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에서 지우마 호세프 대통령과 룰라 전 대통령 등 핵심 권력층의 비리 의혹 수사를 진두지휘해 온 40대 판사가 영웅으로 떠오르고 있다고 일간 월스트리트저널이 보도했습니다.
WSJ는 전·현직 대통령 등 핵심 권력층이 연루된 국영 석유기업 부패 스캔들 수사를 전담하는 세르지우 모루 연방 판사가 현 정부에 비판적인 대중으로부터 축구스타에 버금가는 인기를 얻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특히 모루 판사가 지난 16일 호세프 대통령과 룰라 전 대통령 간의 전화통화 감청 자료를 공개한 뒤 이런 열기는 더욱 치솟았습니다.
해당 전화통화는 룰라 전 대통령이 퇴임 5년 만에 수석장관 직을 맡아 정치에 복귀하는 문제를 논의한 내용입니다.
이 감청 자료는 최근 비리 의혹으로 경찰 조사를 받은 룰라 전 대통령이 연방정부 각료에게 주어지는 면책특권을 이용해 사법당국의 수사를 피하려는 '꼼수'로 해석되면서 반대 여론이 들끓었습니다.
이와 함께 모루 판사를 옹호하는 목소리도 커졌습니다.
감청 자료가 공개된 16일 밤 상파울루와 브라질리아 등 주요 도시에서는 분노한 시민 수 만 명이 거리로 나와 호세프·룰라의 퇴진을 요구하는 한편 모루 판사의 이름을 연호하며 열렬한 지지를 표시했습니다.
이날 반정부 시위에서는 "모루를 대통령으로" "모루를 지원한다" "모루 만세"와 같은 구호와 손팻말이 등장하기도 했습니다.
WSJ는 지난 수십년 간 권력층 비리로 경제 성장에 발목을 잡혀 온 브라질에서 많은 이들이 모루 판사를 부패 척결의 중요 동력으로 보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모루 판사는 지난해부터 국영 석유기업 페트로브라스 부패 수사를 일컫는 이른바 '라바 자투 작전'을 이끌면서 압력에 굴하지 않고 권력층 비리 파헤치기에 앞장섰다는 찬사를 받고 있습니다.
그는 페트로브라스 비리와 관련해 여러 정·재계 고위급 인사들의 기소를 승인했으며 최근에는 브라질 최대 건설사인 오데브레시의 최고경영자 마르셀로 오데브레시에게 징역 19년의 중형을 내리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친정부 세력을 중심으로 모루 판사의 감청 자료 공개가 도를 지나쳤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옵니다.
그가 사건 수사에 유리한 방향으로 여론을 움직이고자 이런 결정을 내렸다는 비판입니다.
부패수사 과정에서 플리바겐을 언급하고 증인 진술 영상을 공개하는 등 과거 모루 판사가 한 논란성 행보도 도마 위에 올랐습니다.
호세프 대통령은 감청 자료 공개가 헌법에 위배된다면서 "전직 대통령의 헌법상 권리가 존중되지 않는데 어디에 정의가 있다는 말인가"라고 성토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