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도피 중에도 군부와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탁신 친나왓 전 태국 총리가 이번에는 '빨간 바가지'로 군부를 자극하고 나섰다.
4일 현지 언론 보도에 따르면 태국 경찰은 군 당국과 함께 전날 탁신 계열 정당인 푸어타이당 소속 의원들의 집을 수색해 1만여 개의 빨간색 플라스틱 바가지를 압수했다.
또 경찰은 플라스틱 바가지를 가지고 있던 시린톤 라마수트, 낫타뽕 수프리야실프, 쫀라난 스리깨우 등 3명의 탁신 계열 정당(푸어타이당) 소속 전직 의원들에 대한 기소를 검토하고 있다.
압수된 바가지는 오는 13일 시작되는 태국의 신년 물 축제인 송끄란을 앞두고 지지자들에게 선물로 주기 위해 제작된 것으로 보인다.
선거철도 아닌데다 정치인이 값싼 선물을 돌리는 것이 큰 문제가 되지는 않는다.
문제는 바가지의 색깔이 탁신 계열 정당인 푸어타이당을 의미하는 빨간색인 데다, 바가지 바깥쪽에 탁신의 사인과 함께 "(정치적) 상황이 뜨겁지만, 우리 형제자매들은 이 바가지로 시원한 송끄란을 맞았으면 한다"는 인사말이 적혀져 있는 점이다.
앞서 군부는 문제의 바가지와 탁신 전 총리와 그의 여동생인 잉락 전 총리의 사진을 들고 찍은 게시물을 페이스북에 올린 일반인 여성을 반란 선동 혐의로 기소한 바 있다.
군부 정권을 이끄는 프라윳 찬-오차 총리도 탁신의 바가지 선물을 강력하게 비난하고 나섰다.
그는 "대중의 관심을 끌기 위해 도망자(탁신)를 지지하는 것이 합법인지 모르겠으나 이는 옳고 그름의 문제"라며 "왜 하필 빨간 바가지냐?, 왜 노란색(군부·왕족 등 기득권 계층을 의미) 바가지는 안 되느냐? 빨간색 바가지가 더 실용적이냐?"고 비아냥댔다.
그는 이어 태국이 직면한 20년만에 최악의 가뭄 상황을 거론하면서 "만약 바가지를 선물하려는 사람이 선의를 가졌다면, 물을 저장할 수 있는 항아리를 선물하는 게 맞다"고 덧붙였다.
탁신 전 총리는 지난 2006년 군부 쿠데타로 실각했고, 2008년 법원에서 권력 남용 등 혐의로 유죄 선고를 받아 해외도피 중이다.
그는 또 최근에는 한국에서 열린 아시안리더십 회의 중 인터뷰를 통해 2014년 반정부 시위의 배후에 왕실 추밀원이 있다고 주장, 여권 말소 조치까지 당했다.
그런데도 탁신 전 총리는 "나는 (태국에) 돌아갈 수 있다고 확신한다"며 "범죄 혐의를 받고 있지만 나는 그런 사람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탁신 전 총리는 최근 군부가 새로운 헌법 개정안을 내놓고 내년 총선 계획 등을 제시하자, 외신들을 잇달아 접촉하면서 군부가 주도하는 국내 정치, 경제 상황을 비판하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