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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신입생 가혹행위 언제까지 계속될까?

노유진 기자

입력 : 2016.03.31 14:47|수정 : 2016.03.31 17:27

"반항"을 이해하는 감수성을 찾아


● 대학 신입생 환영회 “반항”이 없다 

전북의 한 대학 SNS 페이지에 ‘막걸리 가혹행위’사진이 올라왔다. 꽃샘추위가 아직 다 가시지 않았는데 신입생들은 반팔셔츠에 반바지를 입고 바닥에 앉아 있었고, 선배들은 그 위로 막걸리를 뿌려대고 있었다. 오물은 들어 있지 않았으니 다행이라 해야할까. 어쨌든 그렇게 후배들의 머리 위로 뿌리는 데 쓰인 막걸리만 50병 가까이됐다고 한다. 

부산의 한 대학에서 후배들을 청테이프로 묶고 가래와 침, 담배꽁초, 음식물 찌꺼기가 들어있는 오물 막걸리를 뿌려 파문이 인지 며칠 지나지도 않았는데, 또 비슷한 사진으로 한 동안 SNS가 떠들썩거렸다.

과연 이 신입생들에게 “반항”이 허락됐을까. 알베르 카뮈는 반항하는 인간이란 ‘non(아니오)’이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했다. 자신에게 어떤 한계선이 분명히 존재하고, 상대가 그 한계를 넘어서까지 권리를 확장해 나를 침범 하면 안 된다는 것을 아는 존재다. 결국 반항하는 인간이란 권리와 거부권을 동시에 인식하고 있는 사람들이다.

가혹행위를 당한 신입생들은 아마도 ‘마시는 용도의 막걸리를 몸으로 맞지 않아도 된다’는 권리와 ‘막걸리를 제 몸에 붓지 마세요’라고 말할 거부권을 잠시 잊어버린 듯싶다. 또 어디 그들 뿐 일까. 지금은 그들에게 가혹행위를 했지만 몇 해 전에는 똑같이 막걸리를 맞았을 선배들 역시 마찬가지다.

논란이 일자 막걸리를 뿌린 학과 학생회 측은 인트라넷 게시판에 즉시 사과문을 게시했다. 하지만 사과보다는 해명에 급급했다. 막걸리를 뿌리는 행위가 학과의 전통이고, 액운을 쫓는다는 의미에서 신입생들에게 막걸리를 뿌린 것이라며 맥락 없는 가혹행위는 아니었다고 말하고 있었다.

 
<이하 사과문 전문>
 
안녕하십니까, 00과 학생회입니다.

어제(3월 28일) 온라인에서 이슈가 된 문제에 대해 학내 구성원들에게 조속한 사과와 해명이 필요할 것 같아 이렇게 글을 올립니다.

3월 초에 있었던 신입생 환영회는 매년 저희 학과에서 진행해 오던 행사였습니다. 신입생 환영회는 아주 오래 전부터 고사(告祀)의 형식으로 치러왔습니다. 신입생들이 학교를 다니는 내내 액운이 없어지고 안녕과 행복이 가득하길 바라는 기원의 마음을 담아 제사를 지냅니다. 그러한 과정에서 신입생들에게 막걸리를 뿌린 행위가 절차의 일부로 행해진 것입니다. 온라인에 드러난 대로 아무런 맥락이 없는 가혹행위로 행해진 것이 아님을 말씀드립니다. 그러나 전통이라는 이름으로 동참을 원하지 않는 신입생들에게 또는 지나가다 보고 불편을 느꼈을 학우들에게 신체적, 정신적 피해를 끼친 점은 사과드립니다. 또한 이 일로 00대학교의 이미지를 실추시킨 점도 진심으로 사죄드립니다.

아울러 몇 가지 사실에 대한 해명과 진실 규명이 필요하여 말씀드리려 합니다.
우선, 교수님께서 막걸리를 뿌렸다는 사실은 명백한 거짓 정보입니다. 그날, 학과장님 한 분만 금일봉을 전달하기 위해 식전행사인 사물놀이패 공연과 제사에만 참석하셨고, 덕담을 하신 후 바로 퇴장하셨습니다. 학과장님은 학생들에게 막걸리를 뿌린 적이 없습니다.
둘째, 페이스북 원글 게시자에게 “글을 내려달라. 사례를 하겠다.”라고 메시지를 보낸 학우는 저희 00과와 무관한 사람입니다.00학교나 00과에 도움을 주고자 한 마음이 다른 형태로 표현된 것이라 생각합니다.

사실에 대한 진실 규명과 해명에 불구하고 유감스러운 것은 저희의 행동 하나로 00의 명예가 실추되었다는 점과 1만 6천 학우들을 비롯한 학내 구성원들에게 불편함과 안타까움을 안겨주었다는 것입니다. 또한 상처를 받았을 00과 신입생들, 저희의 안일한 행동으로 눈살을 찌푸렸을 다수의 여러분들께도 사죄드립니다.

다시는 이러한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주의하겠습니다. 죄송합니다.


 
전체 사과문에서 사과라고 느껴지는 문장은 한 줄 뿐이었다.

"그러나 전통이라는 이름으로 동참을 원하지 않는 신입생들에게 또는 지나가다 보고 불편을 느꼈을 학우들에게 신체적 정신적 피해를 끼친 점은 사과드립니다." 이 문장에서야 겨우 상대방이 막걸리 맞기를 거부하고 반항할 수 있다는 걸 인정하고 있다.

● “반항”을 이해하는 감수성이 필요하다

이런 학과 행사에서 단체로 무언가를 하는데, 자기만 안하겠다고 말할 수 있는 용기 있는 신입생이 있을까. 있다 해도 특이한 사람으로 몰릴게 뻔하다. 사회학자들은 우리 사회에 남아있는 과거의 권위주의적 문화가 대학에도 그대로 남아있다고 말한다.

겉으로는 민주적인 의사결정 과정에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모든 구성원의 답이 하나로 정해져 있다는 말이다. 이 하나의 답을 깨기 위해서는 결국, “반항”을 이해할 수 있는 감수성을 키우는 수 밖에 없다. 전문가들은 학교 내에 있는 인권센터를 좀 더 내실 있게 운영하고, 인권 과목을 필수 수업 등에 포함시킨다면 지금보다는 훨씬 나은 상황이 될 거라고 충고한다.

앞으로는 신입생 환영회에서 후배들이 오물 막걸리를 맞았다든지, 선배가 유사성행위 모습을 연출하면 후배들이 맞춰야 하는 게임을 했다든지 하는 듣기만 해도 눈살이 찌푸려지는 일이 없어지길 바란다.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면 최소한 “왜”이런 일을 해야 하는지 의문을 제기할 수 있는 문화가 자리잡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