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13일 독일 3개 주에서 주의회 선거가 치러졌습니다. 독일의 일부 지방선거였지만 세계적인 관심을 받았습니다.
난민 반대를 표방하는 극우정당인 ‘독일을 위한 대안’이 구 동독 지역인 작센안할트 주에서 2위를 차지했고, 바덴뷔르템베르크 주와 라인란트팔츠 주에서는 각각 득표율 3위를 기록해 주 의회 진입에 성공했습니다.
반면 난민 포용정책을 표방하는 집권 기민당은 2개 주에서 2위에 그쳤고, 작센안할트 주에서는 1위는 유지했지만 역대 가장 낮은 득표율에 머물렀습니다. 메르켈 총리의 난민 정책을 지지하는 녹색당이 바덴 주에서 1위를 차지했다는 사실은 메르켈 총리에게 위안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이번 선거가 메르켈 정부의 포용적 난민 정책을 심판하는 성격이 강했다고 본다면 기민당과 대연정 파트너인 사민당이 집중적으로 타격을 받았다는 사실과, 사상 처음으로 극우 정당이 주 의회에 진입했다는 점에서 메르켈 총리에게 커다란 고민을 안겨준 선거 결과로 볼 수 있습니다.
이에 앞서 3월 5일 치러진 슬로바키아 선거에서도 비슷한 경향이 나타났습니다. 난민 수용 반대를 내세운 집권 사회민주당이 제 1당 자리를 지켰습니다. 이어서 EU에 반대하는 우파 정당이 2위, 네오나치 계열의 극우 정당이 4위를 차지했습니다.
이렇게 난민 문제는 유럽연합 각국에 엄청난 난제로 등장했습니다. 이제 난민 문제는 EU내 각국이 개별적으로 처리하기에는 감당할 수 없이 커졌습니다. 시리아 내전이 계속되면서 난민은 계속 늘고 있지만, 이들을 받아들일 곳이 마땅치 않습니다.
유럽연합의 통계 담당 기관인 유로스탯(EUROSTAT)에 따르면 지난 해 EU에는 역사상 가장 많은 난민이 유입됐습니다. 2015년 한 해 동안 무려 125만 5640명이 난민으로 등록됐습니다. 사상 처음 1백만 명이 넘은 것은 물론 2014년의 56만 2680명 보다 2배 이상 급증했습니다.
유로스탯은 ‘기록적인 수치’라고 평가했습니다. EU의 인구는 5억 3백만 명입니다. 우리나라로 치면 지난 2월 현재 인구가 5천155만 명이니까 한 해 동안 12만 8100명, 부산 영도구(12만 9천 명)나 충남 논산시(12만 4천 명)만한 수의 난민이 들어온 것입니다.
일부 국가에서는 충격이 더 클 수밖에 없습니다. 핀란드는 전년과 비교해 822%가 늘었습니다. 헝가리가 323%, 오스트리아 233%, 노르웨이는 179%가 늘었습니다. 물론 전년도에 적은 수의 난민을 받았기 때문에 수치상 급증한 면은 있습니다. 그래도 헝가리 경우 무려 17만 명의 난민이 들어와 독일 44만 명에 이어 2위를 차지했습니다.
이렇다 보니 인구 100만 명 당 난민 수가 헝가리 17,699명, 스웨덴 16,016명, 오스트리아 9,970명으로 한 해 동안 전체 인구의 1% 정도가 난민으로 등록된 나라들도 있습니다.
난민의 급증은 다양한 문제를 낳고 있습니다. 일부 국가에서는 난민들의 범죄가 문제가 되기도 했고, EU 각국은 테러리스트들이 난민 속에 섞여 들어온다고 의심도 하고 있습니다. 실제 파리 테러 등에서 보면 테러리스트들이 난민으로 가장해 입국했던 것으로 밝혀지기도 했습니다.
난민 문제는 지금 EU 내에서 가장 뜨거운 감자라 할 수 있습니다. 경제난 속에 난민 문제가 겹치면서 EU가 계속 시끄럽습니다. 영국이 EU를 떠난다는 브렉시트도 상당 부분은 난민 문제에 기인합니다. 브렉시트가 현실화되면 이웃 아일랜드도 EU를 떠날 것이라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고, 체코도 이른바 첵시트를 하겠다고 경고하고 있습니다.
특히 동구권 국가들이 난민 문제에 소극적이어서 동구와 서구의 갈등으로 이어질 수도 있습니다. 2015년을 보면 크로아티아는 140명, 발트 3국과 슬로베니아, 슬로바키아는 2,3백 명 정도만 받아들였습니다. 수만 명 씩 받아야 하는 서구 국가들로서는 고통을 분담하자는 말이 나오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렇지만 뾰족한 수는 나오지 않고 있습니다. 시리아 내전이 계속되는 한 시리아 출신 난민은 꾸준히 증가할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여기에 기존의 아프가니스탄이나 리비아 출신 난민들도 줄지 않기 때문에 난민 문제를 단숨에 해결할 수는 없습니다. 그나마 지난해에는 시리아 출신 난민들이 터키에서 가까운 그리스로 이동하거나 발칸 반도를 가로지르는 육로를 이용해 지중해의 참극은 조금 줄었습니다.
EU는 이번 주 정상회의를 갖고 난민 이주 루트를 막기 위해 터키에 대규모 지원을 한다는 방안에 합의할 예정입니다. 터키와 그리스에서 난민의 유입을 막아야 한다는 절박감에서입니다.
또 하나 인도주의적 난민을 제외하더라도 경제적 이유로 유럽으로 들어오려는 사람들을 철저히 심사해 난민 신청을 거부하겠다는 방안도 내놨습니다. 일부에서는 난민 문제가 오랫동안 지연돼 온 터키의 EU 가입에 촉매제가 될 수도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습니다.
중동과 아프리카 지역의 정세가 불안한 상황이어서 난민 문제는 당분간 끝날 수 없습니다. 난민들은 당연히 선진국인 데다 지역적으로도 가까운 유럽을 선호하고 있어서 유럽연합의 고민도 끝날 수가 없습니다.
그러나 난민 문제로 유럽 각국이 국경 통제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간다면 이는 세계사적으로도 중요했던 역사적 합의가 후퇴한다는 의미입니다. 또 난민 문제로 유럽이 고통 받는다면 장기적으로는 우리에게도 난민 수용 압력이 커질 수 있습니다. 메르켈 총리는 지방 선거에서 패한 뒤 지속가능한 해법 마련에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지금도 시리아나 동남아 국가, 서남아 국가 출신들의 난민들이 우리나라를 찾는 것을 보면 우리라고 난민 문제가 강 건너 불일 수는 없습니다. 유럽의 고민을 보면 우리도 난민 문제가 본격적으로 닥칠 경우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장기적인 대책을 세울 필요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