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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울한 죽음 '시그널' 살핀다…변사 10건중 1건 검사가 챙긴다

홍지영 기자

입력 : 2016.04.04 07:36|수정 : 2016.04.04 08:58


2014년 1월19일 오전 11시께 대전에서 박모 (당시 66세)씨의 변사 신고가 접수됐습니다.

신고자인 아들(38)은 자다가 깨보니 아버지가 머리에 피를 흘린 채 숨져 있었고 평소 거동이 불편한 부친이 계단을 올라오다가 넘어져 다친 것 같다고 했습니다.

검안 의사도 실족사로 추정했지만, 대전지검 당직검사는 수상하다고 느끼고 현장에 나가 집안 곳곳의 혈흔을 검사하고 아들과 면담도 했습니다.

상처 위치는 실족사로 보기 어려웠고 방 안에 있던 '효자손'에서 박씨의 혈흔이 나왔습니다.

평소 아버지를 폭행하고 멍든 모습을 촬영하는 등 아들이 아버지를 학대한 사실도 드러났습니다.

아들은 신고 다음날 잠적했다가 3주만에 붙잡혔고 결국 존속상해치사 혐의로 구속기소됐습니다.

대검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변사사건 2만8천255건 중 10%인 2천838건을 검사가 직접 검시했습니다.

몇 년 전까지 검사의 직접검시율은 4%대였습니다.

형사소송법은 '변사자 또는 변사가 의심되는 사체가 있으면 검사가 검시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한 해 3만건 정도 접수되는 변사를 모두 검찰이 직접 검시할 수 없어 대부분 경찰에 맡겨왔습니다.

검찰의 직접 검시 강화는 재작년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을 눈앞에서 놓친 실책에 대한 반성에서 비롯됐습니다.

검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유전자 검사로 사망 사실이 확인되기까지 40여 일간 전남 순천의 매실밭에서 발견된 시신이 유씨일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대검은 2014년 10월 '변사에 관한 업무지침'을 고쳐 신원이 불분명하거나 타살이 의심되는 변사, 대규모 인명사고 등은 원칙적으로 검사가 직접 검시하기로 했습니다.

서울중앙지검의 경우 경찰을 수사지휘하는 형사2부와 강력사건 전담인 형사3부 검사들이 24시간 당직체제를 갖췄습니다.

검찰은 지난해부터 법의학자 26명으로 법의학 자문위원회를 꾸려 초동수사 단계부터 검시에 참여해달라고 요청하고 있지만, 대부분 현직 의과대학 교수들로 연구와 강의·부검 등이 본업이어서 현장에 제때 출동하기는 어려운 실정입니다.

법의학계는 경찰관과 검사 등 비전문가가 주도하는 현행 검시체계를 뜯어고쳐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한 법의학 교수는 "경찰·검찰의 지식과 경험에 따른 범죄 연관성 판단은 주관적일 수밖에 없다. 비전문가가 사안을 보고 전문가를 부를지 결정하는 꼴"이라며 "사인 규명과 시신 관리를 규정한 별도의 법 체계와 법의학 전문가가 참여할 제도적 공간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