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장애인 아버지를 폭행해 살해한 30대 아들과 아들을 도와 남편의 시신을 암매장한 부인에 대한 현장검증이 17일 경기도 시흥시 일대에서 진행됐다.
아들 이모(37)씨는 현장검증 장소로 떠나기 전 시흥경찰서에서 "아버지에게 할 말 없느냐", "죄책감을 느끼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모두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이씨는 베이지색 야구모자를 눌러쓰고 마스크를 착용, 고개를 숙인 채 호송차량에 올랐다.
아들처럼 야구모자와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어머니 조모(60)씨도 "심경이 어떠냐", "남편을 왜 암매장했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고 두 번째 호송차량에 탑승했다.
첫 번째 현장검증 장소는 이씨가 아버지를 마구 때려 숨지게 한 시흥의 한 단층 판잣집었다.
이들이 살던 곳 주변은 화훼 비닐하우스들이 밀집해 있어 인적이 드물다.
이 때문인지 현장검증 장소에는 불과 주민 20여명만이 모여 이씨 모자의 범행 재연 현장을 지켜봤다.
한 주민은 "앞도 보이지 않는 아버지를 어떻게 때려죽일 수가 있느냐"며 "인간도 아니다"라고 분노했다.
또 다른 주민은 "아무리 아들 저지른 짓을 감싸준다고 해도 어떻게 남편을 암매장할 수 있느냐"며 "어머니를 이해할 수 없다"고 혀를 찼다.
경찰 관계자는 "이씨는 집에서 아버지를 때리고 숨지게 한 뒤 작은 방에 보관하기까지 범행 과정을 모두 태연하게 재연했다"고 말했다.
이들 모자가 집 바깥으로 나와 아버지 시신을 대신한 마네킹을 범행 당시 이용했던 차량 뒷좌석에 싣는 모습을 재연하자 주민들은 "어쩜 저럴 수가 있느냐", "너무 뻔뻔하다"며 웅성거렸다.
이씨는 지난 1월 13일 오후 6시께 시흥시 아버지 집에서 술에 취한 아버지가 자신에게 "쓰레기"라고 욕했다는 이유로 아버지를 마구 때려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후 시신을 비닐에 싸 이불로 덮고 다른 방에 13일간 방치했다가 같은 달 26일 어머니와 함께 시흥의 한 야산에 암매장했다.
아버지의 사인은 부검 결과 외력에 의한 흉부손상, 늑골 다발성 골절, 장막간 파열로 추정됐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