠다고 공언했습니다. 월스트리트저널이 매일 사설을 통해 그를 비판했지만 정작 시장은 트럼프의 공약에 무덤덤했습니다. 

이번 주 뉴욕의 몇몇 투자 전문가들에게 이유를 물어봤습니다. 공통된 대답은 우선 트럼프가 대통령이 될 확률을 낮게 본다는 것이었습니다. 설사 공화당의 후보가 된다 하더라도 본선에서는 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죠.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중산층이 붕괴된 상태에서 기존 정치인들이 내세웠던 관용과 배려, 품위 대신에 '내 일자리가 우선'이라는 트럼프의 주장은 저학력 백인 서민층들의 속마음을 파고 들었지만 거기까지라는 겁니다.

다음으로는 트럼프가 설사 대통령이 된다 해도 의회와 법원이라는 제도의 견제를 받을 것이라는 예상이었습니다. 특히 대선과 함께 열리는 상하원 선거에서 트럼프를 견제하려는 심리가 작동하면 의회 권력은 민주당이 다시 장악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는 것이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시장에는 걱정거리가 널려 있다고 하더군요. 가능성이 높지는 않지만 당장 이번 달에 오를 수도 있는 기준금리와 등락을 반복하는 국제유가, 쏟아지는 경제지표들에 반응하기도 버거운데 11월 대선은 너무 먼 얘기라는 거죠. 

위스콘신에서의 패배 이후 트럼프는 고향 뉴욕에 '올인'하고 있습니다. 일단 상황은 유리합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고 대선 출마설이 나돌던 블룸버그 전 뉴욕 시장의 지지도 얻었습니다. 출산한 지 2주도 안 된 딸까지 유세장에 동원시켰고 '뉴욕적 가치'를 언급하며 은근히 지역감정까지 부추기고 있습니다. 만약 뉴욕에서 트럼프의 폭주가 되살아날 만큼의 결과가 나온다면 지금보다 더 심각하게 미 대선을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