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새와 시골 새(Town bird and country bird)’라는 그림동화가 있다. 시골에 있는 나무에 둥지를 틀어 살고 있는 케이트(kate)라는 새가 큰 도시에 사는 친구인 제인(Jane)을 찾아서 같이 케이크도 먹고 게임도 하고 스케이트도 타면서 서로 자기가 사는 곳이 세상에서 가장 좋다고 주장하며 킥킥대고 노는 모습을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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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서울에 있는 어느 공원을 가든 비둘기를 쉽게 볼 수 있다. 비둘기가 도시에서 무엇을 먹고살까 하는 생각이 들 때도 있지만 하나같이 오동통하게 살이 올라 있다. 때문에 ‘닭둘기’라는 별명까지 붙어 있다. 하지만 먹이가 널려 있을 것 같은 시골에서는 오히려 비둘기를 만나기가 쉽지 않다.
어떻게 해서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 것일까? 사람들이 먹이를 많이 주기 때문일까? 아니면 새들이 도시화에 적응하고 시골보다 도시에서 인간과 함께 살아가는 방법을 터득이라도 한 것일까?
도시 새와 시골 새, 그림동화와 같은 제목의 논문이 최근 발표됐다. 도시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도시 새와 시골 새의 생존 특성과 능력이 어떻게 다른지에 대한 캐나다 맥길대학교(McGill University) 연구팀의 연구결과를 담고 있다(Audet et al., 2016).
일반적으로 생물다양성에서 도시화는 가장 큰 위협 가운데 하나다. 도시가 만들어지면서 그 지역에 살고 있던 토종 생물이 멸종되거나 쫓겨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도시가 만들어지는 지역에서 생물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반드시 생물이 변화된 환경에 적응을 해야 한다. 적응을 한다는 것은 생물 고유의 특성이 환경에 맞게 변하는 것을 의미한다. 변화된 환경에서 먹이를 찾고 새끼도 낳고 또 자주 접촉하게 되는 사람과도 보다 친하게 지내는 등 여러 가지 생존법을 스스로 터득을 해야 한다.
연구팀은 중앙아메리카 카리브 해에 있는 섬나라인 바베이도스(Barbados)의 시골 지역에 사는 멋쟁이 새(bullfinch, 피리새의 일종)와 도시 지역에 적응해 살고 있는 멋쟁이 새 53마리를 잡아 새장에 넣어 놓고 대담성(boldness)과 새로운 것을 두려워하는 정도(새것 혐오증, neophobia), 인지 학습능력, 창조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innovative problem solving) 등을 비교하는 실험을 했다.
대담성은 인간과 어느 정도 친밀성이 있는지를 측정하는 실험으로 먹이를 먹을 때 사람이 방해를 할 경우 얼마 뒤에 다시 먹이를 먹게 되는지를 측정했다. 새것에 대한 두려움은 먹이통 옆에 새로운 물건을 넣었을 때 새가 새로운 물건에 익숙해지는 데 걸리는 시간으로 측정했다. 인지 학습능력은 색이 서로 다른 접시에 먹이를 주고 특정 색을 선택할 경우에만 먹이를 먹을 수 있게 하는 방법으로 새가 먹이를 얻을 수 있는 색을 인식해 연속적으로 선택하는 능력을 실험했다. 또한 투명한 작은 상자 안에 끌어낼 수 있는 막대가 붙은 먹이통을 넣어 놓고 새가 어떻게 이 먹이통을 끌어내 뚜껑을 열고 먹이를 먹는지 실험을 했다.

실험 결과는 이렇다. 우선 전체적인 새의 크기와 깃털 길이, 발뼈 길이 등 형태학적으로는 도시에 사는 새와 시골에 사는 새 사이의 차이는 없었다. 어찌 보면 당연한 얘기지만 대담성은 도시에 사는 새가 훨씬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 먹이를 먹을 때 사람이 방해를 하더라도 도시에 사는 새는 사람이 지나가면 곧바로 다시 먹이를 찾아오는 것으로 나타났다. 도시에 사는 새가 시골에 사는 새보다 사람을 덜 무서워하고 사람과 더 친밀해졌다는 것이다.
특히 창조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은 도시에 사는 새가 시골에 사는 새보다 2배 정도 뛰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시골에 사는 새의 경우 26% 만이 작은 터널 같은 상자 속에 있는 먹이통을 끌어내 뚜껑을 열고 먹이를 먹은 반면 도시에 사는 새의 경우는 절반인 50%가 먹이를 꺼내 먹는 데 성공했다. 또 도시에 사는 새의 질병에 대한 면역 능력이 시골에 사는 새보다 뛰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모두가 변화하는 환경에 적응해 살아남기 위해 종의 특성이 변한 것으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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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색을 인식해 먹을 수 있는 먹이를 얻는 인지 학습능력 실험에서는 도시 새와 시골 새 사이에 별다른 차이가 나타나지 않았다. 또 도시에 사는 새는 상대적으로 새로운 것에 대해 더 많은 두려움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환경 변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도시에 사는 새가 사실은 환경 변화를 더 경계하고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도시에 사는 비둘기는 인간이 먹이를 주거나 인간 활동의 결과로 나오는 먹이를 쉽게 구할 수 있는 도심 공원, 심지어 주택가에도 둥지를 튼다. 도시에 사는 새와 시골에 사는 새의 겉모습에는 별 차이가 없지만,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도시에 사는 새와 시골에 사는 새 사이에는 큰 차이가 만들어지고 있다. 도시화라는 환경변화가 동물의 특성과 성질을 변화시키고 질병에 대한 면역능력과 생존능력까지도 향상시키고 있는 것이다. 새들이 조상 대대로 살아온 자연 속에서 사는 것보다 인간과 함께 살아가면서 더 빠르게 진화하고 있는 것일 수 있다. 도시화로 점점 더 거칠어지고 있는 삶의 터전에서 살아남기 위해 기꺼이 환경변화에 적응하고 영리해지는 것이다.
이번 연구는 야생동물인 새를 대상으로 한 연구지만 논문을 보는 내내 ‘인간사회는 과연 어떨까?’라는 생각을 떨쳐버릴 수가 없었다. ‘말은 태어나면 제주도로 보내고 사람은 태어나면 서울로 보내라’는 말을 다시 한 번 떠올리게 하기에 충분했다. 물론 도시화라는 것이 반드시 좋은 것만은 아니다. 다양한 문제점을 야기하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단순히 도시화라는 하나의 변수 때문에 도시와 시골 사이에 원치 않는 격차가 벌어진다면 이 격차를 해소하기 위한 노력 또한 반드시 필요해 보인다.
<참고문헌>
* Jean-Nicolas Audet, Simon Ducatez, Louis Lefebvre. 2016: The town bird and the country bird: problem solving and immunocompetence vary with urbanization. Behavioral Ecology, DOI:10.1093/beheco/arv2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