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에서 탈진한 채 구조돼 치료를 마치고 바다로 되돌아간 큰돌고래 '고어진'이 왕성한 활동력으로 대한해협을 건너는 등 야생에 성공적으로 적응한 것으로 나타났다.
고어진은 2월 4일 오후 4시께 울산시 동구 방어진항 안에서 발견됐다.
당시 신고를 받은 국립수산과학원 고래연구센터 연구진과 해양동물전문구조치료센터인 고래생태체험관 사육사들이 현장으로 달려갔다.
이들은 밤새 상태를 관찰한 결과 돌고래가 자력으로 항 밖으로 빠져나갈 수 없을 정도로 탈진한 데다 그대로 두면 선박과 충돌 위험도 크다고 판단, 돌고래를 체험관 보조풀장으로 옮겼다.
돌고래는 몸길이 2m, 몸무게 108㎏의 생후 2년6개월가량 된 어린 개체였다.
고래연구센터와 고래생태체험관은 '방어진항에서 구조된 고래'라는 뜻에서 '고어진'이라는 이름을 붙이고 치료에 돌입했다.
고어진은 수족관 돌고래들이 먹는 고등어 등 어류를 먹지 않았다.
예상치 못한 먹이 거부에 고심하던 사육사들은 주둥이 주변에 오징어 빨판 자국에 있는 점에 착안, 산 오징어를 풀었다.
고어진은 빠르게 움직이는 오징어를 사냥해 먹었고, 나중에는 배가 부르면 오징어로 장난을 치는 여유를 보이기도 했다.
고어진은 수산시장에서 공수되는 산 오징어를 하루에 10㎏씩 먹어치우는 식성을 보이며 빠르게 회복했다.
영양상태 등 회복 경과를 확인하기 위한 혈액검사와 구충제 투여 등 치료가 병행됐다.
결국, 건강을 되찾은 고어진은 이달 2일 울산시 동구 방어진항에서 약 12㎞ 떨어진 해상에서 방류됐다.
당시 고래연구센터가 고어진 이동경로를 파악하기 위해 지느러미에 위성항법장치(GPS)를 달았는데, 이 장치가 연일 반가운 소식을 전하고 있다.
GPS로 추적한 이동경로를 보면 고어진은 방류 첫날인 2일 북동쪽으로 22㎞ 이동했고, 이튿날인 3일에는 방향을 동쪽으로 약간 변경해 98㎞나 더 나갔다.
이후 8일까지는 다소 남하한 것을 제외하고 별다른 방향성을 보이지 않던 고어진은 9일 방류 이후 가장 먼 거리인 112㎞를 헤엄쳐 울산 쪽으로 접근한다.
울산 앞바다에서 종일 머문 고어진은 10일부터 남동쪽 먼바다로 이동하며 일본으로 향했다.
11일에 완전히 일본 바다로 넘어간 이후로는 연안을 따라 북상하면서 24일 현재까지 일본 바다에 머무는 것으로 확인됐다.
일본 앞바다에서 열흘 이상 안정적으로 머무는 것으로 볼 때 성공적으로 큰돌고래 무리에 합류한 것으로 추정된다.
고어진은 구조될 때부터 다른 선박이나 사람을 거부하지 않고 오히려 접촉하려는 성향이 강했다.
이 때문에 '행여 방류 후에도 선박에 접근하다가 다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컸다.
손호선 고래연구센터 연구관은 27일 "울산을 떠나는 듯했던 고어진이 9일에 갑자기 울산 앞바다로 와서 종일 서성였다"면서 "정확한 이유는 알 수 없지만, 다음 날 곧장 일본으로 향한 것을 보면서 연구관들끼리 '작별인사를 하러 온 것 아닐까'하는 말을 나누기도 했다"고 밝혔다.
손 연구관은 "큰돌고래는 전 세계 바다에 흔하고 일본 앞바다에도 많지만, 우리나라에서는 드물게 목격되는 종이다"면서 "이번 이동경로 추적으로 고어진의 건강을 확인하는 동시에 큰돌고래가 어디서 서식하고, 어떻게 우리나라로 접근하는지를 연구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고래연구센터는 고어진 이동경로를 표시한 지도를 동영상으로 제작, 온라인 동영상 공유사이트인 유튜브에 주기적으로 올리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