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님들 얼른 내리세요! 출동이에요!" 사람 좋은 미소가 떠나지를 않던 서울 마포소방서 현장지휘팀장 김진호 소방경의 얼굴이 돌처럼 굳었다.
취재진이 어버버 대는 사이 지휘차량을 운전하는 소방대원은 엑셀을 힘껏 밟았다.
김 소방경은 걸리적 거리지 말라는 듯한 눈치를 주며 "할 수 없죠. 출발했으니 같이 가야지"라고 말했다.
연합뉴스는 15일 오후 2시 시작된 마포소방서의 '소방차 길 터주기' 캠페인을 동행 취재했다.
신촌에서 아현동, 공덕역까지 슬슬 한 바퀴 돌며 안내 방송을 내보내던 소풍같은 분위기는 성산대교에 수난 사고가 났다는 무전이 들어오면서 급박하게 바뀌었다.
고막이 아플 정도의 사이렌과 알아들을 수 없는 무전 소리가 10인승 미니버스 지휘차량을 가득 메웠다.
"어디야!" "성산대교!" "뭐야? 교통사고?" "수난이랍니다!" "성산 맞아?" "네 북단에서 남단 방향!" 강변북로에 들어서자 길이 막히기 시작했다.
소방대원 6명의 표정에는 긴장감이 더해졌다.
안전 담당 김세영 소방위는 "앞 차들이 안 비켜주면 10분, 20분 더 걸릴 수 있다"며 발을 굴렀다.
다행히 사이렌 소리를 들은 앞 차량들은 하나 둘씩 길을 내주기 시작했다.
승용차부터 육중한 레미콘 차량까지 모두 신속하면서도 조심스럽게 차로를 바꿨다.
출동이 시작된 염리동에서 성산대교 북단까지는 이 시간에 일반 승용차로 15분 정도가 걸린다.
그러나 이날 지휘차량이 성산대교 북단까지 가는 데 걸린 시간은 6분에 불과했다.
김 소방경의 얼굴에 넉넉한 웃음기가 다시 돌아왔다.
"이정도면 매우 양호한 거죠. 시민의식이 조금씩 나아지고 있나봐요. 허허." 그래도 출퇴근 시간에는 차량이 길을 비키지 않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한다.
99대가 길을 비켜줘도 1대만 고집을 피우면 출동 시간은 늦어질 수밖에 없다.
김 소방위는 "만약에 한 두 대만 길 안비켜주잖아요? 그러면 6분 걸릴 출동이 10분, 20분 걸릴 수도 있어요"라고 말했다.
투신 사고는 영등포소방서 관내에서 벌어진 것이었다.
지휘차량은 성산대교 북단에서 홍대 쪽으로 방향을 틀어 다시 캠페인을 이어갔다.
마포소방서 대원들이 출동할 때 가장 긴장하는 곳은 주말 저녁의 홍대 인근이라고 한다.
소방 차량이 줄지어 출동해도 술 취한 젊은이들이 도로에 서서 좀처럼 길을 내어주지 않는단다.
김 소방위는 "안내 방송을 해도 술에 취해서 안 들리나 보다. 매번 대원들이 차에서 내려 취객을 인도로 안내하면서 길을 만들어야 한다니까요"라며 안타까워했다.
그는 이어 "골든타임 5분을 놓쳐 초기 대응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더욱 큰 인명, 재산피해가 난다"면서 "출동하는 소방차를 보면 시민들이 자신의 가족이 위험에 처했다고 생각해줬으면 좋겠다. 누구든 사고를 당할 수 있지 않나"라고 강조했다.
소방차가 지나가면 일반통행로나 편도 1차로에서는 오른쪽 가장자리로 진로를 양보해야 한다.
편도 2차로에서는 2차로로, 편도 3차로에서는 1, 3차로로 차로를 바꿔 2차로를 소방차에 양보해야 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