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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장의 돈이 위험합니다" 노인 등친 20대 보이스피싱 조직원

입력 : 2016.04.07 10:58


"고객님 이름으로 부정 발급된 카드에서 거액의 돈이 빠져나가려고 합니다." 전북 전주시에 살던 김모(75·여)씨는 지난 6일 오전 11시께 카드사 직원이라고 밝힌 한 남성의 전화를 받고 불안에 떨었다.

그간 애지중지 모아 은행에 넣어둔 돈이 한순간에 날아갈 수도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 남성은 "인출을 막기 위해 경찰에 수사 의뢰를 하겠다"며 전화를 끊었다.

이내 김씨에게 경찰이라고 밝힌 또 다른 남성의 전화가 걸려왔다.

그는 "통장의 돈이 위험하니 은행에서 돈을 인출한 뒤 전북도청으로 나오면 보관해주겠다. 다른 경찰이 와서 이상한 걸 묻거든 절대 답하지 말라"고 당부했다.

이 남성의 말을 철석같이 믿은 김씨는 부랴부랴 은행으로 달려가 은행 직원에게 2천300만원 인출을 요구했다.

거액의 돈을 빼려는 할머니를 의아하게 여긴 이 직원은 전화금융사기(보이스피싱)를 의심하고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과 마주한 김씨의 자세는 완강했다.

김씨는 "내 돈 빼려는데 왜 난리냐. 우체국에 다니는 내 조카에게 보내려는 것"이라며 둘러댔다.

김씨는 보이스피싱 조직원이 김씨를 속이려고 알려준 주의사항을 '착실하게' 지켰다.

현장에 김씨의 조카와 가족들이 오고 나서야 김씨는 보이스피싱 조직원에게 전화를 받았다는 사실을 털어놨다.

심지어 김씨는 "아까 통화한 경찰과 내 눈앞에 있는 경찰 중 누구를 믿어야 하는지 혼란스럽다"고 말했다.

경찰과 함께 있던 김씨에게 "만나자"는 보이스피싱 조직원의 전화가 걸려왔고, 경찰은 도청으로 돈을 받으러 온 중국인 지모(22)씨를 검거했다.

지씨는 중국 보이스피싱 조직의 지시를 받아 피해자들이 집안에 보관해두거나 직접 돈을 가지고 나온 현금을 훔쳐 중국으로 송금하는 인출책이었다.

지씨는 피해자들에게 받은 금액의 10%를 수수료 명목으로 받았다.

경찰 조사 결과 지씨는 대전과 전주 등에서 5차례 범행을 하고 받은 8천200여만원을 중국으로 보낸 것으로 드러났다.

지씨는 주로 김씨처럼 직접 만나 "돈을 보관해주겠다"고 하거나, "집에 현금을 보관해 두라"고 한 뒤 피해자를 집 밖으로 유인해 훔치는 수법을 썼다.

경찰 관계자는 "피해자들은 전부 세상 물정에 어두운 노인들이었다"며 "지씨에게 범행을 지시한 보이스피싱 조직원을 쫓고 있다"고 말했다.

전북 전주덕진경찰서는 7일 절도 혐의로 지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