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평화기념공원을 둘러보는 후미히토 왕자 부부와 아들 히사히토
유엔 여성차별철폐위원회(이하 위원회)가 왕위를 남자가 계승하도록 한 일본 왕실 규정을 문제 삼으려고 했다가 일본 정부의 항의를 받고 포기했다고 요미우리(讀賣)신문과 산케이(産經)신문이 9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위원회는 왕위계승 자격을 아버지로부터 왕실 혈통을 물려받은 남성인 '남계남자'(男系男子)로 한정한 일본의 '황실전범'(皇室典範)이 여성을 차별한다며 수정을 요구하는 내용을 일본의 여성 차별 심사 결과를 담은 보고서 최종안에 담았다고 복수의 일본 정부 관계자가 밝혔다.
위원회는 여성이 일왕이 될 수 없도록 규정한 황실전범에 관해 우려(concern)를 표명하고 어머니로부터 왕실의 피를 물려받은 여성도 일왕이 될 수 있도록 수정을 요구하는 최종안을 이달 4일 일본 정부에 제시했다.
일본 정부는 주 제네바 일본정부 대표부를 통해 최종안에 담긴 황실전범에 관한 내용을 철회하라고 강력하게 요구했다.
일본 정부는 충분한 논의 없이 갑자기 황실전범을 보고서에서 거론하는 것은 절차상 결함이 있으며 국민의 지지를 받는 왕실제도를 보고서에서 다루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는 등의 주장을 폈다.
주 제네바 일본정부 대표부 공사가 위원회 부위원장을 만나 왕위 계승에 관한 역사적 배경을 설명하고 '여자를 차별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부위원장은 일본 측의 뜻을 위원과 공유하겠다고 반응했으나 위원회 측이 일본 정부에 황실전범에 관한 부분을 삭제할지 사전에 연락하지는 않았다고 산케이는 전했다.
제네바 현지시간 7일 발표된 보고서에는 결국 일본의 왕위계승에 관한 내용은 포함되지 않았다.
위원회가 남성 중심으로 된 일본의 왕위 계승 제도에 관해 문제를 제기하려고 했다는 사실이 보고서에서 빠졌음에도 일본 정부 관계자를 통해 보고서 공표 직후 일본 주요 신문에 공개된 것은 이례적으로 보인다.
이는 여러 논쟁을 낳을 것으로 보인다.
일본의 황실전범이 여성에게도 왕위 계승을 허용하도록 바뀐다면 나루히토(德仁) 왕세자의 딸인 아이코(愛子·15)도 왕위 계승자가 될 수 있어 이에 관심이 쏠릴 것으로 예상된다.
왕위 계승 서열 2위인 나루히토 왕세자는 아들이 없고 동생인 후미히토(文仁) 왕자의 아들 히사히토(悠仁·10)가 나루히토 왕세자에 이어 서열 3위다.
일본에서 성역으로 여겨지는 왕실 문제를 거론하려고 한 것이 위원회에 대한 반감을 낳거나 이들의 권위를 손상하려는 시도로 이어질 것도 우려된다.
산케이신문은 위원회의 최종안에 관해 "단순하고 피상적"이라며 "위원회가 얼마나 대상국의 사정, 역사, 전통을 이해하지 못한 존재인지 다시 드러낸 것"이라고 논평했다.
이 신문은 이와 별도로 위원회가 위안부 문제는 일본군에 의한 심각한 인권침해라고 규정한 것을 두고 역사를 무시한 비난이라며 철회를 요구했다.
위원회는 이번 보고서에서 일본 정치인이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에게 상처를 주는 발언을 자제하고 일본이 이 문제를 공식 사죄·배상하라고 지적하는 등 일본 정부에 뼈아픈 지적을 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