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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메일의 @은 없어질 기호였다?…뜻밖의 사연

권영인 기자

입력 : 2016.03.08 08:23|수정 : 2016.03.08 08:23




이메일 주소에 필수적인 기호  ‘@’. 전세계 사람들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특수문자 중 하나입니다. 세계 마다 부르는 명칭도 다양한 ‘@’…. 그런데 왜 하필 @을 이메일 주소에 사용하게 된 걸까요? @에 특별한 의미라도 있는 걸까요?

사실 기호 ‘@’는 생각보다 굉장히 오래 전부터 사용됐습니다. 무려 14세기 문헌에도 등장할 정도입니다. 기원에는 여러가지 설들이 있지만, 중세시대부터 ‘줄임말’로서의 역할을 했던 것은 분명합니다. 중세시대 이후 @은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비율’을 나타내는 약자로 이용됐습니다. 당시 효율적으로 회계장부를 기록해야하는 상인들 사이에서 가장 많이 활용된 기호였습니다.

하지만, 기술이 발달하면서 @은 점점 역할을 잃어갔습니다. 발전된 기술 덕분에 굳이 줄임말을 사용할 필요가 없었고, @이라는 기호가 가진 뜻이 다양해서 쓰임새도 애매했기 때문입니다. 즉 사라져도 별 상관없는 기호였던 겁니다. 그런데 1971년, 한남자가  이 @이라는 기호에 새로운 숨을 불어넣었습니다. 그의 이름은 레이 톰린슨(Ray Tomlinson). 인터넷의 시초라고 할 수 있는 알파넷의 개발에 참여했던 프로그래머입니다. 그리고 현재 우리가 사용하는 ‘이메일 시스템’을 최초로 만든 사람입니다.

톰린슨이 @을 이메일 주소 작성에 사용하면서 @은 다시 새 생명을 얻었습니다. 그런데 그가 @을 선택한 이유는 놀랍게도 이 기호가 ‘잘 쓰지 않는 기호’ 중 하나였기 때문입니다. 당시에는 개개인에게 개별 메일을 보낼 수 없었습니다. 그저 컴퓨터간의 메시지 교환만 가능했습니다. 그래서 톰린슨은 컴퓨터 위치와 사용자를 구별할 수 있는 요소로 기호를 사용하고자 했습니다. 사용자 이름과 해당 컴퓨터 위치를 구별하기 위해선 어떤 오해도 없을 의미 없는 기호여야 했습니다. 그래서 톰린슨은 잘 사용되지 않으며, 장소의 의미도 있었던 @이 가장 적절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렇게 없어질 위기에 놓였던 ‘@’은 아무도 잘 쓰지 않았기 때문에 역설적으로 지금 세계에서 가장 많이 쓰는 기호 중 하나가 됐습니다. @이라는 기호에 새생명을 주었던 레이 톰린슨은 지난 6일 세상을 떠났습니다. 올해 74살이었던 톰린슨은 안타깝게 떠났지만, 그가 남긴 @은 연결의 상징으로 남아 그를 계속 기억하게 해 줄 것입니다. 

(SBS 스브스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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