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1월 대선을 앞두고 미국 공화당의 적전분열 양상이 점입가경이다.
당이 이미 선두 주자인 도널드 트럼프와 그를 결사반대하는 주류 진영으로 사실상 두 동강 난 상황에서 상호 인신공격 끝에 감정이 상할 대로 상한 1, 2위 주자 트럼프와 테드 크루즈(텍사스) 상원의원이 경선 결과와 관계없이 상대를 지지할 의사가 없다는 점을 분명히 밝히면서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여기에다가 당 지도부가 당의 정체성과 맞지 않는 트럼프와 노골적으로 거리두기에 나서면서 당내에서는 벌써 '경선 포기' 논란마저 일고 있다.
트럼프는 29일(현지시간) 위스콘신 주(州) 밀워키에서 열린 CNN 주최 타운홀 미팅에서 '다른 후보가 대선 본선 티켓을 거머쥐더라도 그를 지지할 것이라고 한 지난해 약속을 지키겠느냐'는 물음에 "당이 나를 매우 불공정하게 대접하고 있다"면서 "더는 그럴 생각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특히 자신이 후보로 지명되더라도 크루즈 의원의 지지는 원하지도, 또 필요하지도 않다고 강조했다.
크루즈 의원 역시 비슷한 질문에 "내 아내와 가족을 공격하는 사람은 지지할 수 없다"고 못박았다.
'반(反)트럼프' 슈퍼팩(정치활동위원회)이 최근 트럼프 부인 멜라니아의 과거 모델 시절의 선정적인 사진을 올리고, 이에 트럼프가 크루즈 의원 부인 하이디의 외모를 비하하는 듯한 사진으로 맞받아치는 등 두 주자는 그야말로 진흙탕 싸움을 벌이고 있다.
두 사람과 함께 존 케이식 오하이오 주지사도 "나라를 다치게 하는 사람이 후보가 된다면 그의 편에 설 수 없다"며 사실상 지지 불가 입장을 밝혔다.
오는 7월 전당대회에서 누가 후보가 되든 심각한 경선 후유증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이 때문에 당 일각에선 대선 승리는 이미 물 건너간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있다.
심지어 '당이 대선을 포기한 것 아니냐'는 비판론도 고개를 들고 있다.
더욱이 2012년 대선 후보를 지낸 밋 롬니 전 매사추세츠 주지사를 비롯한 주류 진영이 트럼프의 후보 지명을 막고자 총력을 기울이는 것에 더해 당 '1인자'인 폴 라이언(위스콘신) 하원의장과 미치 매코널(켄터키) 상원 원내대표 등 당 지도부가 인종차별 등 분열적 발언을 일삼는 트럼프는 물론 강경 성향의 크루즈 의원과도 거리두기를 하면서 이런 논란은 더욱 증폭되는 분위기다.
일부 인사는 아예 노골적으로 대선보다는 대선과 동시에 치러지는 연방 상·하원의원 선거에 집중해야 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경선에서 도중하차한 젭 부시 전 플로리다 주지사의 선거참모였던 빈 웨버는 이날 의회전문지 더 힐(The Hill)에 "이제는 우리가 어떻게 하면 의회 다수당을 유지할 수 있을지를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자 크루즈 의원을 지지하는 보수성향의 라디오 호스트 스티브 디체는 "그런 사람들은 자신들의 안전만 생각할 뿐 대선에서 민주당 후보를 꺾는 데는 전혀 관심이 없다"고 비판했다.
경선 주자였던 마이크 허커비 전 아칸소 주지사의 수석참모 출신 칩 솔츠맨 역시 "트럼프와 크루즈 카드로는 (민주당의) 힐러리 클린턴을 꺾을 수 없다는 생각은 위험한 발상"이라고 거들었다.
공화당의 이런 복잡한 상황에 대해 더 힐은 "공화당원들이 당 일각의 대선 포기 주장에 부글거리고 있다"고 전했고, 뉴욕에 본부를 둔 매체 HNGN는 "공화당이 올해 대선을 은접시에 담아 민주당에 바치나"라고 꼬집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